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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터'의 대가, 컨셉디자이너 잠산을 만나다

'페인터'의 대가, 컨셉디자이너 잠산을 만나다

  • 윤세호 기자 seho3@doctorsnews.co.kr
  • 승인 2010.04.28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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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컴퓨터 앞에서.

홍대 주차장 골목 끝을 돌아 조그만 교회 옆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아담한 작업실. 그곳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가 둥지를 틀고 있다. 본명은 강산. 하지만 잠이 많아 ‘잠산’이라고 불린다는 그의 그림방이 있다.

브릿지있는 헝클어진 파마 머리, 가는 눈에 떡 벌어진 어깨, 여느 동네 노는(?) 총각 처럼…그의 첫인상은 거칠게 다가왔다.

상업일러스트레이션 작가로서 그는 컴퓨터그래픽 프로그램인 ‘페인터’를 주요 도구로 작품을 그려낸다. 그만의 신비롭고 몽환적인 화면, 아름답고 수려한 색채는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만큼 독보적이다. 특히 동화적으로 풀어내는 화면구성과 캐릭터는 섬세하고 여성스러워 한때 출판 미술계에는 ‘잠산 스타일’까지 생겨났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박지성 주인공의 ‘Be the legend’ 그래픽 노블.


이소라의 프로포즈 ‘그 남자 그 여자’ 코너를 장식한 그림이라면 알려나? 아니 한번쯤은 보았을만한 화제작, 박지성 주인공의 ‘Be the legend’ 그래픽 노블은? 그것도 아니라면 인터넷 게임 ‘프리우스 온라인’ 게임포 스터의 작가라고 한다면? 그 이외에도 ‘2007 앙드레김 베스트스타 어워드 무대 디자인 일러스트’ 를 맡았으며 현재 런칭하고 있는 엔프라니 로드샵 ‘홀리카홀리카’브랜드의 인테리어 컨셉디자인도 그의 솜씨다. 이쯤 되면 그의 별명은 잠 때문만이 아닌 이 바닥의 ‘산’을 일군 ‘잠산’이라고 불리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마술피리' 연극 포스터.

# 열어놓은 창을 통해 선선한 바람이 문턱을 넘는 작업실 소파. 앉아서 본 그의 그림방은 오래된 혹은 옛스러운 작은 나무 다락방이었다. 한 켠에 놓인 난로는 소학교 교실을 떠올렸으며, 그 뒤 책장에 빼곡한 만화책은 그의 취향을 조금 가늠케 한다. 창 너머 보이는 교회 십자가와 그리로 통해 들어오는 늦은 오후 채광은 작업실까지 참 작품스럽게 물들였다. 그 한가운데 잠산과 마주 앉았다.

페인터(컴퓨터그래픽 프로그램)의 대가로 불린다.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가?
-잘 몰라요^^ 제가 쓰는 페인터의 매뉴얼 도구라곤 수채화 브러쉬와 그 외 몇 가지 브러쉬 툴 정도랄까. 그것만 가지고 그림을 그립니다. 중요한건 프로그램을 ‘얼마나 잘 아느냐’보다 ‘얼마나 완성도 있느냐’겠죠.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그림을 해석하며 그려내려고 노력합니다. 발상의 차이, 그것을 노력하는 것 이죠^^

그럼 잠산에게 있어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클라이언트가 작가를 원하면 작가가 됩니다. 하지만 프로를 원하면 프로가 되죠. 차이요? 그 경계는 내 생각이 작품속에 있느냐? 없느냐? 아닐까요. ‘잘 그린다는 것’과 ‘장인으로 그린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누군가 ‘잠산’을 꼭 찍어 불러야 한다면?
-컨셉디자이너. 일반적인 게임그래픽 디자이너를 말하는 것 말고, 작가의 상상력과 창조력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작업 스타일. 클라이언트가 어려운 미션을 들고 왔을 때 프로로서 그것을 해결해 내는 해결사! 새로운 컨셉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죠. 바로 그거예요^^.

작년 말, 개인전 이후의 근황은?
-지난 10여년 작업의 총 결산이라고 할 수 있는 전시였죠. 지금은 그것을 상품으로 만드는 구상을 하고 있어요. 그것은 새로운 의미의 제조입니다. 또한 일러스트도 아닌 회화도 아닌 모호한(?) 경계선상에 있는 작품을 해볼까 고민 중입니다. 사실 일러스트레이션이 그 동안 차별을 받아온 것 중 하나가 ‘양산화’에 비해 ‘희소성’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 큰 이유일겁니다.

그 중 하나만 소개한다면?
-고급인쇄, 프린트를 통한 한정판 생산! 요즘 일러스트작가들을 봐요. 개인전이나 그룹전 등을 통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잖아요. 장르가 파괴된 거죠. 결국 소장의 개념으로 모든 예술은 대중에게 주어져야 합니다. 작년 제 전시를 본 모 갤러리에서는 그림을 매입, 소장 하고 있답니다. 사회적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고 이것은 결국 시간이 해결할거라고 생각해요^^.

 최근 끝낸 엔프라니 로드샵 ‘홀리카홀리카’브랜드의 인테리어 컨셉디자인.

 # 사실 그를 찾은 이유 중 하나가 그가 국내 페인터의 대가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었다. 취재를 빙자한 작업 노하우를 몰래 빼먹는 재미를 가슴 두근거리며 상상했다. 무언가 있음직도 한데 “이거요?”하며 그는 오히려 잠깐의 작업을 시연해 보며 기자의 기대를 여지없이 뭉개 버렸다. ‘아냐. 분명 뭔가가 있을꺼야.’ 그런데 없다. 그의 특별함은 바로 이것일까?

 # 잠산은 소위 이바닥의 잘나가는 작가다. 고액 연봉의 프린랜서로서 그는 타고 난 협상가이자 1인 사업가이기도 하다. 클라이언트와 원고료(혹은 작업비) 협상 테이블에서 심리전에 한번도 져본 적이 없다는 그. 웹 일러스트 메인 화면 1장에 850만원, 나이키와의 2달 간의 프로젝트 작품비 7000만원 등 거금의 원고료가 그것을 입증한다. 기억에 남는 재미난 사연이 있다면?

2007 앙드레김 베스트스타 어워드 무대 디자인 일러스트.

-2007년, 앙드레김 선생님의 무대 일러스트 작업 때 였죠^^. 우연한 기회에 책표지에 실린 된 제 그림을 보시곤 무대배경 작품을 의뢰하셨어요. 그 특유의 음성으로 원고료를 물으시는데 “명색이 저도 창작활동 하는 후배작가인데 원고료는 알아서 주세요”라고 호기있게 답을 던졌죠. 그리곤 은근히 기대를 많이 했는데...원고료는 기대 이하 였어요^^. 그래도 제 이름값이 있는데…심리전에서 밀린 거죠^^. 기왕지사 던진 말 “알겠습니다”하고 문을 나서는데 그때였어요. 선생님께서 직원을 부르더니 스카프니 뭐니 이것저것 손에 잡히는 데로 잔뜩 싸주시더라고요^^. 그뿐 아니었어요. 패션쇼 때 에는 특별히 저를 위해 테이블 하나를 마련해 주어서 일행과 함께 좋은 구경도 했답니다. 작품비를 작품으로 받은셈이죠^^. 아주 특별한 클라이언트였어요.

 

마루바닥이 인상적인 작업실. 


# 그는 예고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으며, 대학에선 만화를 전공했다. 졸업 후 게임 그래픽에 입문해 배경미술감독까지 하는 등 이것저것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그림을 그려온 잡식성 작가다. 한때 대학서 후배를 가르치기도 했던 그는 현재 친구가 운영하는 일러스트학원에서 프로 작가를 양성 하고 있다. 막역지우의 청을 거절 못한 까닭 이다. “직접 운영하면 더 잘될 것 같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잠깐 도와준다는 것이…나이 마흔 넘어서 그림아카데미를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그전까지는…”라며 그의 꿈을 살짝 내보인다. 잠산 아카데미, 참 꿈이 거창하다. 그림을 그릴수록 생각이 더 많아진다는 잠산. 그래서였던가? 요즘은 작업량을 줄인다고 한다. 이유는 아이러니하게 잡생각 때문이란다.

그림을 제대로 상품화 하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 그것이 요즘 잠산의 화두다. 꿈이 있어 행복한 상상가 잠산. 그 안에 내재된 원대한 포부가 어떻게 실현될지 그날을 기대해본다. 그림 아카데미와 상상의 나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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