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4 06:00 (수)
외과 전공을 회피하는 또 다른 이유

외과 전공을 회피하는 또 다른 이유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10.01.15 09:41
  • 댓글 2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신원한(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외과 교수)

"밤새워 수술을 하고 먼동이 트는 아침을 맞이할 때 느끼는 가슴 뿌듯한 기쁨 때문에 신경외과를 선택했습니다."

30년 전이다. 신경외과를 선택한 이유를 묻는 선배의사의 질문에 1년차 전공의 닥터 배의 대답이었다. 우직하게 열심히 환자를 돌보면서도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던 닥터 배는 지금 훌륭한 교수가 돼 있다.

그랬다. 30년 전에는 외과·산부인과·흉부외과·신경외과·정형외과와 같은 외과계를 선택하는 젊은 의사들이 많았다. 예나 지금이나 외과계 전공의는 무척 힘이 드는 나날의 연속이다. 그러나 힘든 만큼 더 큰 보람을 느끼며 자부심을 가진다.

해마다 12월이면 전국 대학병원에서 전공의 선발시험이 치러진다. 언제부터인가 외과·산부인과·흉부외과에는 단 1명의 지원자도 없는 병원 수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정부에서도 외과계의 전공의 지원을 장려하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 외과와 흉부외과의 수술 수가를 인상했다. 모 대학병원에서는 흉부외과 1년차 지원자에게 90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정부와 각 병원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도 상당한 수의 병원에서는 외과·산부인과·흉부외과 전공의 지원자가 1명도 없으며, 전국 선발 전공의 정원의 절반 정도를 채우지 못한 채로 전공의 선발시험이 마감됐다. 해마다 거듭되는 이런 현상은 앞으로 우리나라 의료정책에 심각한 문제를 가져온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왜, 외과계 전공을 회피하는 것인가?"를 우선 따져 보아야 할 것 같다. 우리 모두가 느낀 바와 같이 외과계 전공의 과정이 육체적으로 힘이 든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외과계를 더럽고, 위험하고, 어려운 직업으로 '3D'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젊고 패기에 넘치는 젊은 의사들이 극복하지 못할 정도로 더럽고, 위험하고, 어려운 직업은 절대로 아니다. 암 덩어리를 제거하고, 심장판막을 교체하고, 혈종을 제거하는 등의 수많은 종류의 수술적 치료로 꺼져가는 목숨을 살려내는 직업이 외과 의사가 하는 일이다.

병원실습을 나온 의대생 중에는 평소 외과계에 대한 관심이 많으며, 졸업 후에 외과 의사·흉부외과 의사·산부인과 의사가 되고 싶다고 하는 의대생의 수가 적지 않다. 그런데 왜 이들이 인턴을 마치고 전공을 택할 때에는 외과계를 외면할까? 이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상당한 수의 젊은 의사들 자신은 외과계를 전공하고 싶어 하지만 그들의 부모님들께서 자식들에게 외과를 하지 못하게 말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자식의 소신이나 자질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외과는 힘들다고 하는데, 왜 내 자식이 힘든 외과를 해야 하지?"라는, 힘든 일은 내 자식이 아니라 남의 자식이 해야 된다는 사고방식의 악순환이 외과계 지원자가 감소하는 원인의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추세로 10년, 20년이 지나간다면 수술을 할 수 있는 외과계 의사 수가 얼마나 될 것인가? 외과의사가 없어서 간단한 충수돌기제거술도 못해 여기저기 병원으로 실려 다녀야 하는가? 산부인과 의사가 없어서 구급차 안에서 아기를 낳는 일은 없겠는가?

모두가 외과계 전공을 기피하고 있을 때에 외과계를 전공하면 10년 후에는 희소의 가치가 있을 것이고, 지금은 힘들지만 더 많은 증례의 수술을 배울 수 있어 훌륭한 전문의가 될 수 있다.

전문의가 되어서는 근무처를 골라가면서 일할 수 있을 것이며, 좀 더 열심히 노력한다면 교수도 될 수 있고, 세계적으로 뛰어난 외과의사도 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