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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취축'을 아시나요
'전자취축'을 아시나요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10.02.1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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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옥(충남의대 재활의학과 교수)

2000년 하고도 10년이 더 지나 어느새 2010년이 되었나 했더니 벌써 음력설이 지나고, 2월도 며칠 남지 않았다. 세월의 속도를 느낄 틈도 없이 밀려 온 듯한 느낌이지만, 어릴 적부터 2월과 3월 사이에 경험한 설레임이 되살아나서 나를 들뜨게 한다.

졸업과 입학을 통해 정든 이들과 헤어지며, 새로운 이들과의 만남을 기대하게 하는 이 계절의 마력이 지금까지 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특별히 의사들은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더 오랜 동안 학교 달력의 영향을 받게 된다. 인턴을 시작하는 것도, 새로운 전공의 과정을 시작하고 마치는 것도, 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는 것도 모두 이 계절에 경험하는 일이 아닌가.

전공의를 수련하는 프로그램에서는 2월에 퇴국식이라는 모임이 있다. 일본이 원산지인 것으로 추정되는 '의국'이라는 이름이 사용되는 범위는 다양하지만, 전공의 과정을 시작하는 것을 '입국', 마치는 것을 '퇴국'이라고 부르는 것은 일반적인 듯하다.

그러나 나는 수련프로그램의 책임을 맡았던 초기에 그 퇴국이라는 단어가 참 마음에 들지 않았다. 4년간의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시험에 합격해서 전문의가 된 제자들을 의국에서 내보낸다는 것을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던 것일게다.

그래서 억지를 좀 부렸다. "우리 의국에는 퇴국이라는 단어는 없다"고. "오로지 입국만 있을 뿐이며, 한번 입국한 사람은 평생동안 의국원으로 가족처럼 같이 지내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다른 과에서 소위 퇴국식을 할 때, '전문의 자격 취득 축하회'를 열어 퇴국을 시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던 것이 벌써 20년이 되었다.

이름이 길다고, 단축어를 사용하기 좋아하는 제자들이 '전자취축'이라는 해괴한 단어를 만들어 '우리들'끼리만 사용하는 은어처럼 되어 버린 '전문의 자격 취득 축하회'. 이미 전통처럼 되어 버린 이 행사를 돌이켜보니, 다 성장한 제자들에게 날개를 달아 날아가도록 격려하지 못하고, 영원한 의국원이라는 올가미로 붙잡아 보려고 했던 성숙하지 못했던 고집이 도리어 부끄럽다.

그렇다고 붙잡아지는 것도, 붙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제 나에게 정년퇴임까지 남은 시간은, 그동안 잘 못했던 일들은 바로 잡으며 잘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이리라.

그 중 하나로, 금년의 전자취축은 퇴국식으로 이름을 바꾸어 주고, 제자들에게 날개를 달아 비상하도록 응원을 해주려 한다.

더 높이, 더 멀리 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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