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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 위해 공중보건의사 없애라

공공의료 위해 공중보건의사 없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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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3.0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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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영진(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주무이사)

춘추시대 진(晉)나라 문공(文公)은 성복(城)이라는 곳에서 초(楚)나라와 일대 접전을 벌이게 되었다. 그러나 초나라 군사의 수가 진나라 군사보다 훨씬 많을 뿐만 아니라, 병력 또한 막강하였으므로 승리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다 호언(狐偃)에게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예절을 중시하는 자는 번거로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움에 능한 자는 속임수를 쓰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속임수를 써 보십시오." 문공은 다시 이옹(李雍)의 생각을 물었다. 이옹은 호언의 속임수 작전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별다른 방법이 없었으므로 다만 이렇게 말했다.

"못의 물을 모두 퍼내어 물고기를 잡으면 잡지 못할 리 없지만, 그 훗날에는 잡을 물고기가 없게 될 것이고, 산의 나무를 모두 불태워서 짐승들을 잡으면 잡지 못할 리 없지만 뒷날에는 잡을 짐승이 없을 것입니다.

지금 속임수를 써서 위기를 모면한다 해도 영원한 해결책이 아닌 이상 임시방편의 방법일 뿐입니다." 이것은 '갈택이어(竭澤而漁)'라는 고사성어의 유래가 된 유명한 일화이다.

일 년 동안 칼럼을 연재하면서 항상 비판의 목소리를 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최소한 우리나라의 공중보건의사 제도만큼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현역 입대를 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헐값에 생색내고 싶어 하는 정부의 계산이 딱 맞아 떨어진 제도이겠으나, 어찌 되었든 공공의료의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하며 땀 흘리고 있는 공중보건의사들의 막중한 가치에 비해 그 대우는 매우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 나는 보수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예방 접종이든, 일반 진료이든, 정책 연구이든 간에 어떠한 결정권도 없이 그저 정부의 지침대로만 따라야 하는 이 제도에서 의사로서의 의학적 판단과 가치는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무분별한 신종플루 예방접종의 위험성과 섬 지역 야간 응급상황시 홀로 관사에 남겨져 있는 일반의가 대처해야하는 상황 등에 대해서 아무리 문제제기를 해봐도, 결국은 "일하기 싫어서 그런 거잖아…"라는 터무니없는 응답밖엔 듣지 못하였다. 관료들은 의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한다.

어찌되었든 환자를, 건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의사이지 않는가?

나는 방문진료시 혈압이 190이 넘고 혈당이 400가까이 되는 어르신들은 종종 본다. 이분들 모두 분기별로 한 번 올지 안올지도 모를 보건소의 방문진료팀만 기다리다가 병원에 갈 적절한 시기를 놓친 분들이다.

가봤자 파스만 몇 장주고 오는 것이 전부인데 말이다. 혈압, 당뇨약, 하다못해 NSAID라도 좀 비치해놓자고 하면 예산이 없어서 못한단다.

이런식으로 계속할 거라면 정부는 공중보건의사제도를 차라리 없애길 바란다. 이런 생색내기 정책 때문에 정말 필요한 진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

차라리 바우처 등을 만들어 병의원에서 무료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해드리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지 않겠는가? 무엇이 정말 공공의료이고 국민의 건강을 위한 길인지 정책을 만드시는 분들은 제발 좀 고민해 주시기를 바란다. 못이 마를 날이 이제 얼마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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