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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노예입니까?

우리는, 노예입니까?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9.12.2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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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영진(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주무이사 겸 대변인)

'공노비' '10급 공무원'…. 이는 공중보건의사들이 스스로를 자조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군인도 아니고 민간인도 아닌 그렇다고 정식 공무원도 아니고 계약직 공무원도 아닌 여러모로 보나 애매한 위치이다. 몇해 전 공보의들은 5급 상당에 해당하는 계약직 공무원이라는 유권해석을 받은 바 있지만 실제 일선에서는 과연 누가 5급 상당의 대우를 받고 있을까 의문이다.

물론 이러한 논의들은 '그럼 현역으로 가지 왜 공보의로 갔느냐'는 명제를 잠깐 논외로 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이루어진다(일반 사병보다 약 두 배정도 긴 복무기간이나, 의과대학 재학 중 군대를 갔다 오는 것 등에 대한 여러가지 기회비용을 굳이 여기서 언급하지는 않겠다).

우리나라의 이번 신종플루 백신 접종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성공사례일 것이다. 1000만명에 가까운 인원의 접종을 한달 남짓한 시간에 다 마무리 해냈으니 말이다. 그 중심에는 분명 전국의 공보의들이 있다. 가장 큰 역할을 감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접종 후에 밀려오는 서운함과 허탈함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하루 400명이든 500명이든 일방적으로 위에서 시키는 대로 예진할 수밖에 없는 무기력함일 수도, 혹은 애시당초 접종 수당으로 약간의 인센티브를 약속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자체 예산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결국 받지 못하는 허탈감일 수도 있겠으나, 결국은 감당하고 있는 막중한 사명에도 불구하고 단지 군복무 대체라는 이유만으로 스스로의 자주성을 포기 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 때문이리라.

예진의사를 구하지 못한 지역에 파견 나간 일부 선생님들의 사례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애시당초 두 달이라는 기한을 정해서 파견 신청을 받아 놓고는 접종이 예상보다 빨리 마무리되자 이제는 필요 없다고 다시 돌아가라며, 수당 등과 관련해서도 본 소속기관과 흥정을 하는 모습들이 흡사 중세시대의 노예시장에서 거래하는 풍경들과 닮아 있다면 너무 심한 비유일까.

"우리는, 노예입니까?" 라는 본 칼럼의 제목이 어쩌면 다소 선정적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간에 현실적으로 공공의료와 공공보건의 최일선에 있는 공보의들을 어루만져주지 못한다면, 저비용 고효율(?)의 공중보건의사 제도가 과연 언제까지나 존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최소한의 합당한 대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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