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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전문가 진단…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신년 전문가 진단…투자개방형 의료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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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2.1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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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급·소규모 병원에 대한 대비책 절실

▲ 송우철(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
우리나라의 의료보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보아도 1883년 프러시아에서 의료보험 제도가 시작된 것이 최초이고 미국의 경우엔 1930년 대공황을 겪으면서 의료보험 제도가 만들어졌다.

우리는 1979년 공무원 및 사립교원을 대상을 제한적으로 도입되었다가 1989년 전국민 의료보험으로 확산되고 2000년 의약분업이 이루어지면서 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으로 바뀌게 되었으니 3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간 우여곡절도 많았고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나 우리나라 의료보험 제도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잘 운영되는 제도라 칭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소비자들도 불만이고 공급자도 불만인 제도이니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분명한 사실은 지난 30년간 의료공급자들의 일방적인 희생이 있었기에 그나마 이 제도가 운영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국민 의료보험 도입으로 의료수요가 늘게 됨에 따라 1980년대 이후 1990년에 이르기까지 국가는 원활한 의료 공급을 위해 의대 설립을 늘리는 한편 이른바 의료 소외 지역에 병원 설립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에는 차관을 들여와 이를 통해 병원 설립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의료기관의 수는 양적으로 증대되었고 덩달아 국민 총의료비와 보험 재정 역시 날로 늘어나 이는 고스란히 보험료 증가로 돌아왔고 이제는 이를 줄여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한편으로는 의약분업을 추진한 바 이는 의료 공급이 부족할 당시 잠정적으로 임의 조제를 묵인했던 약국을 규제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진료 행위에서 의(醫)와 약(藥)을 분리시키는 무모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고,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또 다시 정부가 추진하려는 것은 이른바 의료서비스의 선진화이다.

의료서비스의 선진화란 궁극적으로는 의료기관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이라는 측면도 있겠지만, 본질적으로는 새로운 차원의 모색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즉 보험급여 총액이 2008년 기준으로 무려 35조원에 이르고, 향후 10년 내에 두 배 이상 늘어날지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한 탓이다.

이렇게 보험 재정이 급속히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 우리나라 인구 구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그래서 의료비 지출은 늘고 보험료를 낼 인구는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현재의 건강보험제도가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 건강보험 재정이 부담하고 있는 일부분을 보험 재정 밖으로 내 보낼 필요가 생기는 것이다. 이는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보장성 강화 정책과 정확하게 상충되는 것이며, 따라서 이런 시도는 결국 의료민영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의료공급을 위해 필요한 자금은 의료공급자들이 출연한 자금과 차입을 통해 조성된 자금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러다보니 의료공급에 필요한 기초 체력이 약해 다른 사회 분야에 비해 열악한 구조로 이루어져 왔고, 이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의료 공급자들에게 돌아왔다.

흔히 영리의료법인이라고 부르는 이른바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은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는 사안이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을 강력히 추진하는 쪽은 기획재정부이고, 의료법인의 주무 부(部)인 보건복지가족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기획재정부의 시각은 의료 공급 시장에 외부로부터 자금을 유입시켜 의료공급의 기초 체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자는 의료법 제 33조에 따라 의료인 중 의사· 한의사·치과의사 등과 단체만이 가능하다. 단체의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민법상 비영리법인과 의료법인 등이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다.

의료법인은 의료법이 규율하고 있는 비영리법인이며, 비영리라는 의미는 투자를 받을 수 없으며,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배당금을 지불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획재정부의 입장은 의료법인이 투자받도록 하는 것일 뿐이므로 제도 도입에 그리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복지부 일각과 시민단체는 투자자가 개입된다면 영리를 추구할 것이므로 결국 의료비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의료계에서는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의 도입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의료계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주로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이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하는 편이며,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시각이 많다.

그런데 먼저 몇 가지 팩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의 도입이 의료기관의 경영구조를 합리화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은 아니라는 점이다. 즉 이 제도의 도입이 현행 불합리한 수가 구조가 개선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며, 다시 말해 수가 구조나 건강보험 구조의 개선이 되지 않는 이상 투자를 허용한다 한들 열악한 의료 공급 구조가 나아질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다른 팩트는 이미 언급하였던 바 현재의 모든 의료기관이 설립 및 운영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 차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현행과 같이 차입 구조로 의료기관을 유지케 하는 것은 사실상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이 허용된다고 하여도 기존의 의료법인이나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다른 비영리 법인은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으로 전환할 수 없다는 점 역시 유념해야 한다.

그런데 만일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의 설립을 허용한다면, 새로 만들어지는 신규 의료법인 중 일부는 투자의 유치가 가능해져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의료법인과 병원이 만들어 질 것이다.

이 경우 기존의 의료법인(즉 비영리 의료법인이므로 투자를 받을 수 없는)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더욱 열악해질 수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기존 의료법인이 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고, 부대사업으로 병원경영지원회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지난 해 7월 입법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열악해질 것은 기존의 의료법인뿐이 아니다. 실제 경영난에 더 심각하게 허덕이고 있는 것은 개인사업자로 운영되고 있는 소규모의 병원과 의원들이다. 이들은 법인의 형태가 아니므로 전적으로 차입에 의존해야 한다.

따라서 투자를 유치하는 신규 의료법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욱 더 열세에 놓일 것이다.

의약분업 이후 각종 통계와 자료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 구조가 시간이 지날수록 열악해질 수밖에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일차의료를 담당하고 있으며, 일차의료의 강화는 의료 공급의 선순환의 시작이라는 점이다.

일차의료가 강화될 때 의료접근성이 강화되고 국민총의료비의 절감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원과 소규모 병원에 대한 대비책이야말로 절실히 필요하다.

투자개방형 의료기관 도입의 궁극적인 목적이 의료시장에 자본의 참여를 허용하고 이를 통해 의료 시설과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꾀하려는 것이라면, 일차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과 소규모 병원에 대하여 특별히 의료 서비스의 질관리가 필요한 바, 이를 위해서는 의원급 의료기관과 소규모 병원이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의원급 의료기관이나 소규모의 병원이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다. 규모의 경제 탓이다.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은 이들을 그룹핑하고 관리 운영할 수 있는 경영관리 법인 혹은 지주회사 법인의 설립 허용일 것이다.

즉 수십개 혹은 수백개의 의원급 의료기관과 소규모 병원이 모여 있는 별도 법인을 통해 투자를 유치하도록 하고, 속해 있는 의료기관의 의료서비스의 질관리와 경영 지원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점에 대한 정부의 정책 배려는 없는 형편이다. 이런 가운데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에 대한 논란은 끊임이 없다. 그 논란의 핵심에 서 있는 우리는 무조건적인 찬성이나 반대를 하기 이전에 정확한 상황 인식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며, 냉철한 판단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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