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채팅 수준으로 안정적 환자 진료 담보 못해"
지난 4월 6일 원격의료가 포함된 의료법 개정안의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의협은 원격의료에 관련해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보건복지부등에 수차례 제출했으며, 국무회의를 앞두고 성명서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 핵심은 정부가 원격의료를 도입하려는 취지를 십분 이해한다하더라도, 원격의료 시행에 따른 환자의 안전성을 담보해야 하며, 원격의료라는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의 도입이 의료계에 미칠 영향성 평가를 선행해야 된다는 것 등이다.
의료계가 원격의료에 대해 우려하고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환자에 대한 안정적 진료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 법안대로라면 의사-환자 간에 화상으로 진찰을 해야 하는데 다수의 의사들은 이 같은 화상채팅 수준으로는 환자를 진료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물론 원격진료기기(U-Health Device)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는 있으나 이는 원격모니터링 수준일 뿐 이것으로 환자를 진료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하며, 환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정부는 의학적으로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한 재진환자로서 ▲도서·벽지 등 의료 취약계층 ▲교정시설의 수용자 ▲국가보훈대상자·장애인·노인 중 거동이 불편해 의료기관 이용이 어려운 자와 가정간호 환자 등 최소한 범위에서 제한적으로 원격의료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대상자가 아닌 자에게 원격의료를 할 경우 처벌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나 지리적·신체적·환경적인 이유로 의료기관을 직접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원격의료를 대면진료의 대체재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결국에는 원격의료 대상자의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의료공급체계에 혼란을 가져 올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원격의료는 특성상 외래 업무에 해당한다. 그런데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격의료를 시행하면 점차 대상자가 넓어질 수밖에 없고,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려들게 될 것이다. 외래업무를 주로 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붕괴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몇 가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의원급 의료기관만 원격의료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는 하지만, 이 경우에도 의원급 의료기관 간의 환자 쏠림 현상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으며, 결국에는 병원급 의료기관이 원격의료를 하게 될 것이라는 불신이 깔려 있다. 이 같은 불신을 의료계의 단순한 걱정이라며 치부한 채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이미 일차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몰락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불신을 종식하기 전에는 원격의료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의료계의 입장이다.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도입하기 전에 원격 모니터링을 강화해 진료의 보완재로서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원격의료에 대한 기기나 장비, 기술적 수준이 충분하다고 판단될 때까지 의사-환자간 원격의료가 아닌 의사-의료인 즉, 다른 의사 혹은 간호사 등을 통한 간접적 원격의료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간접적 원격의료로도 애시당초 정부가 추구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국적인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따라서 시범사업을 통해 충분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의료계가 우려하는 여러가지 사항에 대해 검증한 후 법 개정을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관련 업체 역시 또 다른 의료행위인 원격의료를 논하면서 의료계의 진정어린 충고를 무시한 채 단지 기업의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의료계 역시 병의원이나 학계를 떠나 큰 틀에서 한 목소리를 내야한다.
■ 원격의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 법조문 대비표
원안 제34조(원격의료) ①의료인(의료업에 종사하는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만 해당한다)은 제33조제1항에도 불구하고 컴퓨터ㆍ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원격의료(이하 “원격의료”라 한다)를 할 수 있다. ②원격의료를 행하거나 받으려는 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시설과 장비를 갖추어야 한다. ③원격의료를 하는 자(이하 “원격지의사”라 한다)는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진료하는 경우와 같은 책임을 진다. ④원격지의사의 원격의료에 따라 의료행위를 한 의료인이 의사ㆍ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이하 “현지의사”라 한다)인 경우에는 그 의료행위에 대하여 원격지의사의 과실을 인정할 만한 명백한 근거가 없으면 환자에 대한 책임은 제3항에도 불구하고 현지의사에게 있는 것으로 본다. |
개정안 제34조(원격의료) ① 의료인(의료업에 종사하는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만 해당한다)은 자신이 근무하는 의료기관 외의 장소에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컴퓨터ㆍ영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진찰ㆍ처방 등 의료행위(이하 “원격의료”라 한다)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원격의료를 행하는 의료인(이하 “원격지의사”라 한다)은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는 다른 의료인의 지원을 요청하여야 한다. ② 원격지의사가 원격의료를 행할 수 있는 환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로 한정한다. 1.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응급환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 2. 원격지의사가 의학적으로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한 재진환자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 가. 도서ㆍ벽지 등 의료기관까지의 거리가 먼 지역에 거주하는 자 나. 교정시설의 수용자 등 의료기관 이용이 제한되는 자 다. 국가보훈대상자ㆍ장애인ㆍ노인 중 거동이 불편하여 의료기관 이용이 어려운 자 라. 가정간호 환자 등 의료기관 외의 장소에서 계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자 ③ 원격의료를 행하거나 받으려는 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장비를 갖추어야 한다. ④ 원격지의사는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진료하는 경우와 같은 책임을 진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로 인한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환자가 원격지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경우 2. 환자가 갖춘 장비의 결함으로 인한 경우 ⑤ 원격의료를 행하려는 원격지의사가 소속된 의료기관의 개설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⑥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원격의료 관련 개인정보를 탐지하거나 누출ㆍ변조 또는 훼손해서는 아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