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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낙태 시술 중단에 따른 문제점 및 입법과제
시론 낙태 시술 중단에 따른 문제점 및 입법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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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2.0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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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연(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

낙태 허용사유만 정하고 처벌규정 없는 모자보건법 개정 필요

2009년 11월 25일 미래기획위원회의 '제1차 저출산 대응전략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낙태 문제 해결 의지를 천명하고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이 앞으로 낙태를 단속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회원의 의견을 모아서 2010년 1월 1일부터 모자보건법에 명시된 사유에 해당되는 경우를 제외한 일체의 불법임신중절 수술을 중단할 것을 산부인과의사회 회원들께 권고하기에 이른 것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권고에 회원들이 적극 협조하면서 산부인과의사회 회원 병원의 90%이상이 시술을 중단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 극소수의 시술 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는 등의 풍선효과를 차단하고자 낙태 근절운동을 벌이고 있는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의 모임인 '프로라이프 의사회'에서 2월 3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불법 낙태 시술을 한 산부인과 3곳을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낙태 시술 중단에 따른 문제점 및 입법방향에 대하여 논하고자 한다.
전면적인 낙태 시술 중단에 따른 문제점에 대하여 우선 살펴보면 첫째로, 미혼모가 급증할 것이다. 2005년 보건복지가족부가 발표한 인공 임신 중절 추정 건수 자료를 보면 2004년 한 해 동안 34만 2433건의 낙태가 이루어졌다. 그 중 기혼 여성이 58%, 미혼 여성이 42%다.

이 통계를 통해 예상 되는 미혼모의 수는 연간 14만 3821명이 추정 가능하다. 한국 사회에서 미혼모 중 십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미혼모의 33.2%로 미혼모의 수를 연간 14만 3821명으로 가정하여 추정하면 4만 7461명의 십대 임산부가 나오게 된다. 둘째로, 성폭행 피해자의 원치 않는 분만이 급증할 것이라는 것이다.

20세 이하 청소년 대상 성범죄가 2007년 5460건으로, 13세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는 2007년 1081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의료기관은 성폭행에 의한 낙태의 경우 성폭행 사실을 판단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

성폭력에 의한 피해 임산부의 인공유산은 모자보건법에 의해 보장된 피해자의 권리지만 현실에서는 성폭력 피해자 진료 전담 의료기관이나 지원센터에서조차 피해사실을 입증하는 법원 판결문이 없으면 성폭행에 의한 임신이라 확인할 수 없고 판결문은 이미 출산한 후에 나오기 십상이다.

셋째로, 낙태가 허용된 일본과 중국 등 해외 원정 낙태 및 약물 낙태, 태아 유기가 급증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에 수입이 금지된 약물 낙태약인 RU 486의 밀반입 증가로 임산부의 자가 낙태가 가능해져 낙태 단속 이전 보다 훨씬 더 심각한 사회 문제가 증가하는 결과가 올 수 있다.

넷째로, 양육이 불가능한 신생아의 국내 및 해외 입양이 급증하는 결과가 예상된다.

다섯째, 현행 모자 보건법상 태아가 다운 증후군이거나 무뇌아라 할지라도 분만해야 한다. 또한 태아의 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 복용이나 방사선에 노출되더라도 인공임신 중절은 허용되지 않는다. 여섯째로 외도 등으로 인한 혼외 임신의 원치 않는 출산이 증가하여 정상적인 가족 해체를 촉진하게 된다.

일곱째, 지난 역사 동안 낙태 불법화는 낙태를 줄이지 못했고 여성들을 비위생적인 '뒷골목 낙태'로 몰았을 뿐이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매년 불안전한 낙태로 8만여 명의 여성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현실적인 입법 가능성과 전면 적인 낙태 중단의 부작용, 향후 입법 가능한 법률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하여 우리 현실에 적합한 입법방향이 무엇인지 검토해보아야 한다.

현행 모자 보건법의 한계로는 첫째로 현행 모자보건법상 태아기형이라도 허용기준이 없고 낙태죄가 보호하려는 것은 태아의 생명권임에도 불구하고, 기형아를 유발할 모체의 전염성 감염은 낙태 허용 사유지만 정작 기형아로 확인된 태아의 낙태는 허용되지 않는 모순을 가진 법률인 것이다.

둘째로, 모자보건법상 낙태의 허용 사유만 정하였을 뿐, 허용 사유를 제외한 수술의 경우에는 처벌 규정이 없어 형법이 적용된다. 법률 규정은 있어도 처벌하지 못하는 법이라는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모자보건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셋째로, 사회·경제적 이유를 포함해 임신 초기에 낙태를 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돼야 한다. 외국의 예와 같은 초기 임신의 경우 허용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낙태는 임신 기간에 따라 사회 경제적 사유에 따른 경우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스위스는 10주까지 허용하며 덴마크·이탈리아·룩셈부르크·남아프리카 공화국은 12주까지, 포르투갈은 16주까지, 노르웨이는 18주까지, 독일, 스페인은 22주까지 그리고 영국·쿠웨이트·대만 등은 24주까지 허용하고 있다.

넷째로, 허용 사유라도 충분히 숙고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 즉, 상담절차를 둬야하고 미혼모 등 원치 않는 아이를 가진 산모가 신분 비밀이 보장된 상태에서 입원·출산·입양할 수 있도록 법률적 보완 방안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들어 산부인과 병의원의 시술 중단으로 낙태 관계법의 위상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를 필요로 한다. 부적절한 임신을 예방하고 계도하는 사회 인프라의 부족과 관계기관의 무대응, 무대책이 문제의 핵심이다. 임신 중절수술은 단순히 금지하여서 될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국가가 무조건 방임하여서 될 문제도 아니다.

하지만 낙태 현실과 법의 괴리는 크다. 여성들에게 출산과 양육은 삶 전체를 뒤바꿔 놓을 수 있는 문제이므로 원치 않은 임신을 중단시키기를 원하는 여성들은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다.

낙태관련 법률의 향후 개정방향 등 정부가 정책방향을 합리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빠른 시간 내에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그러나 사회와 국가가 이를 문제화하고 스스로 답을 내놓을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이제는 정부가 대답할 시간만 남겨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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