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19 19:35 (금)
"아기가 타고 있어요" vs "실버운전자입니다"

"아기가 타고 있어요" vs "실버운전자입니다"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10.01.29 09:41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경아(연세의대 해부학 교수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쉰 넘어서 시작한 나의 운전은 주위 사람들의 걱정을 자아 내었으나 나 자신은 너무 행복했다.

그 동안 운전을 할 줄 아는 여성들을 동경했기 때문이다. 초기 여성운전자는 주로 인텔리 층에서, 후엔 야채 배달하는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로 씩씩하게 조그만 트럭을 몰고 다닐 때 나는 경탄스러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곤 했다.

자가운전을 시작하면서 우선 '초보운전'을 달아야 한다고 표지판을 준비했더니 연수를 시켜주는 기사 아저씨가 달지 말란다.

"왜?" 하고 놀란 눈을 뜨니 그러면 오히려 못된 운전자들이 깔보고 운전할 때 힘들게 한단다. 아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세상이란 말인가! 초보운전자를 보호해 주라는 뜻의 표지판이 오히려 악용되고 있다니.. 정말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며칠 전 교실회의에서 연로한 부모님들의 이야기가 나왔고 80이 넘으신 그 분들이 건강하게 사시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가다가 한 분의 아버님은 82세 이신데 요즈음도 운전을 하시어 고속도로를 타고 대전에서 천안까지 점심식사를 하러 가시기도 한다는 이야기였다.

우리는 우선 그 노익장에 감탄하였고 그 다음 질문이 운전을 아직도 잘 하시냐는 것이었다.

아드님의 말씀은 "말 마세요. 고속도로를 60 Km로 달리시니 뒤에서 쫓아가는 저는 매번 아슬아슬 하답니다."

요즈음은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따라서 연로하신 분들도 다른 교통수단보다는 자가운전이 편리하므로 운전대를 잡게 된다. 그런데 인간은 70세가 넘어가게 되면 순발력이라던가 시력의 감퇴 등으로 운전에는 많은 제약을 받는다.

그러니 그런 분들이 너무 천천히 주행을 하면 뒤에서 알지 못하는 운전자는 경적을 울리게 되고 노인들은 당황하여 사고가 날 위험도 있다. 다른 분 말씀이 프랑스에서는 나이든 운전자는 '80'이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다닌다고 한다.

즉, 80 Km이상 속력을 내지 않는다는 뜻이란다. 그렇다면 우리도 그런 스티커를 만들어 달아드리면 어떨까? 처음엔 '노인운전자'가 어떠냐 했더니 우리말에 조예가 깊으신 분이 그 말은 예의에 어긋난다며 노년을 사용하는 것이 낫단다. '노년운전자'는 아무리 좋게 볼래도 익숙치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머리를 짜낸 용어가 '실버운전자' 였다. '아기가 타고 있어요'라는 스티커를 종종 보는데 그것에 불만을 표시하는 분이 계셨다. 아기를 태우고 있으면 운전자 본인이 조심해야 할 것이지 다른 차가 일부러 받을 일도 없는데 왜 그런 표지판을 달고 다니냐는 것이다. 듣고 보니 그럴 듯 하였다.

이제부터라도 부모님들의 차에 '실버운전자입니다' 라는 스티커를 달아드리면 어떨까?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