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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인상 우리 손으로" ⑤

"수가인상 우리 손으로" 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0.04.0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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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재정 대형병원 집중 "이대론 안된다"

- 2009년 11월 25일 열린 제 21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미 -

2010년 수가결정 부대조건

1. 병원과 의원의 노력에 의한 2010년 약품비 4000억원 절감을 전제로 병원 1.4%, 의원 3.0% 수가인상한다.
2. 신상대가치제도 및 본인부담률 구조개선 등 의원 및 병원 경영개선을 위해 가입자·공급자·공익이 적극 협력한다.
3. 수가결정방식 개선을 추진한다.

 

"의원 수가를 올린다고 해도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려들고, 보험재정이 집중되는 의료이용 구조를 바꾸지 않는한 동네 병·의원들은 설자리를 잃게 됩니다. 문제는 대형병원으로 쏠리는 건강보험재정의 흐름을 어떻게 바꿔 균형을 맞출 수 있냐는 것이죠."

대한의사협회 대표단의 일원으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송우철 의협 총무이사는 "한정된 의료자원을 적절하게 배분하지 않으면 의료의 균형이 무너지고, 의료체계가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 총무이사는 지난해 21차 건정심에서 결정한 내용의 핵심은 "공익과 가입자단체가 현재의 의료공급체계가 왜곡돼 병원의 비중이 커지면서 국민의료비가 증가하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원의 경영구조를 개선키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 11월 25일 열린 건정심에서는 의료계가 주도적으로 약품비 절감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대신 '신상대가치제도 및 본인부담률 구조 개선 등 의원 및 병원 경영개선을 위한 협력'과 '수가결정 방식 개선' 등 부대조건을 도출했다.

마침 정부도 의료기관별 기능과 표준업무·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의협이 제안한 '표준업무 고시를 위한 위원회'와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TF'를 구성,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의·병협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약품비 절감 노력은 직접적으로 2012년 수가인상을 위한 협상의 기본자료로 활용키로 했다. "수가 1%인상이 뭐 그리 대단하냐"며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1600억원의 건강보험 재원을 마련하는 일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가입자·공익과 대화하면서 신뢰를 쌓지 않는한 단 1%의 수가인상은 물론 의료제도와 환경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더더욱 어렵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해 11월 25일 열린 건정심은 가입자·공익대표·의료계 등이 신뢰 구축을 통해 왜곡된 의료환경을 바꿀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 5개월 동안 전국의 모든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약품비 절감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향후 개원가로 건강보험재정의 물꼬를 돌릴 수 있는 의료제도와 환경을 만들어 가는 작업이 더 수월해 질 수 있다.

지난해 건보공단에서 시작해 건정심에서 실마리를 푼 협상과정은 치열함의 연속이었다.

개원가로 건보재정 물꼬 돌려야

2009년 9월 24일 국민건강보험공단 회의실. 대한의사협회와 건보공단 수가협상팀이 2010년 환산지수(수가) 협상을 위해 첫 악수를 나눴다. 의협 수가협상팀은 첫 상견례 자리부터 "보건의료체계 최후의 보루인 1차 의료기관이 무너지고 있다", "이대로는 도저히 못 살겠다"며 강공을 폈다.

10월 19일까지 6차례 팽팽한 긴장 속에 수가협상이 이어졌다. 하지만 건보공단이 최종 제시한 2.7%에 의협 수가협상팀은 사인을 하지 않았다. 2000년 수가계약제도 신설 이후 유일하게 계약이 성사된 2005년을 제외하고 9번 협상결렬이라는 기록이 남았다.

의협 수가협상팀으로 참여한 좌훈정 대변인 겸 공보이사는 수가협상 결렬 직후 "건보공단이 물가상승률에도 못미치는 수가를 제시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의사의 희생을 기반으로 설계한 건강보험제도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격앙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좌 대변인은 "일방적인 수가협상 구조를 비롯해 건강보험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언급했다.

협상 결렬에 따라 수가 결정을 위한 논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로 바통이 넘어갔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수가협상 결렬 이후에는 보건복지부 산하 건정심이 수가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

수가협상 결렬에 대한 책임을 물어 패널티를 줘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건보공단은 협상 결렬 다음날 오전 임시재정운영위원회를 연 자리에서 "의원과 병원의 2010년 요양급여비용은 공단이 제시한 인상률을 초과하지 않을 것을 건정심에 건의한다"는 부대결의 사항을 첨부, 건정심에 보고했다.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의 패널티 결의는 '최하위 수가'를 의미한다. '협상 결렬=최하위 수가'의 공식은 단 한 번도 깨진 전례가 없었기 때문.

의·병협 회장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공단이 찍으라면 찍고 말라면 말라는 식의 협상태도 앞에서 수가계약 구조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수가계약을 거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의·병협 회장은 "현행 건강보험체계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건강보험 수가계약제도 자체의 틀을 바꿔야만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의·병협은 수가계약제도 개선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건정심 위원들을 설득하는데 모든 역량을 쏟기로 의견을 모았다.

11월 6일부터 20일까지 4차례 열린 건정심 제도개선소위에서는 말많은 '총액계약제'가 고개를 들었다. 가입자단체가 의협에 2.7%의 수가를 보전하는 대신 '총액계약제'를 제안하고 나섰던 것.

수가협상 초기부터 건보공단은 2010년 건강보험 재정과 지속가능성 문제를 제기하며, 의료계의 수가인상 요구를 무마했다. 가입자단체는 틈틈이 수가인상을 당근으로 내세우며 '총액계약제' 수용 카드를 꺼냈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급여비가 급증하자 정부는 보험재정 확보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약품비 증가도 심각해서 2008년 한 해 10조원을 넘어섰으며, 2009년 말 11조, 2010년 말 12조 등 해마다 1조원 이상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지출을 줄이기 위해 약품비 절감에 돈을 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복지부는 제도개선소위에서 5000억원의 약품비를 절감해 이를 보장성 강화 자금으로 돌리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하기도 했다.

의·병협을 둘러싼 포위망이 점차 좁혀지는 급박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이때 의협 수가협상팀이 바쁘게 움직였다. 협상 결렬까지 염두에 둔 전략을 세운 터였다.

의협이 자율적으로 약품비를 절감하겠다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복지부의 발표대로 규제나 고시에 의해 타율적으로 약품비를 줄어야 하는 수세적인 입장보다는 의료계가 자율적으로 지출구조를 컨트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

짧은 시간에 이러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5개월 넘게 수가협상을 위한 준비를 해 왔기 때문. 경만호 집행부는 2009년 5월 1일 첫 상임이사회를 연 자리에서 수가협상을 위한 팀을 구성키로 결정했다. 일주일 뒤에 열린 2차 상임이사회에서 정국면 보험부회장과 양훈식·유승모 보험이사를 비롯해 좌훈정 대변인 겸 공보이사를 중심으로 '수가계약팀'이 구성됐다.

9월 3일에는 '수가협상팀'과 별도로 상임이사·시도의사회·개원의협의회를 대표하는 '수가협상대책위원회'를 결성, 측면 지원에 나섰다. 수가협상팀과 대책위를 중심으로 수가협상 뿐만 아니라 대형병원으로 집중되고 있는 건강보험 재정의 흐름을 바꾸기 위한 준비작업이 계속됐다.

건정심 본회의를 5일 앞둔 11월 20일, 마지막 제도개선소위에 앞서 의협과 공익대표 간에 '약품비 절감'과 '수가보전'을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논의는 뚜렷한 진척을 보지 못했다. 제도개선소위 논의에 대해 시도의사회장과 대개협 회장도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실행안에 대해서는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신중론을 폈다.

2009년 11월 25일 보건복지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 21차 건정심은 마침내 얽힌 실타래의 실마리를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의협과 공익대표 간에 간극이 급속도로 좁혀지기 시작했다.

회의장을 박차고 나올수도 있는 위기의 순간을 넘기며 '신상대가치제도 및 본인부담률 구조 개선 등 의원 및 병원 경영개선을 위한 협력'과 '수가결정 방식 개선'이라는 부대조건의 윤곽이 나왔다. 2010년 약품비 절감 목표액을 50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1000억원을 줄이는 협의안도 도출됐다.

중재안은 건정심 위원들의 합의하에 표결없이 통과 수순을 밟았다.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의 부대결의(패널티)라는 완고한 벽을 처음으로 깨트리고 2010년 의원수가는 3%(병원 1.4%)로 결정됐다.

의협수가협상팀으로 참여한 양훈식 의협 보험이사는 "건정심 위원 다수가 의원급 의료기관의 극심한 경영악화에 공감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구조 개선과 함께 1차 의료를 육성·발전시키기 위한 합의를 도출했다는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이는 현실적이며, 대등한 입장에서 수가계약을 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양 보험이사는 "1차 의료기 망가지면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되고, 이는 건강보험제도 뿐만 아니라 의료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국민과 가입자·공급자 대표에게 모든 역량을 집중해 알리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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