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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액계약제 "당장 실행 불가능하다"
총액계약제 "당장 실행 불가능하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0.03.2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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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전달체계 미비·고령화 진행 등 팽창기에는 '곤란'
정형근 이사장 "공론화 시작해야…공공병원부터 모색"

▲ 건보공단 주최 금요세미나에 참석한 발표자들이 총액계약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우측부터 강길원 충북의대 교수, 김양균 경희대 교수, 정영진 인도주의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의협신문 김선경
당장 총액계약제를 시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기적인 로드맵과 사회적 합의를 거쳐 시행여건을 조성해 가면서 도입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조언에 무게가 실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주최로 26일 열린 금요조찬세미나에서 김양균 경희대 교수(경영대학 경영학부·의료경영)는 '의료비 상환체계의 방법과 효과에 대하여'에 관한 주제발표를 통해 "고가서비스·입원·병원외래·의원 등을 패키지별로 나눠 점차 확대해 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총액계약제를 당장 시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2012년부터 총액계약제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형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발언 이후 건보공단이 처음 마련한 이날 세미나는 총액계약제를 당장 시행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전망에서부터 다양한 수가지불제도의 장단점에 대한 분석과 함께 저수가와 의료전달체계의 혼란 속에 놓여있는 한국의 의료현실 속에서 실현 가능한 제도는 어떤 형태인지 등 다양한 분석과 의견이 나왔다.

■ 총액계약제 시행 언제쯤?
총액계약제를 언제 시행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김 교수는 "가격표와 공급량(소비량) 등의 자료만 갖고 당장 실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점진적인 확대에 무게를 실었다.

강길원 충북의대 교수(의료정보학 및 관리학)는 "의료환경의 개선이 없는 상태에서 지불제도의 급격한 변화는 접근성과 의료의 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의과와 한방 등 부문별 역할 분담과 전달체계가 미비하고, 의사수가와 병원수가가 분리돼 있지 않으며, 급격한 노령화와 의료에 대한 수요가 급속히 증가하는 팽창기에서 총액으로 묶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지불제도 개편은 오랜기간 사회적 비용을 들여야 하는 문제"라며 "장기적으로는 찬성하지만 기술적 측면에서 적용이 용이하다는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공공의료 확대·의료전달체계 개선·급여범위 확대 등 의료환경을 정비하는 준비기간을 감안해 2030년에나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 교수는 예상했다.

정영진 인도주의의사협의회 사무처장(서울보훈병원 가정의학과장) "어차피 총액계약제는 당장 시행하지는 못한다"며 "GDP 대비 국민의료비 지출이 10%대로 올라가 재정 확충이 무한정 가능하지 않고, 국민이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장기적 계획을 갖고 한 단계씩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총액계약제 하는 나라들 장·단점?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김양균 교수는 다양한 진료비 상환제도의 특징과 효과에 대해 설명한 뒤 총액계약제를 적용하고 있는 네덜란드·대만·독일 사례를 소개하며 장·단점을 함께 설명했다.

김 교수는 중앙정부가 지출상한을 결정하는 경직된 형태의 대만보다는 협상과 유연한 상환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네덜란드와 독일 방식에 무게를 더 실었다. 김 교수는 "네덜란드는 중앙질병질병금고와 32개 지역질병금고간에 시장경쟁을 유도하고 있고, 예산과 실제 지출의 차이가 발생할 경우 각 지역질병금고에서 자체 결정한 고정요금 보험료로 충당하고 있다"면서 "병원은 추가적 서비스량에 대해 보험자(질병금고)와 협상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시설과 장비에 대해서도 별도로 상환을 하고 있다"고 밝힌 김 교수는 "병원에 대해서만 총액계약제를 하고 의원은 행위별수가제를 적용하거나 포괄성이 약한 방식으로 단계적인 접근을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네덜란드의 경우 의료수요가 예산을 초과해 환자들의 대기시간이 장기 적체현상이 발생하면서 최근에 고정예산 방식을 목표예산 방식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며 제도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총액계약제는 정확한 가격표 산정과 대상 서비스를 구분할 수 있으면 행위별수가체계에서도 간편하게 전환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 "다만 가입자당 가격이 나눠져야 하므로 의료전달체계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 합리적 지불제도는?
김양균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높은 노인인구 비율과 장기 재원기간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의료비 상승이 없는 일본의 전달체계와 의료보험·의료이용 행태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한국과 같이 행위별수가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의 제도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포괄수가제(DRG) 도입 과정에서 당연 적용의 실패를 경험한 강길원 충북의대 교수는 "지불제도 개편은 오랜기간과 많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개편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부·보험자·의료계·소비자단체가 참여하는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국회 논의과정을 거쳐 지불제도 개편과정을 법적으로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 교수는 "총액계약제를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진료비 예측을 비롯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하고,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면서 10년 시행 경험이 있는 DRG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정영진 인의협 사무처장은 "현재의 의료제도를 개편하지 않은 상태에서 총액계약제로 가게 되면 잘못하고 있는 병원은 이득을 보고, 잘하고 있는 병원은 손해를 보게 될 수 있다"며 "치료중심에서 예방과 건강증진을 강화하고, 일차의료 강화와 주치의제도 도입 등 현 의료제도부터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칙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한 정 사무처장은 "단기적으로 국고지원을 전체 재정의 20%로 늘리고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점진적으로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고 현행 행위별수가제 상황에서의 문제점부터 개선해야 한다는데 무게를 실었다.

■ 정형근 이사장 지불제도 개편 공론화 의사 밝혀

▲ 2012년 총액계약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발언, 파문을 일으킨 정형근 건보 공단 이사장이 금요세미나에 참석, 발표를 듣고 있다.ⓒ의협신문 김선경
총액계약제 발언으로 보건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정형근 건보공단 이사장은 이날 시행시기에 대해 서는 말을 아꼈다.

정 이사장은 "현행 행위별가수제는 공급자 입장에서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할 유인을 부여해 질적인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제도지만 의료의 유인수요를 창출한다는 점이 치명적 단점"이라며 행위별수가제도 개편에 상당한 의지를 보였다. 정 이사장은 "수가가 충분히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수가인상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건강보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지불제도를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 정 이사장은 "일방적인 추진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공론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보험자와 공급자가 충분한 협상을 통해 총액을 산정하고 있는 독일 사례를 예로 든 정 이사장은 "정부·공급자·가입자·보건의료 전문연구자가 함께 논의해 의료의 질을 높이고, 충분한 수가를 보장하면서도 (건강보험이)지속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건강보험과 관련이 있는 단체가 모여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일부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공병원부터 총액계약제를 도입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져 오는 2011년부터 모든 지역거점 공공병원에 신포괄수가제를 확대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지불제도 개선정책과 혼선이 우려된다. 아울러 건보공단 산하 일산병원의 경우에도 지불제도의 하나인 신DRG시범사업을 수행하고 있어 총액계약제를 시범도입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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