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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방의학원 설립은 정당한 발상인가?
시론 국방의학원 설립은 정당한 발상인가?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9.12.2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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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구(경희대학교 외과대학 병원장)

의료계에 밀어 닥치는 비우호적 사건들이 연말을 맞이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과거에는 국민이 입법 활동이 저조한 국회의원들을 많이 질타해 왔다. 그에 대한 반작용인지는 몰라도 최근에는 국회의원들의 입법 활동이 매우 활성화된 듯하다. 이는 국회의원으로서 적절하며 고유한 활동이고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입법 건수 자체가 국회의원으로서 의정 활동의 평가의 지표가 아니라 입법 내용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번 입법이 확정된 뒤 문제점이 생겼을 때 이를 수정하기란 대단히 번거롭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활발한 입법 활동 보다 더 중요한 일이 그 법이 담고 있는 내용의 적절성·정당성·합리성·보편타당성 등을 정말로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최근 의원 입법 형태로 추진되고 있는 소위 국방부에 군의관 수급을 위한 의학전문대학원 설립에 관한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배경에는 의과대학이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됨에 따라 군의관의 확보가 여의치 않기 때문에 국방부에서 의사를 양성해 국방 요원으로 사용하겠다는 것 같다. 

우리는 과거 정부의 선심성 행정의 일환으로 능력과 의지가 없는 곳에 의과대학 설립을 허가함으로써, 오늘날까지 교육 기관으로서의 기본적인 시설을 갖추지 못해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대학과 대학병원을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의과대학 하나를 설립하는 것을 입시학원 하나쯤 허가해 주는 정도로 경솔하고, 일천한 사고에서 출발한 발상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의료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사회에서 향후 의료인의 전망이 결코 밝지 않다고 생각하는데도 불구하고 현실은 많은 사람들이 의사가 되기 위해 의과대학을 지원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우려에서 출발하고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에는 여성들의 의료계 진출이 괄목하게 증가하고 있다. 결코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같은 현실 속에서 국방부에 의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하면 여성들의 입학을 제한하겠다는 것인지? 그렇게 되면 헌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여성 군의관도 양성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우리보다 엄청나게 큰 규모의 군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군 관계 의료기관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왜 미국 대통령은 재임 중 불편하면 본인이 젊은 시절 근무했던(국민개병주의 시대) 소속군의 군 통합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는지? 단순히 보안상의 문제일까?

천학비재인 필자가 알고 있기는 군 병원의 의학적 질(quality)이라고 생각한다.

임상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의사들은 잘 알고 있겠지만 미국의 군 병원에 근무하는 시민 의사로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훌륭한 의사는 실로 많다. 그 사람들이 현역 군인은 아니지만 저명한 의사로서 군 병원에서 자랑스럽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국가적 제도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고품격의 의료가 제공됨으로써 현역 군인들의 혜택은 물론이거니와 군 트레닝 의사들도 아주 훌륭한 의사가 될 수 있는 충분한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고 있는 것이다.

군의관으로 국민의 소임을 다한 분들은 많은 것을 느낄 것이다. 현재 군에서 운영되고 있는 군의관의 운영과 배치가 시대에 맞게 정말 효율적인지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Social-infra가 급격하게 발달되고 있는 지금의 시대에 부응하는 제도적 개선은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도 검토해 봐야 한다. 야전에서 병사들과 호흡을 같이 하는 소위 전투 군의관과 군 거점 병원에서 의료지원을 담당하는 의료 요원을 군의관이라는 한 틀에 꼭 묶어둘 필요가 있는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국방의학원을 설립하겠다는 생각보다도 이러한 문제에 대한 심각한 문제는 없는지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다.

국민이 내는 세금은 눈먼 돈이 아니다. 워낙 큰 국방 예산 전체에서 차지하는 의학전문대학원 설립과 운영에 소요되는 경상비가 소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세월이 지나면 국민의 부담으로 남을 것이며, 더욱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세금을 어떤 방법이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가하는 문제다.

과거 한때는 효율성을 고려하지 않고 전국에 의과대학을 지역에 따라 골고루 설립하는 것이 큰 정치적 결단으로 치부되던 불행한 시대가 있었다. 이러한 어리석은 정책은 부실의대를 양산하게 되어 결국 교육의 부실로 이어지고 있으며 종국에는 많은 국민에게 불이익이 돌아가게 돼 있다.

이제는 한 발자욱 더 나아가서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의과대학을 설립하는 시대가 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국방부에 이어서 국가 보훈처·경찰청·국립병원 등에서도 의과대학 설립의 당위성을 찾기에 분주하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그 뒤에는 항상 '대한민국 미래의 의료'라는 대명제를 뒤로 한 채, 눈앞에 보이는 것만을 추구하는 세력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어 더 슬프다.

※ 이 글은 의협신문의 입장이나 편집 방침과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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