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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두 한미 자랑스런 의사상 수상자

심재두 한미 자랑스런 의사상 수상자

  • 김영숙 기자 kimys@kma.org
  • 승인 2009.12.1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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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과 분쟁의 땅에서 의료·선교 16년

김선경 기자 photo@kma.org
국제난민구호가 한비야 식으로 사람을 구분하자면 '꿈을 꾸는 사람, 꿈을 이루는 사람'으로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이분된다. 이 분류법에 따르면 2009 한미자랑스런 의사상 수상자 심재두 원장은 단연 후자에 속한다.

의대에 진학한 이유부터가 봉사자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였다. "고교 재학시절 한국누가회에서 활동한 덕에 선교사로 나와있는 외국 의사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얼굴도 국적도 다른 이들이 한국이란 낯선 땅에 와서 헌신하는 모습을 보고 제 갈 길을 정한 거죠."

심재두 원장이 지난 16년간 의료봉사와 선교의 터전으로 삼은 알바니아는 세계의 화약고랄 수 있는 발칸반도에 위치한 유럽의 최빈국. 오랫동안 터키의 지배를 받았고, 1993년까지 공산주의체제였다.

심 원장은 공산주의가 해체된 직후인 1994년 알바니아에 들어가 트리아나 대학병원에서 자원봉사의사로서 첫발을 내딛었다.

의료기술이나 장비와 물자, 교육과 수련 등 모든 것이 열악한 이곳에서 심원장은 전공인 호흡기와 결핵 환자를 치유하는 일에, 부인 유소년씨는 해부병리과에서 자원봉사 의사로서 3500명의 입원환자, 1200명의 만성호흡기질환자, 250명의 호흡기중환자를 진료했다.

"알바니아의 의료환경은 한국의 60년대를 떠올리면 됩니다. 시스템은 있지만 소프트웨어가 전혀 없는 상태죠. 과거 공산주의 영향으로 의사 인력은 많이 배출됐지만 교수가 불러주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 적어 공부하는 정도고, 실습도 전혀 안하니 제대로 교육받은 의사를 찾기 힘듭니다."

이런 형편이어서 심 원장과 부인 유소년씨는 모교인 경희의대의 도움을 받아 2400여권의 의학서적·논문·저널들을 모아 의학도서관을 설립, 현지 의사들에게 최신의학 학습의 디딤돌을 놓아줬다.

두사람은 1996년엔 의료활동을 좀더 조직화하기 위해 '한국알바니아건강법인'을 설립해 1999년 코소보 사태때 알바니아로 유입된 난민구호 및 진료에도 팔을 걷었다. 이때 진료한 난민만도 6000여명.

알바니아는 여전히 불안한 나라로 1997년엔 내전이 일어나 심 원장과 가족들도 이탈리아로 탈출해야 하는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내전 후 심재두 부부는 1998년 미국 엠디 앤더슨 암센터에서 6개월 간 연수를 받았고, 같은 해 9월 알바니아에 재입국해 진료 뿐 아니라 의학교육에도 큰 보탬을 줬다.

병원에서의 봉사를 마친 2000년엔 현지 의사면허·의료기관 개설권을 얻어 지금의 샬롬클리닉을 개원해 현재까지 3만8000명의 환자들이 이곳에서 의료혜택을 받았다.

진료수입이 전혀 발생하지 않은 이곳은 심 원장의 소속 교회와 선교회, 경희의대 동문들의 재정적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다. 심 원장외에도 내과의사(최조영)·한의사(박한상)·약사(박미경)와 8명의 현지 직원이 동참하고 있다.

'의료봉사'와 '선교'라는 뚜렸한 소명이 있어 어떤 어려움도 헤쳐왔지만 심 원장도 한때는 마음 속에서 솟아나는 '분노' 때문에 힘든 시기가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알바니아에 태어났다는 이유 단 하나로 치료받지 못하는 것을 지켜봐야 하거나, 최선을 다하는 나의 진심이 오해로 바뀌거나 할 때엔 분노가 일어나더군요. 하지만 10년이 지나니 모든 게 사랑와 애정, 긍휼로 바뀌었습니다."

이런 분노를 잠재우게 되기까지는 한국과 알바니아의 사회적·역사적 배경이 도움이 됐다. 가난과 공산주의를 경험했고, 침략을 많이 받은 나라라는 3가지 공통점이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이다.

수상 소감에 대해 그는 "선정 통보를 받았을 때 얼굴이 화끈해졌다. 과연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나, 지난 16년간 최선을 다했나 되돌아보게 됐다"며 자신의 봉사에 뜻을 함께 해준 가족, 그리고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준 지인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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