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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국립한의대신설

취재수첩 국립한의대신설

  • 이석영 기자 dekard@kma.org
  • 승인 2001.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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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협이 정부의 국립한의대 신설에 대한 반대 입장을 주요 일간지 광고를 통해 강력히 천명(본보 15일자 보도)하자, 이번에는 한의사협회가 이를 반박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 국립한의대 신설을 둘러싼 의협과 한의협의 갈등이 가시화되고 있다.

의협은 지난 12일자 주요 일간지에 낸 광고에서 의료일원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국립한의대 신설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정부와 국회 및 언론등에 보낸 입장을 통해 의사인력과 한의사인력의 감축을 통해 질적 수준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수단 개발에 진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의협은 이에대해 18일 "국립한의과대학 신설이 더 이상 늦추어져서는 안됩니다"라는 성명을 내고, 국립한의대 신설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의협은 이 성명에서 동양의학의 세계적 붐에 따라 세계한의약시장으로 도약 세계 최고수준의 한의학 육성 첨단 기초과학을 접목한 우수한 한의학 치료기술의 연구개발 등을 위해 국립한의대 신설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한의협이 국립한의대라는 상징성을 획득함으로써 한의계의 입지를 높이는데만 혈안이 돼, 한국의료의 궁극적인 지향점인 양한방 일원화에 스스로 역행의 길을 택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의료계 내부에서 강하게 일고 있다.

특히 "한의학에 대한 서양의학의 평가만이 한의학의 과학화인가"라며 한의학의 학문적 독자성을 주장하다가, "현대적 진단기가 의사의 전유물이라는 그릇된 사고" 운운하며 의료일원화의 기본도 이해 못한 듯 자기 모순에 빠지는 모습에 실망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의협이 지적한 의료인력 과잉 배출 우려에 대해 "의료인력 공급량의 조정이 유독 국립한의과대학의 신설 반대로 달성되느냐"며 "만일 국립대학이 아닌 사립대학의 신설에 대한 문제였다면 이때에도 의협이 반대입장을 표명했을지 의문"이라고 반박한 부분은 가히 상식이하의 수준이라는 반응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이미 의협은 지난 80년대부터 의대 신설로 인한 의사인력 과잉을 우려,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해 왔으며 지난해에도 신설 의대 움직임을 저지하는 등 올바른 의사인력 수급을 통한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는데, '국립이면 반대하고 사립이면 찬성하느냐'는 한의협의 옹졸한 태도는 실소 마저 머금게 한다"고 말했다.

한의협의 이번 반박성명은 지난 12일 열린 국제동양의학 학술대회에 참석한 김대중 대통령이 정부차원의 한의학 육성 지원을 약속한 것에 크게 고무된데 따른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또 보건복지부 이경호 차관이 지난 12일 전통의학 발전을 위한 정부포럼을 주재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립 한의대 신설은 한의학 발전을 위한 정부의 상징적인 노력"이라고 말해 한의계는 이미 국립한의대 신설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분위기다.

정부는 의료 이원화를 고착하게 될 것이 분명한 국립한의대 신설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한의협 역시 눈앞의 열매에만 현혹돼 대의를 그르치는 오류를 범하지 말것을 의료계는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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