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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중환자 진료의 현황과 문제점

시론 중환자 진료의 현황과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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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1.2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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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윤석(대한중환자의학회장 울산의대교수)

중환자실은 사망하기 전에 잠깐 들렀다 가는 장소가 아니다. 중환자실은 회복이 가능한 환자가 제대로 된 집중치료로써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곳이다.

대한중환자의학회의 설립이 1981년이었으므로 중환자의학의 시작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여 늦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 의료환경의 제약요인들과 중환자의학 전문임상의의 부족으로 국내 중환자의학의 수준은 구미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일부 국가에 비하여도 뒤떨어져 있다.

국내 전체의료기관 중에서 중환자실을 운영하는 병원은 2008년 현재 308개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04년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중환자실을 이용한 중환자의 입원 건수(2002년 4/4 분기 기준)는 전체 입원건수의 6.4%에 이르고 그 진료비용은 2587억으로 전체 입원 진료비의 22.5%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환자실 입원 중(11.9%)과 퇴원 1일내 사망률을 합치면 28.3%이고 퇴원 1개월내에 전체 입원환자의 32.3%가 사망하였다(2004년 심평원 조사보고서). 2002년도에 13만 1403명의 중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서구의 경우 중환자실 입원 중 사망률이 9.8%이었다.

중환자진료 수준이 뒤 떨어진 원인은 우리 중환자진료시스템의 부실과 무관심 때문이다. 중환자실 병상비가 2008년에 등급화되고 일부 인상되었음에도 운영 원가의 30∼50%에 불과하다. 게다가 보험급여의 구조가 제대로 중환자실을 운영하면 할수록 그 적자의 폭이 커지게 되어있다.

중환자 전문의사의 부족과 중환자관련의료법의 허점도 문제이다. 국내 성인중환자실의 경우 중환자관련 의료법 시행규칙에 '전담의사를 둘 수 있다'로 규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그 전담의사의 자격에 대한 규정이 없다.

일본의 경우 "집중치료부 책임자는 일본 집중치료의학회가 인정한 집중 치료전문 의사이어야 한다. 전속의에는 집중 치료 전문 의사 1명 이상 포함해야 한다"로 규정되어 있다. 일본의 규정은 흔히 여러 문제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중환자를 특정분야의 전문가가 제대로 진료하기 어려운 점을 반영한 것이다.

중환자실에 전문의 전담의사의 부재는 치료 성적뿐만 아니라 중환자의 안전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중환자의학을 전공한 의사가 부족하고 관련시설이 부족한 병원은 중환자진료를 기피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중환자들이 병상을 찾기까지 시간이 소요되어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문제점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가족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중환자실이 가진 공공성을 인정하여야 한다. 중환자실의 공공성은 이번에 신종플루 확산의 위협을 경험하면서 잘 드러났다.

신종플루 중환자가 급속히 늘어날 경우 준비된 중환자실이 없으면 높은 사망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중환자실 전담의사는 전문의로서 자기 근무시간의 50%를 중환자 관련 업무에 수행하는 의사로 정의하는 것이 타당하다.

국가는 전문의 전담의사 배치에 따른 비용을 보상해 주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주기적으로 원가분석을 하여 중환자실 병상비도 원가를 보전해 주어야 한다.그리고 의학적으로 명백히 무의미한 치료는 의료진의 판단과 가족의 합의로써 중단할 수 있어야 한다.

뇌사환자를 집중치료로써 심장기능을 유지하는 것은 중환자실이 필요한 다른 환자의 치료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며 국가 의료자원의 손실이고 뇌사자에게 불필요한 고통만 주는 것이다. 뇌사로 판정이 된 경우는 담당의사의 결정으로 집중치료를 중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의학의 발전만큼 중환자들의 중증도 또한 높아지고 진료 비용도 크게 증가하였다. 국민의 행복을 지켜야 할 정부는 현재와 같은 중환자 치료 상황을 외면하면 안된다. 중환자 진료시스템의 개선을 위하여 보건복지가족부가 주도하는 중환자진료 관련단체들의 상설자문위원회가 필요하다. 

이 위원회를 통하여 중환자진료의 문제들을 도출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그리고 보건복지가족부는 중환자 진료의 공공성을 인정하여 인력 및 장비를 지원하고 의료법 중환자관련 시행규칙을 시급히 개선하여야 한다. 

※ 이 글은 의협신문의 입장이나 편집 방침과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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