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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의사칼럼]적자생존

[제약의사칼럼]적자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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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2.2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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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지웅(아스트라제네카 항암초기개발부문 아시아 총괄책임자 내과전문의)

일찍이 다윈은 "끝까지 살아 남는 것은 가이 강한 놈도 아니고 가장 빠른 놈도 아니다. 변화에 가장 빨리 적응하는 놈이 생존한다"고 했다.

필자는 최근 2년간 아스트라제네카의 일본 임상의학부 책임자로 일하면서 한일간 임상시험분야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 다윈의 성찰과 자연의 법칙이 생물학뿐 아니라 조직이나 기업, 그리고 국가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야구·축구·스케이팅 등의 스포츠 경기에서 우리가 맞수 혹은 한 수 아래라고 생각하는 일본은 한국 보다 여러 면에서 큰 나라이다. 인구는 우리의 두 배 반, GDP는 우리의 여섯 배이고 제약시장 규모의 차이는 더욱 커서 우리의 열 배 이상이다.

더욱이 부러운 것은 'first-in-class'라 일컫는 혁신적 신약을 개발해 내는 능력과 실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근무를 시작하던 2년 전을 반추해 보면 종종 시샘과 화가 나곤 했었다. 게다가 본사의 임상연구 및 개발팀 그리고 최고 경영진이 일본을 방문해 함께 논의하는 빈도와 심도는 한국과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의학연구나 임상시험분야에서 한국이 아시아 지역에서는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해 왔는데 일본에 와서 보니 한국은 너무나도 작은 나라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최근 몇 년간 매우 빠른 속도로 변해왔고 또 계속 변하고 있다. 최근의 여러 자료에 의하면 아시아 지역 임상시험 분야에서 한국의 양적·질적 성장은 괄목할 만 하다. 일본의 관·산·학계의 임상시험 전문가들도 한국을 배우고 파트너로 함께하고 싶어한다.

우리나라가 최근 거둔 성공의 요인은 과연 무엇일까? 이런 성공을 지속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또 일본이 최근 뒤처지고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

임상시험은 업계의 전문가, 환자와 병원, 허가관청, 각종 법규와 제도 등 정교한 시스템을 갖춰야만 하는 지식집약적인 분야이다. 책임과 역할이 다른 전문가들이 함께 소통하고 논의할 수 있어야만 한다. 동양적 문화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관은 민을 리드하고, 병원의 연구자가 최고 권위자로서 지시하는 수직적인 조직 문화는 커다란 장벽이다. 일본에서는 '일본은 서양과 다르기 때문에 일본의 규칙대로 모든 것을 수행해야 한다'는 사고가 지배적이다.

우리와는 달리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이런 주장이 국제적인 기준과 다르더라도 받아들여지곤 했다. 문제는 나름대로의 규칙과 기준이 변화에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적인 흐름과 변화에 동참하지 못하고 일본은 임상시험 분야에서 어느 순간 경쟁력이 없는 공급자가 되어버렸다.

더 이상 일본 나름의 임상연구를 지속하기가 곤란해진 것이다.

한국은 2000년대 초 빠르게 성장했던 제약시장과, 임상시험 허가제도의 변경으로 주목받기 시장했다. 병원 및 학계, 제약업계 그리고 복지부와 식약청의 임상관련 전문가들이 서로의 생각과 주장을 소통하고, 낡은 제도를 수정하고 세계 기준을 수용하여 우리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최근의 성과는 다른 집단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듣는 능력과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수용자세 때문이 아닐까 감히 생각한다. 물론 한국의 성공스토리는 아직 진행형이다. 어떤 반전이 있을지, 어떤 결말을 맞을는지 모른다.

19세기 우리가 쇄국으로 치달을 때 일본은 세계를 향해 문을 열었다. 지금은 반대로 우리가 변화에 앞서가고 있지만 리드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최근 한국 제약시장 성장의 위축과 중국의 급부상은 커다란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두 거인 사이에 잊혀진 존재가 되지 않으려면 다윈의 성찰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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