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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인상 우리 손으로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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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명덕 기자 mdcho@doctorsnews.co.kr
  • 승인 2010.03.2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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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품비 절감은 '선택' 아닌 '필수'

의약분업 시행과 함께 2001년 이후 약품비는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여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같은 약품비 비중의 브레이크 없는 증가는 결국 국민과 요양기관의 피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2010년도 건강보험수가가 결정되기 전부터 의료계의 자발적인 약품비절감 여부에 상관없이 올해부터 자체적으로 약품비 절감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물론 약품비 증가의 책임이 의료계에 있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의료계가 2010년도 수가결정 과정에서 '약품비 절감'이라는 부대조건을 수용한 것은, 약품비 절감의 수동적 대상이 돼 통제와 견제를 받기만 하기 보다는 주도적으로 나섬으로써 왜곡된 요양급여비용 체계를 바로 잡아 장기적으로 유리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또 저수가·원외처방약제비 환수·리베이트·임의비급여 등 의료계를 둘러싼 현안의 저변에 깔려있는 문제가 약품비인 만큼 이번 기회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차원에서도 약품비 절감을 의료계가 주도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약품비 증가추세가 얼마나 심각한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2001년 요양급여비용 총액 17조 8195억원 가운데 23.46%(4조 1805억)를 차지했던 약품비는 증가를 거듭해 2008년에는 29.41%(35조 365억원 가운데 10조 3036억원)에 달하게 됐다<표 1>.

요양급여비용 총액은 96.6% 늘어났으나 약품비는 146.4%나 증가한 것으로, <표>에서 보듯 약품비 급증의 주범은 의약품사용량의 증대 및 약국조제료 등의 폭증임을 알 수 있다.

2008년도 약품비 10조 3036억원 가운데 약국의 약품비가 무려 7조 1908억원(69.8%)에 이를 뿐만 아니라 의약분업 시행 이전에는 국민이 전혀 부담하지 않았던 조제행위료가 2008년의 경우 2조 3701억원이나 지출돼 건강보험 총진료비의 6.8%를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2008년 EDI 진료실적을 토대로 요양급여비용의 진료내역을 기본진료료·처치료 및 진료행위료·약품비·재료대 등 4대 항목별로 구분하면, 약국의 약품비 구성비율이 심각성을 알 수 있다<표 2>.

2008년의 경우 요양급여비용 총액 35조 366억원 가운데 기본진료료가 10조 3253억원(29.47%), 처치료 및 진료행위료가 12조 8846억원(36.77%), 약품비가 10조 3036억원(29.41%), 재료대가 1조 5231억원(4.35%)를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구성분포를 2007년과 비교하면 처치료 및 진료행위료와 재료대는 각각 01.7%p 증가하고, 기본진료료와 약품비는 각각 0.66%p와 0.08%p 감소한 것이다. 전체 약품비가 감소한 반면 약국약품비는 2007년 74.22%에서 2009년 75.21%로 오히려 0.99%p 늘어났다.

이와 함께 급속한 노령화에 따른 노인인구의 급증도 약품비 증가에 한 몫을 하고 있다.

2009년 상반기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인구 4845만명 가운데 노인인구는 9.8%에 달하는 473만 5000명에 이르고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2009년 상반기 건강보험 총진료비 19조 411억원 가운데 노인진료비가 6조 308억원으로 31.7%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노인 1인당 월평균 진료비의 경우 2009년 상반기 21만 2384원으로, 건강보험 적용 노인인구가 7.2%를 점유했던 2002년의 9만 575원 보다 2.3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건강보험 적용 노인인구의 비율 자체가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1인당 진료비도 크게 늘어난 가운데 노인인구의 특성상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많아 약품비 비중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더욱이 2015년 이후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으로 노인의료비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약품비 절감을 위해 고삐를 당길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OECD 주요국가와 비교해서도 한국의 약품비 지출비중은 심각한 실정이다.

OECD가 지난해 발표한 2007년 헬스데이터에 따르면, 총보건의료비 대비 의약품 지출비중은 OECD 국가의 평균이 17.3%인 반면 한국은 24.7%에 달한다. 네덜란드(11.0%)·미국(12.0%)·호주(13.7%)·독일(15.1%)·프랑스916.3%) 등 10%대에 머문 구미 선진국은 물론 일본의 19.6%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

특히 약품비 비중이 12%로 한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미국의 경우 국민 1인당 보건부분 총지출은 7290달러로 한국의 1688달러에 비해 4.3배, 내원일당 진료비는 1603달러로 한국의 108달러의 15배에 달하고 있다.

이같은 통계는 미국은 진료행위에 대한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반대로 한국은 약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편 요양급여비용 총액에서 유형별 진료비의 점유율 변화도 약품비 증가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수가계약제가 도입된 2001년의 경우 병원급과 의원급의 진료비용은 각각 5조 6685억 5300만원과 5조 8469억 1300만원으로 거의 차이가 없었으나 이후 해마다 병원급은 증가하고 의원급은 감소해 2008년에 이르러서는 각각 14조 5695억 8300만원과 조 2468억 6500만원으로 2배 가까이 격차가 벌어졌다.

같은 기간 요양급여비용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병원급은 31.8%에서 41.6%로 늘어난 반면 의원급은 32.8%에서 23.5%로 줄었다.

의료전달체계가 붕괴직전임을 보여주는 이같은 점유율 격차는 1차의료의 생존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심각하게 요구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다행히 이처럼 약품비의 가파른 증가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희망을 주고 있다. <의협신문>이 창간 43주년 기념특집호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약품비 절감에 대해 의사 10명 가운데 6명이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약품비 증가를 방치해 건강보험이 붕괴된다면 현행 제도에서는 일선 의료기관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 밖에 없는 실정에서 이제 약품비절감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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