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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등수가 개선 발목 잡는 '재정중립'의 덫

차등수가 개선 발목 잡는 '재정중립'의 덫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0.04.2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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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선 상향시 특정과- 특정기관 삭감 집중화 우려

의료계의 숙원 사업 중 하나였던 차등수가제 개선안이 윤곽을 드러냈으나, 또 다시 건강보험 재정에 발목이 묶여 난항을 겪고 있다.

문제가 된 부분은 ‘재정중립’으로, 특정과-특정의료기관으로의 삭감 집중화가 우려된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건정심 제도개선소위에서 합의된 차등수가제 개선방안과 관련해, 과목별-기관별로 이해득실이 엇갈리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소위가 마련한 개선안에 따르면 일단 시간외 진료에 대한 차등수가 적용은 전면적으로 풀기로 했다. 이에 사용되는 추가재정은 400억원 정도로, 의원급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일정부분 파이가 늘어나게 된다.

또 야간진료를 제외한 부분에 대해서는 차등수가제를 유지하되, 재정중립 상태에서 적용기준 일부를 완화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별도의 추가 재정을 투입하지 않는 선에서 차등수가가 적용되는 환자 기준선을 현행 75명에서 그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얘기다.

의원급 전체적으로 보면 어느정도 ‘숨통’은 트이게 된 셈이다.

그러나 '재정중립’을 전제로 해 차등수가 기준을 개선하겠다는 부분에서 과목별 혹은 기관별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많은 기관에서 조금씩 걷던 것을 적은 기관에서 많이 걷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 뿐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재정중립이 이 같은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추가재정 없이 차등수가 기준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기준 초과 기관에 대한 삭감률을 대폭 인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008년 진료과별 일당 내원환자 규모별 기관 분포(단위: %)/ '진찰료 차등수가제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보사연 신현웅 외)' 인용
실제 2008년 기준 일 평균 환자 수가 75명을 초과한 차등수가 삭감대상 의료기관은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의 25% 정도였고, 이 기관들에서 삭감된 금액은 총 321억원(야간진료 삭감액 400억원 제외) 수준이었다.

그러나 차등수가적용기준을 완화해, 환자 수 기준을 일 100명 수준으로 올리고 보면 이에 해당되는 의료기관은 전체의 10% 수준으로 좁아진다. 추가 재정을 댈 수는 없으니 이 기관들에서 321억원을 책임져야 하고, 그 금액을 맞추자니 삭감률이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차등수가 연구를 담당했던 보건사회연구원은 복지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차등수가제 적용기준을 개선해) 1일 평균 110건 이하의 건에 대해서는 삭감하지 않고 110건 초과 건에 대해서만 삭감한다면 재정중립을 위해 65% 정도의 삭감률을 적용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대적으로 1일당 환자 수가 많은 이비인후과와 정형외과, 소아청소년과 등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정과목, 특정 의료기관으로 삭감이 집중되는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홍성수 이비인후과개원의협의회장은 “일단 전체 개원의 입장에서 보면 무시하지 못할 만한 성과”라면서도 “그러나 재정중립을 전제로 차등수가 기준을 완화할 경우 전체 삭감대상 기관은 줄어들지 몰라도 소위 환자를 많이 보는 과목, 기관에 삭감이 집중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등수가제가 더욱 고착화되고 그동안 차등수가제를 떠받쳐왔던 3~4개과에서 (삭감분)을 모두 뒤집어 쓰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 “현재 협회 자체에서 기준 완화에 따른 시뮬레이션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로, 조만간 협회의 입장을 정리해 의협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형외과의 상황도 비슷하다. 백경열 정형외과개원의협의회장은 “상대적으로 환자를 많이 보는 곳에서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면서 “이비인후과와 연대해 대응방침을 정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대한개원의협의회 측은 회원들의 의견을 존중해 의협과 함께 절충방안을 찾아가겠다는 방침이다.

김일중 대한개원의협회장은 “차등수가제 폐지를 강력히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아쉬움은 남지만 현행 제도를 그냥 두는 것보다는 일부라도 바꿔가는 것이 회원들의 권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회장은 “과목별로 이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큰 그림에서 상황을 보려고 한다”면서 “이비인후과 등과 긴밀히 협의해 상황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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