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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전문가 진단..병원경영자의 과제
신년 전문가 진단..병원경영자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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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1.2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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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하지 못할 만큼 빨리 오는 미래는 없다

▲ 곽태우(엘리오앤컴퍼니 상무)
2009년은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을 실감하게 했던 한 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병원의 미래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고 우직하게 밀고나간 병원들은 도약의 발판을 확고히 마련했다.

이들 병원은 공급자중심의 진료시스템을 고객중심의 질환별 전문센터로 과감히 전환하고, 최고의 인재를 확보하고 보상하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모두가 움츠러들 때 경영의 중심을 잃지 않은 결과는 수백, 수천에 이르는 구성원과 고객의 가치를 높였다.

의료산업이 국가 신성장동력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제도개선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매년 치열해지고 있는 병원계의 경쟁양상은 올해도 계속될 것이다. 중증질환 치료를 위해서가 아니라 집에서 가깝기 때문에 가는 대학병원이 증가하는 반면, 전문화에 뒤쳐진 중소병원의 위상은 더욱 위축될 것이다.

전국으로 확대되어가는 고객의 병원선택범위는 지방소재 대형병원 운영의 안정성을 한층 위협할 것이다. 외국인 환자유치 등에 성공한 전문병원 네트워크는 인근 주요 대형병원의 우수인력과 우수고객을 빼앗을 수 있다.

다가오는 미래는 의료계 내·외부적으로 과거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근본적 변화들을 예견하고 있지만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결코 갑자기 일어나지 않는다. 미래를 위한 준비의 근간은 조직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질 인재관리와 고객중심의 진료프로세스에 있어야 한다.

스스로 병원의 고객이 되자

'고객만족, 고객중심'이란 말은 이제 의료계에서 식상한 용어가 되어 버렸다. 매년 1~2회 내원고객 대상의 설문조사를 하지 않는 병원이 거의 없고, 전년대비 평점이 얼마나 올랐는지는 병원경영자의 주요 관심사다. 그렇다면 만족도 점수가 올랐다고 고객이 실로 만족하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그리고 매년 꾸준히 제기되는 불만은 왜 반복되는 것일까.

이 글을 읽는 병원의 경영진 또는 구성원 중에 본인이나 가족이 병원진료를 위해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을 이용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때 원무과 직원이나 담당간호사, 관련 의료진에게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고 바로 가는 경우가 있는가? 아마도 대다수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미리 연락을 해두면 접수·입원 등 모든 절차를 단순화하고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패턴은 진료 현장에서 일어나는 프로세스상의 불편사항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게 하거나 알고도 관대하게 만들 경향이 높다.

모 이동통신사 CEO는 다른 통신사와 비교해 콜센터 응답대기시간이 길다는 고객의 불만을 해결하고자 본인이 직접 일반 고객이 되어 시간 날 때마다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직접 대기시간을 챙겼고, 결국 이를 단축시킬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병원경영자는 고객만족도 조사결과만 기다리지 말고, 고객과 똑같은 입장이 되어 우리병원을 이용해보자. 그러면 반드시 알아야 할 병원의 시급한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게 될 것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경영의 시작은 고객이다.

인사관리를 인재관리로 전환하자

최고의 경영역량을 가진 병원장이라도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우수의료진과 지원팀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어야 최고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소위 '쓸 만한' 인재는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때로는 외부에서 스카웃해야 할 필요도 있지만 이는 전체 구성원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대다수의 우수인력은 교육을 통해 전반적인 역량수준이 향상되었을 때 얻어진다. 교육은 할 때뿐이고 그 효과가 오래가지 않아 투자가치가 낮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전략없이 이벤트성으로 진행되는 교육 때문이다.

체계적인 교육계획을 세우고 구성원이 병원의 비전을 공감하고 핵심전략을 실행할 수 있게 하는 도구로서 교육프로그램이 자리를 잡게 되면 이보다 더 강력한 변화관리 방법도 없다. 교육체계를 구성원의 역량개발에 국한시키지 않고 전반적인 평가와 보상을 연계한다면 인재관리의 통합시스템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스스로 주인대접을 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어야 주인의식이 생긴다. 이처럼 인재를 중시하고 보상하는 조직문화는 체계적 인재관리시스템이 있는 조직에서 싹틀 수 있다.

프로 경영자가 되자

병원 구성원 중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지만, 병원의 미래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병원장 등 핵심 경영진이다.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경영자의 폐해는 수천 명에 미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병원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경영진은 경영의 진정한 프로가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병원의 3년, 5년 후를 대비한 중장기적인 투자계획을 세우고 인재육성과 현장경험에 근거해 의료의 질 개선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고객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만족도를 달성하고 혁신적인 인재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단기간 내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내·외부 환경변화에도 차질없이 추진할 수 있는 경영체계를 갖추지 못한 병원은 비슷하게 흉내는 낼 수 있어도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기는 어렵다.

개인적 차원의 이해관계를 넘어 병원의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사명감으로 과감한 의사결정을 피하지 않는 프로 경영자가 지속적으로 양성될 수 있는 체계인지 점검하고 개선을 위한 첫 단추가 무엇인지 찾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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