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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에 들어가면서…선생님에서 의사선생님으로

인턴에 들어가면서…선생님에서 의사선생님으로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10.02.1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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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선(건국대병원 인턴)

피말리던 의사국가고시를 치루고 합격 소식을 처음으로 접했을 때, 한 후배로부터 문자 한통이 왔다. "선생님, 축하합니다." 문자를 보는 순간, '아… 나도 이제 드디어 의사선생님이 되는구나' 하며 약간의 으쓱함으로 스스로 대견해하며 자축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6년 전과 같은 질문을 또다시 나에게 하게 되었다.

'내가 과연 선생님으로서의 자격이 있는가?' 대학을 졸업한 후에 나는 상당기간 입시학원에서 강사 생활을 하면서 선생님으로 불리었다. 강사 생활을 그만두고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하게 된 큰 계기 중의 하나가 이 질문이었다.

사춘기의 학생들에게 나의 말 한마디와 나의 생각이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과연 내가 '선생님'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수없이 되물었었다. 나는 이제 후배의 말처럼 곧 '의사선생님'이 된다. 물론 예전과 마찬가지로 나는 '의사선생님'으로서 턱없이 부족하다.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다는 이유만으로 누가 나에게 어디가 아프다고 물어오면 덜컥 겁부터 난다. 올해 처음으로 시행된 의사국가고시 실기시험을 준비하느라 열심히 여러 시술들을 연습하기는 했다. 마네킹에다가만….

나는 동맥혈채취도 서툴고, 도뇨관 삽입도 서툴고, L tube를 삽입하는 것에도 서툴다. 그 모든 시술들을 직접 환자에게 한다는 것은 더욱 두렵기만 하다. 혹시나 혈관이 안 잡혀 계속 주사만 찌르게 되면 어쩌나, 도뇨관을 삽입하는데 안 들어가서 환자가 계속 아파하면 어쩌나, 환자가 아프다는데 impression(진단명)을 못 잡으면 어쩌나….

어느 과에 noti를 해야 하는지, 무슨 약을 써야 하는지, 하물며 아파하고 있는 환자에게 무슨 말을 건네야 하는지…나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

그런데 나는 이제 곧 인턴 근무를 시작해야 한다. 아~ 한숨뿐이다.

선생님과 의사선생님. 학생실습을 돌면서 혼란스러웠었다. 부족한 내 자신을 느끼고 도망나왔던 선생님의 자리. 질풍노도의 시기인 학생들에게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한 마디에 부담을 느끼고 나는 도망나왔다. 의전원에 들어와보니 교수님들의 한 마디는 환자들에게 더 영향력이 컸다.

의사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환자에게 때론 희망을, 때론 절망을 주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아~ 한숨뿐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할 줄 아는 것도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나는 의사선생님이 되고 싶다.

나는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처음, 초보라는 것의 장점이 뭔가? 모른다는 것을 누구나 인정한다는 것이 아닐까. 모르면 교수님과 전공의 선생님들께 열심히 물어볼 것이고, 부족한 점이 있다면 열심히 야단 맞을 것이고, 또한 교수님과 윗년차 선생님들이 어떻게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지 열심히 보고 배우고 따라 할 것이다. 

언젠가 같은 질문을 하게 되었을 때, 최소한 6년 전과 같이 스스로에게 형편없다는 평가는 내려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하루 하루 나아지는 의사선생님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배우고 열심히 익히면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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