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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신종 의료용 동위원소 플루' 대비하자

시론 '신종 의료용 동위원소 플루'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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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1.1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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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걸(대한핵의학회 총무이사, 고대안암병원 핵의학과)

지난해 신종플루로 온 나라가 떠들썩 했다. 정부·의료계·제약업계가 온 힘을 다해 치료를 하고, 백신을 투여해 가까스로 고비를 넘겼다. 돌이켜 보면 항바이러스제를 확보하고, 국산백신을 확보할 수 있었기에 국가적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다.

항바이러스제와 백신은 그야말로 전쟁에 필요한 실탄과도 같다. 초기에 타미플루 비축을 소극적으로 하다가 신종플루라는 전쟁이 터지자 허둥지둥 실탄을 구하러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은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전쟁의 와중에 녹십자가 세계에서 8번째로 백신을 생산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필자도 그 백신으로 예방접종을 받았다. 백신을 만드는 공장이 전남 화순에 있다. 정부 지원금 162억원을 포함해 모두 800억원의 자금을 투자한 백신 공장이 들어선 화순은 지역 개발의 모범 사례라고 한다.

공장이 완공된 지 반년도 되지 않아 투자의 효과를 온 국민이 톡톡히 보고 있다. 백신을 국내에서 생산할 수 없었다면 우리는 백신을 구하러 전 세계를 돌아다녀야 했을 것이다. 이렇듯 시의적절한 투자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생명과 건강에 관한 투자의 효과는 돈으로도 얻을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신종플루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하루 속히 동위원소 생산 전용원자로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위원소 전용원자로가 신종플루와 무슨 관계일까 의문이 들 것이다.

신종플루 사태처럼 돈이 있더라도 약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듯이 핵의학 분야에서도 약품이 없어서 검사를 받지 못하거나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핵의학 영상검사에 사용하는 의료용 동위원소 공급 부족이 그것이다.

핵의학 영상검사는 테크네튬-99m(Tc-99m)라는 동위원소를 사용한다. 테크네튬이 사용되는 검사에는 뼈스캔·갑상선스캔·심장스캔·신장스캔 등이 있다. 뼈스캔 검사는 암이 뼈에 전이 되었는지를 진단하고, 심장스캔은 심근경색등 관상동맥질환의 진단에는 없어서는 안 되는 검사다.

2008년 대한핵의학회의 통계에 의하면 PET를 제외한 핵영상검사는 56만여 건이 시행되었는데 이중 95%가 테크네튬 동위원소를 이용했다. 따라서 동위원소 공급이 되지 않으면 53만여 명의 환자가 시의 적절한 진단과 치료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있다.

환자들 입장에서는 암전이를 진단해야 하는데 2∼3일이 아니라 2∼3주 후 또는 2∼3달 후에 검사가 가능하다고 한다면 불안하고 걱정될 것이 자명하다.

동위원소 방사성의약품의 특징은 방사성 붕괴를 하기 때문에 그대로 두어도 약품으로서의 효과가 시간이 갈수록 저절로 없어지며, 약효 감소의 시간이 2∼3일을 넘지 못하고 매우 빨리 사라진다. 따라서 동위원소는 일반 약품과 달리 재고를 쌓아 두지 못하는 특수성이 있다.

이 때문에 원료물질을 생산하는 원자로가 가동 중단이 되면 그 여파가 바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의료용 테크네튬의 원료물질은 몰리브덴-99(Mo-99)인데 원자로에서 핵분열 반응을 이용해 만든다. 전세계 Mo-99 공급량은 캐나다의 NRU 38%, 네덜란드의 HFR 26%, 벨기에의 BR2 16%, 남아프리카공화국의 SAFARI 16%, 프랑스의 OSIRIS 3% 등이다.

네덜란드의 HFR이 2008년 8월부터 2009년 2월까지 안전문제로 운전을 정지하고 수리에 들어갔는데 이때 공교롭게도 벨기에의 BR2 원자로까지 2008년 9월부터 11월까지 안전문제로 가동이 정지됐다.

당시 세계 공급량의 42%를 차지하는 두 원자로가 동시에 가동을 중단해 전 세계적인 공급물량의 축소가 일어났고, 이 때 우리나라에서도 테크네튬 동위원소의 공급 부족으로 인한 암 진단이 지연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HFR 원자로는 점검을 위해 2010년 상반기에 6개월간 가동을 정지할 것이라고 예고해 상황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캐나다의 NRU 원자로는 2009년 5월 냉각계통의 고장이 발견돼 현재 가동이 중단된 상태이며, 2010년 1분기는 돼야 재가동될 수 있다고 한다.

올해는 의료용 동위원소 공급 부족으로 가장 힘든 해가 될 것이다.

이렇게 동시다발로 생기는 동위원소 생산 원자로의 가동 중단 사태는 이들 원자로가 노후화됐기 때문이다. 나이로 보면 가장 젊은 것이 45년이고, NRU는 53년이나 됐다. 더군다나 앞으로는 가동 중단되는 횟수가 더욱 잦을 것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는 결국 전 세계적으로 Mo-99 가격 상승에 따른 수입가 상승과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Mo-99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므로 수급 차질 및 가격 상승에 대한 대처방안이 없다.

우리가 아무 대책도 세우지 않는 가운데 만약 선진국들이 Mo-99를 독점할 경우 타미플루나 플루 백신처럼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 또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러한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로는 동위원소 공급 문제를 해소할 수 없기 때문에 동위원소 생산 전용원자로의 건설이 필요하다.

향후 5년이 지나면 의료용 동위원소 공급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 자명하다. 타미플루는 최악의 경우에는 강제실시라는 카드라도 있지만 의료용 동위원소는 강제실시를 하고 싶어도 원자로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화순 백신공장의 효과는 경제적인 것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화순 백신공장이 투자금의 10배 이상의 효과를 내고 있듯이 전용원자로를 확보한다면 동위원소로 진단과 치료를 할 뿐만 아니라 동위원소 수출과 연구개발을 통한 부가가치는 수십배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지금부터 대비하지 않으면 5년 후에 의료용 동위원소의 부족으로 또 한 번 신종플루와 같은 홍역을 치르게 될 것이다. 의학계·과학계·산업계·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종플루와 조류 독감도 몇 년 전부터 의료인들과 과학자들이 경고해 오던 것이었다. 경고에 잘 대비했더라면 좀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의료인들과 과학자들이 동위원소 공급 불안에 대해 경고하고 있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종플루 사태와 같은 혼란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그 대비 방안의 하나가 전용원자로의 건설이다. 지금이라도 모든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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