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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의료자유주의

청진기 의료자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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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4.1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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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표(홍경표내과의원)

▲ 홍경표(홍경표내과의원)

지난 십년간 의료계의 화두는 '의료사회주의'였다. 우파의 입장에서 자신보다 덜 보수적인 주체를 폄훼하는 의도도 있지만 지난 정권은 좌파정권, 진보적 입장은 의료사회주의로 통했다. 물론 과도한 규제가 발단이었다.

자유무역협정과 개방을 통해 큰 시장을 만들겠다는 대기업가 출신이 대통령이 되고, 의료는 복지가 아니라 경제적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협회장이 당선되었다.

자유주의를 미덕으로 여기는 인사를 중용하고 의료의 상업화를 추구하는 의협회장과 영리의료를 허용하고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하겠다는 대통령은 코드가 통했다. 의료사회주의의 속박에서 벗어나 의료자유주의 시대가 왔으니 의료계에 봄날은 왔을까?

최근 정부는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여 의료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며 의료법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였다. 주요내용은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의료법인이 병원경영지원 사업을 통해 수익사업을 확대하며 의료법인 합병절차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규제를 없애고 자유경쟁 시장을 확대하자는 것은 많은 의사들의 숙원이었으나 막상 의료법 개정안이 마련되자 개원의들이 원격의료에 대해서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자유주의자임을 자처하는 일부 의사들도 집행부를 성토했다.

고유한 진료행위와 그에 따른 책임, 수가 등 많은 논란이 있지만 핵심은 의원의 경쟁력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경쟁력을 갖춘 초대형병원과 진료 외적인 분야, 즉 원격진료에 필요한 의료기구 업체와 정보통신 관련 업체들이 추구해온 이익만 보장되기 때문이다.

지방의 대학병원, 서울의 대형병원조차도 소위 '빅5'의 경쟁력을 쫓아가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자유시장은 중소병원과 의원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핵심사업 중 부처 간의 이견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여러 의료정책과 달리 원격의료는 의료산업과 관련된 지식경제부나 기획재정부의 시장 확대 의도와 복지부의 의료비 절감 의도가 맞아 떨어져 강한 추진력을 보이고 있다.

현 정권은 대형자본이 의료시장을 장악하도록 해 의사를 생산수단의 일부로 삼겠다는 의도인 듯하다. 대출 받아 개업하거나 몇 명이 모여 기껏해야 중소병원 법인을 설립하는 소자본가 의사들을 대형자본이 흡수하여 경쟁력 있고 효율적인 의료시장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방향이 신자유주의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의협은 황급히 원격의료에 반대하고 나섰지만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저지하지 못하고 의원급만 원격의료에 참여하자는 대안을 제시하였다. 상업의료를 주장하는 의협은 왜 입장을 바꿔 경쟁력이 있으면 규제철폐를, 경쟁력이 없을 때는 규제를 원하는 이중성을 택했을까? 시장은 자유경쟁을 기본으로 한다.

그런데 왜 병원은 경쟁할 자격조차 박탈당하는 규제를 받아야 할까? 이 부당한 규제를 조만간 철폐할 의도는 없을까? 의료전달체계로 일차의료를 보호하는 규제와 의사만의 의료기관 개설독점권 또한 반시장적이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규제는 일정부분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자유주의는 의사의 고유한 진료영역에 있어서 진정한 '자유'를 보장할 수 없을 것 같다. 근본적 고민과 신중한 접근으로 다시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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