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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위라면 "자유롭다, 행복하다"
얼음 위라면 "자유롭다, 행복하다"
  • 이영재 기자 garden@doctorsnews.co.kr
  • 승인 2010.04.0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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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아이스하키동호회 'ClubFoot'

지난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보름동안 우리를 열광케 했지만 개최국 캐나다에게도 더 없이 잊지 못할 순간을 남겼다.
역대 최고의 성적을 일군 캐나다는 대회 폐막일 국기(國技)로 알려진 아이스하키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금메달 숫자를 14로 늘렸다.

올림픽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해 일정을 잡은 듯한 결승전 상대는 예선에서 패배를 안겼던 미국. 결국 연장접전 끝에 캐나다의 믿음대로 신성 시드니 크로스비의 골든골로 경기를 매조지했다.

그날 거리는 흡사 '2002년 대∼한민국'을 연상시킬 만큼 붉은색 단풍잎으로 물들었다. 그들은 왜 그토록 아이스하키에 열광할까?

 

▶의사아이스하키 동호회 'ClubFoot'이 여자 국가대표 아이스하키팀과 정기 교류전을 마치고 자리를 함께 했다.

무대를 옮겨와 3월 어느날 서울 태릉아이스링크. 일군의 의사들이 모여 뉴트럴존 페이스오프 서클에 마주선 채 일전을 다짐하며 페이스오프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의사아이스하키동호회 'ClubFoot'.

지난해 10월 의기 투합한 12명의 정형외과 의사들이 모태가 된 이 모임은 3개월만에 팀을 구성하기 위한 엔트리를 채우고 지금은 23명으로 구성돼 있다.

매주 월요일은 목동아이스링크(오후 8시~9시30분)로, 금요일은 고려대학교아이스링크(오후 10시~12시)로 성남·노원·중랑·안산·일산 등지에서 하룻동안의 진료에 지친 몸을 이끌고 빠짐없이 달려오는 그들의 아이스하키에 대한 열정은 또 어디서 오는 것일까?

정형외과 의사들로만 구성된 이 모임은 난치질환 가운데 하나인 'clubfoot'(내반족·발이 안쪽으로 휘는 병)의 발모양이 아이스하키 스틱과 비슷하게 생긴 것에서 착안해, 레지던트 시절 수련의 시간을 추억하며 이제는 스틱을 들고 그 때처럼 함께 모여서 운동을 즐겨보자는 의미로 이름을 'ClubFoot'으로 정했다.

빠른 스피드와 화려한 스케이팅 기술, 현란한 스틱 핸들링과 박진감이 넘치는 바디 체킹으로 이루어진 팀 스포츠라는게 아이스하키의 가장 큰 매력이지만 이들의 한결 같은 생각은 다른 어떤 운동보다 정직한 스포츠라는 것이다.

만능 스포츠맨이나 각별한 운동신경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스케이트를 신고 스틱을 들고 각종 안전 장구를 갖춘채 빙판위에서 얼음을 제치고 퍽을 날리며 보낸 시간만큼은 결코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루를 쉬면 그만치 스케이팅 기술이 정체되고 또 하루를 쉬면 스틱워크가 무뎌지기 일쑤다.

정현일 회장(서울 양천·고려정형외과의원장)과 민경구 주장(서울 은평·민경구정형외과의원장)이 맏형이 돼 후배들을 독려하고 남혁우 팀장(서울 중랑·남정형외과의원장), 유재철 부주장(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김기성 부주장(서울 종로·수도정형외과의원장), 하학성 총무(서울 노원·코리아정형외과의원장) 등은 발로 뛰며 팀을 이끈다. 대부분 처음으로 스케이트를 신고 첫 발을 뗐기에 '한두달 타다가 그만두겠지'하는 주위의 기대(?)를 무심하게 저버린데는 이들의 노력이 밑거름이 됐다.

이들에게는 빙판 위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이 도전의 대상이다. 입문한지 얼마 안되는 까닭에 실력이야 부족함이 많지만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열정으로 무장하고 미진한 점을 채워간다. 물론 스스로 익힐 수는 없는 법.

'ClubFoot'이 자랑하는 최강의 코치진인 김영오 감독과 이재윤·김상욱·방승환 코치 등은 전·현역 선수출신으로 하루하루 조련의 마술을 통해 이들을 미완의 대기로 다듬어간다. 4월 한달 동안은 정례모임 외에 실전감각을 키우기 위해 매주 수요일 국가대표 여자아이스하키팀과의 교류전이 태릉아이스링크에서 예정돼 있다.

한달동안 매주 세 번씩 빙판을 달리는 강행군이지만 평소 익힌 기술과 팀 전술을 확인해보는 자리이기에 마다할 수 없다. 앞선 두 번의 경기에서 15대9, 12대6으로 모두 아깝게(?) 패했지만 승부에 집착하기보다 경기를 거듭하면서 좀 더 나은 플레이를 기약한다.

고려대링크 연습날 목동링크 한가운데서 늠름한 모습으로 장비를 갖추고 왜 아무도없냐고 연락하는 선배도 있고, 수지골절로 핀을 고정하고서도 스케이팅후 셀프 드레싱하는 동료도 있고, 비싼 스틱 구입한 날 문틈에 껴서 날린 후배도 있고….

진료현장의 시름과 격한 운동으로 인한 피곤이 밀려올 때면 이런저런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주는 이들이 있어 더욱 정겹다.

'ClubFoot'는 지금 꿈을 꾼다.

스케이트를 좀 더 잘 탔으면… 스틱 핸들링이 여유로웠으면… 팀워크가 더 잘 짜여졌으면… 등이야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풀어내야할 것들이니 꿈 곁으로 밀어놓는다.

소담히 쌓아 가고 있는 그들의 소망 몇가지….

어느 정도 모임의 기틀이 잡히면 1년 쯤 후에는 의사동호인 저변 확대에도 힘써보고, 더불어 국내 아이스하키 발전에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으면 더 좋고, 한편으로는 정형외과 의사로서 의학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도 만들어보고, 대내외적으로 'Club Foot'의 역량을 더욱 넓혀나가고….

해야 할 일이 많은 이들은 오늘도 얼음 위를 달리며, 또다른 세상을 느끼며 외친다.
"자유롭다."
"행복하다."

"아이스하키는 인생의 선물"

스물두명의 식구들이 보고 싶어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남자. 남혁우 팀장(서울 중랑·남정형외과의원장). 그는 창단 회원이기도 하지만 'ClubFoot'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틀을 갖추는데 마음을 쏟고 있다. 창단 이후 5개월 밖에 안됐지만 동호회는 내·외형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처음에는 지인들과의 만남의 장 역할에 만족하고 유니폼 맞춰 입고 동호회 구색 맞추는데 그치던 모습에서 지금은 스케이팅 기술이나 스틱워크가 많이 발전했습니다. 앞에서 끌고 뒤에서 따라가는 모습이기보다는 서로서로 독려하면서 더 나은 모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가 아이스하키를 하면서 생각하는 또 한가지는 가족운동으로 확장시키는 일이다.

"사실 저는 일곱살박이 아이와 함께 주말에도 운동을 합니다. 동호회 모임까지하면 많을 때는 일주일에 스케이트를 네 번 타게됩니다. 요즘은 유소년 클럽이 활성화되어 있어서 아이를 운동시키다가 따라서 입문하는 아빠들이 많습니다. 가족운동으로 충분히 즐길만 합니다"

동호회 활동 가운데 어려운 점도 꼽았다.

"아무래도 가장 힘든 것은 한정돼 있는 링크 확보입니다. 지자체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져준다면 해소될 수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사계절 일기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에 사회체육으로서의 저변 확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끝으로 그는 아이스하키가 왜 좋을까 궁금했다.

"신체적으로 건강해지고 정신적으로는 엔돌핀이 솟는게 느껴집니다. 운동을 마친 다음날은 진료실에서도 풍요롭습니다. 모두 아이스하키가 제게 준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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