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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을 애도하며

법정스님을 애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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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3.2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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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봉전(부산·한봉전내과)

기원전 399년 봄 70세의 철인 소크라테스는 아테네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아테네시민에게 말했다.

"자! 떠날 때가 왔다. 나는 죽으러 가고 여러분은 살러 간다. 누가 더 행복할 것인가? 오직 신만이 안다."

그는 그 말과 함께 독배를 마시고 죽음을 맞이했다. 소크라테스가 처형날을 기다리고 있을 때 친구 클라톤이 찾아와 탈옥을 권유했다. 그러자 소크라테스는 "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사는가가 중요하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소크라테스를 누가 죽였는가? 아테네의 어리석은 민중이다. 아네테 시민은 그가 국가가 인정하는 신들을 믿지 않고 청년들을 부패타락하게 하였기에 사형선고가 마땅하다고 여겼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 철학의 목적은 자기자신을 바로 아는 것이다.

아테네 시민 여러분은 돈과 명예와 쾌락의 추구에만 골몰하는 것을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과연 우리는 무엇에 최대의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자기의 인격완성과 자아실현"이라고 갈파했다.

공자의 경우에도 여러 문헌을 통해 구도적 정신이 얼마나 강하고 뜨거웠던가를 알 수 있다. 그는 "아침에 진리의 말씀을 듣고 깨우치면 저녁에 죽어도 여한이 없다(朝聞道 夕死可矣)"라고 말했다.

그는 기원전 479년 4월에 7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공자가 세상을 떠나기 한 두 해 전 70년의 생애를 돌아보며 감개해 다음과 같이 썼다.

"나는 열다섯에 성인의 학문을 하기로 뜻을 세우고, 서른에는 정신적·경제적·사회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마흔이 되어 어떤 사태에 직면해도 흔들리지 않는 불혹의 경지에 이르렀으며, 쉰이 되어 천명을 깨달았다.

예순에는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곧 이치를 깨달아 알게 되었고, 일흔이 되어서는 무엇이든 하고싶은 대로 하여도 크게 이치에 벗어나지 않았다. " 천명이란 하늘이 부여한 사명도 되고 피할 수 없는 운명도 된다. 예순을 뜻하는 이순(耳順)이란 말은 귀에 거슬리지 않게 남의 말을 이해할 수 있고, 남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는 말도 된다.

자로가 물었다. "죽음이 무엇입니까?"

공자는 "생이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죽음을 어찌 알겠느냐"고 답했다. 그러나 말년에 부인이 죽고 제자 자로도 위나라 내전에서 전사하고, 아들 이도 죽고 학문의 후계자로 생각하던 안연 마저 요절하자 공자는 "하늘이 나를 망쳤도다"라며 통곡했다고 한다.

80세의 석가는 아난과 여러 불자에게 마지막 설법을 했다.

"생자필멸(生者必滅), 회자정리(會者定離)이니 내가 죽은 뒤에는 너 자신을 등불로 삼고, 진리를 등불로 삼고, 쉬지말고 노력해라"

이어 "모든 생물은 부처가 될 수 있는 불성을 갖는다. 부처가 무엇이냐? 진리를 깨닫는 자이다"고 덧붙였다.

고려 말 백운 선사는 임종계에서 "사람이 칠십을 사는 일/예로부터 드문 일인데/일흔 일곱해를 살다가/이제 떠난다/내 갈 길 툭튀었거니/어딘들 고향 아니랴/무엇하려 상여를 만드는가/이대로 홀가분히 떠나는데/내 몸은 본래 없었고/마음 또한 머문 곳 없으니/태워서 흩어버리고/시주의 땅 차지하지 말라"고 설파했다. 

무소유를 몸소 실천하며 78세를 살다가신 법정스님께서는 혹시 어떤 임종계를 남기셨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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