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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 연극 '이', "남자의 사랑이 더 강하다?"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 연극 '이', "남자의 사랑이 더 강하다?"
  • 윤세호 기자 seho3@kma.org
  • 승인 2010.03.0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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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로 심금 울려

 

연산(장내하)과 공길(오만석)을 시기하는 장녹수(진경).

 

절대 권력의 지존이나 늘 공허함에 시달리며 허무의 일상을 못견뎌하는 연산, 미모와 색계를 이용해 한 시대를 풍미한 탐욕의 그 끝 장녹수…. 이 둘 사이에 삼각 러브라인을 만들며 아슬아슬한 공명을 쫓는 연산의 '이' 공길. 마지막으로 그를 진정으로 사모하며 광대로서의 진의를 깨우치게 하는 장생. 이렇게 그들의 서로 질긴 사랑 놀음이 시작된다.

지난 5일,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10주년 기념 특별 공연으로 연극 '이'가 무대에 막을 올렸다. 이번 공연은 지난 10년간의 역사를 함께 한 배우들이 총 출연해 눈길을 끈다. 화제의 공길역의 오만석, 연산의 카리스마 명연기 김내하 외 정석용, 김호영, 이승훈, 전수환 등이 연기를 펼친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는 장생의 시각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또한 장생과 공길이 단순히 광대로서의 우의에 초점이 맞추어진 반면 연극 '이'는 연산과 공길의 입장에서, 특히 공길은 신분상승욕에 따른 정치적 인물로서 강한 인상을 보여준다.

결코 영화에서처럼 마냥 곱기만한 공길은 '이'에는 존재 하지 않는다. 또한 괴행을 일삼는 연극 '이'의 연산은 태생적으로 그가 가진 심리적 상처가 절규하는 대사 속에 생생히 녹아 있어 객석에서 연산의 고통이 피부로 와 닿는 듯 했다. 어쩌면 그를 보여주는 이가 김내하였음에 그랬던 것일까? 장장 2시간 30분 동안 연산이 보여주는 암울한 카리스마는 무대와 객석을 충분히 압도하고도 남았다.

공길을 구하러온 장생(이승훈), 하지만 끝내 연산의 칼에 목숨을 잃는다.
총 2막으로 이루어진 연극 '이'는 1막은 연산과 공길, 장녹수의 첨예한 사랑싸움과 암투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중간 중간 광대들이 벌이는 코믹한 장면이 극적 긴장감을 풀어준다. 2막은 무겁고 슬픈 내용이다. 연산에 대한 정치적 반란 속에 녹수의 모함에 빠진 공길과 이를 구하려는 장생의 애처로운 사랑이 극의 클라이막스로 치닫는다.

처형당한 장생을 두고 연산을 향해 회한과 분노를 터트리는 공길, 반정과 함께 끝내 목숨을 잃은 공길의 시신을 부여잡고 절규하는 연산. 그들의 모습에서 과연 이들의 사랑이 무엇이 희롱이고 암투였는지 혹은 동성애라고 돌을 던질 수 있는 것인지?…아니러니한 것은 이 연극에서 보여 지는 사랑, 즉 여자(녹수)=남자(연산)와의 사랑은 도망으로 끝나지만 남자=남자(공길·연산·장생)와의 사랑은 죽음을 불사한다. 심지어는 연산마저도…그래서 관객은 아무도 그들을 미워 할 수 없다. 이루어 질 수 없는 그 사랑…그 끝이 가슴을 처연하게 한다.

연산이 절규한다. "인생 한바탕 꿈, 그 꿈이 왜 이리 아프기만 한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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