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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인상 우리 손으로 ⑥
수가인상 우리 손으로 ⑥
  • 조명덕 기자 mdcho@doctorsnews.co.kr
  • 승인 2010.04.1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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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액계약제' 약품비 절감 걸림돌

지난달 17일 정형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2012년부터 총액계약제를 추진하겠다"며 이 제도 도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혀 물의를 빚은 가운데 이같은 발언이 의료계가 자율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약품비 절감 캠페인'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총액계약제 도입의 타당성이나 문제점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건보공단 이사장이라는 위치에서 우리나라 의료정책과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중대한 문제를 의료계는 물론 국민적인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주장한 데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25일 제21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2010년도 건강보험 수가를 의원 3%·병원 1.4%로 최종 결정하면서 전제조건으로 약품비 4000억원을 절감하고 이를 2011년도 수가와 연동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한의사협회는 약품비절감 대책을 마련하고 추진하기 위해 의약품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가동하며, 온·오프라인 매체를 총동원하고 지역의사회 정기총회·대회원 설명회·반모임 등 각종 의사단체 모임을 활용해 '약품비 절감 캠페인'에 의사 회원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지하듯이 건강보험 재정 위기의 문제는 노인인구 증가 및 소득수준 향상 등에 따른 의료이용 욕구가 높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너진 의료전달체계, 의약분업에 따른 약제비 급증, 중·장기적 재정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보장성 강화 정책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발생한 것이다.

그럼에도 의협을 중심으로 모든 의료계가 건강보험 재정 위기에 따른 고통을 분담하고 책임을 인식하는 차원에서 '약품비 절감'을 선언하고 이를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의협을 중심으로 한 의료계의 이같은 노력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과정에서 건보공단 이사장의 '2012년 총액계약제 전면도입'이라는 공언이 불쑥 튀어나와 버렸다.

아울러 이 인터뷰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위기의 원인이 의사들이 불필요한 과잉진료를 했기 때문인 것처럼 묘사함으로써 재정위기의 책임을 의료계에만 전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진료일선의 많은 회원들이 "성심성의껏 환자를 진료하고도 부도덕한 짓을 일삼는 무리로 매도당했다"고 격분하는 한편 약품비 절감도 '총액계약제의 시초'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어 지금까지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추진해 오던 약품비절감 캠페인에 제동이 걸릴 위기에 처했다.

건보공단은 국가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함에 있어 정부가 담당해야 할 보험자로서의 역할을 위탁받아 수행하는 대행기관일 뿐이다.

즉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정책적·제도적인 사항은 정부부처에서 공급자와 소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해 가며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며, 건보공단은 단지 이와 같이 결정된 정책과 제도를 그 취지에 맞게 충실이 이행하면 되는 실행기관이다.

물론 보험자라는 위치에서 보험재정 관리를 위해 정책 제안을 할 수는 있겠지만, 이는 건보공단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 정식으로 건의하고 논의를 요청해야할 문제이지 언론매체를 통한 인터뷰에서 이러한 논의와 절차를 무시하고 일정 기간 내에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정도를 한참 벗어난 월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일각에서 제기되는 총액계약제의 도입여부와 그 타당성에 대해서는 현재의 국내 의료 현실을 감안할 때 매우 부정적인 것이 분명하다. 한국이 사회보험인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하고 운영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국민 누구나가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인구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또 신약·신의료기술의 도입, 국민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욕구 증가 등으로 국민 의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직 재정절감만을 위해 총액계약제가 도입된다면 환자의 병세에 상관없이 정해진 재정에 맞추어 치료하고 치료받아야 하므로 국민들이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없음은 분명하다.

때문에 이 제도는 의료의 질 저하는 물론 국민의 치료기회 박탈로 이어져 결국 건강보험제도 자체의 파탄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건보공단은 이처럼 국민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을 주는 총액계약제를 거론하기보다는 보험료을 효율적 징수를 위한 제도 개선과 함께 건보공단 운영비 등으로 줄줄 새고 있는 건강보험재정의 관리에 충실하는 것이 먼저 할 일이다.

한편 의협은 이같은 건보공단 이사장의 발언이 약품비절감 캠페인에까지 미칠 파장을 우려해 7일 건정심 위원들에게 공문을 보내, 건강보험 재정위기의 책임을 의료계에만 전가하려는 건보공단의 인식에 심심한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이런 식으로는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도, 의료의 발전도, 나아가 국민건강의 향상에도 전혀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공동의 적이 생겼을 때는 다소 입장의 차이가 있더라도 하나가 돼 물리쳐야 한다"며 "건강보험 재정에 심각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모든 이해관계자는 서로를 파트너로 인정하며 재정위기라는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갈등과 헐뜯기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문제해결을 위해 함께 모색해야 할, 가장 중요한 방안의 하나인 '약품비절감'을 위한 캠페인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서로 협조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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