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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면피용 총액계약제는 부당

시론 면피용 총액계약제는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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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3.2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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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구일(의료와사회포럼 사무총장)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움직임은 흥미롭다. 5000억원 재정추가 확보를 위한'비상경영'을 선언하더니 정형근 이사장은 느닷없이 총액계약제를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우선 건강보험의 재정위기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매년 2조원 가량의 국고지원금이 필요한 적자상태이고, 실질적으로 적립금 역시 수천억 원에 불과해 모든 병원이 지금 청구하지 않은 보험급여를 한꺼번에 청구한다면 바로 지급불능 상태에 놓일 정도로 중환자실의 환자 같은 제도가 바로 대한민국 건강보험의 현실이다.

의약분업 이후 급격히 늘어난 조제료와 선심성 식대급여화, 대책없는 보장성 강화 방안 등이 그 원인이다.

조제료·보장성 강화 재정위기 원인

이런 건강보험의 위험성은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를 나타냈고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는데 공단은 마치 재정위기가 갑자기 찾아온 것처럼 위기감을 고취시키고 있다.

사실 보험자 입장인 공단이 나서서 총액계약제를 하겠다는 것은 월권행위이다.

여기서 우리나라의 보험에 관한 비민주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계약이란 것은 공급자·소비자·정부가 합의하에 이루어지는 것인데 보험자가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마치 힘을 가진 권력기관처럼 강행하겠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후진국적 사고방식이다.

총액계약제를 언급하면서 외국의 사례를 들어 선진국적 보험방식이라 주장하지만 이도 사실이 아니다.

유럽 몇몇 나라는 오래된 총액계약제에 변화를 주려고 하고, 그 본질은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과 경쟁을 통한 효율성의 제고이다.

네덜란드는 국가주도의 공단을 없애고 보험사에 환자를 위임하면서 나이·성별·질병유무에 따른 보험가입 제한을 못하도록 하고(risk equalization), 보험사 간 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로 보험료를 절감하고 있다(managed competition).

며칠 전 오바마 행정부의 건강보험개혁 법안도 사실은 같은 것이다. Public option이라는 제도를 통해 민간보험사와 경쟁을 시키겠다는 것이 그 본질이다.

전 세계적인 추세는 명확하다. 환자들의 자기건강에 대한 자각과 건강관리·자기관리를 하면 보험료를 절감하는 시스템, 보험사 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이다.

보험사 경쟁 통해 효율성 높이고 보험료 절감

공단의 내부경쟁 도입이라는 것도 이러한 경쟁을 보고 와서 하는 얘기지만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십 여년전 공단 통합은 추세에 어긋나는 것이었고 지금까지 좌측깜박이를 켜고 우측으로 달린 자동차와 같다고 할 수 있다. 통합의 예상효과는 간데 없고 거대공룡 조직만이 남아있다.

공단의 관리운영비는 방만하기 그지없다. 2005년도에 8200억원이던 관리운영비는 2006년도에 7500억원으로 줄어드는데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사업비용에 사업경비라는 항목을 새로 신설하여 비슷한 항목의 비용을 나누어 처리한 것이다. 2개 항목의 사업경비를 합치면 2008년도에 1조원에 이르더니 2009년도에는 1조 3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전산기술과 정보기술의 발달로 공단의 업무자체는 많이 효율성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비용절감은 되지 않는 비효율적인 조직이다.

항상 지적되어온 역피라미드형의 구조적 문제도 정형근 이사장의 취임이후에도 전혀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관리운영비 방만 2009년 1조원 돌파

보험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 보자. 예측할 수 없는 위험에 비용을 모아놓고 대비하자는 것이다. 비용을 정해놓는다고 위험이 예측되는 것이 아니다. 감당할 수 있는 비용만큼만 위험에 대비되는 것이지 모든 위험을 다 보장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총액계약제는 공단 개혁의 본질을 호도하는 면피용에 불과하다. 공단은 낡은 사고에서 벗어나 의료서비스 선진화를 위해 개혁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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