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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감별 32주 새 의료법 또 위헌 '논란'

성감별 32주 새 의료법 또 위헌 '논란'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9.12.1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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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의사회 "24주가 적정"…낙태죄 있는데 성감별 중복 형사처벌은 모순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부부는 보통 임신한 지 5~6개월 이후부터는 자연스럽게 아기의 성별에 관심을 쏟게 된다. 그런데도 임신 9달에 접어들기 전엔 태아의 성별을 모른 채 참아야 하는 게 한국 사회의 '공감대적 가치'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지난해 7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받은 성감별 관련 의료법 조항이 올해 안에 개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새 의료법 개정안에 따르면 의사는 임신 32주를 초과하는 시점부터 태아의 성을 감별해 부모에게 고지할 수 있다. 이같은 의료법 개정안은 벌써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가족위원회를 통과했으며, 앞으로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 통과 절차만 남겨둔 상태다.

"임신 32주 너무 늦다" 알권리 침해 논란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9일 성명을 통해 "태아성감별을 32주 이후부터 허용한다는 개정안은 사실상 태아 성감별을 허용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며 "헌재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태아성감별 금지 규정이 다시 부활하는 것과 같아 실효성이 없는 규정"이라고 밝혔다.

박노준 산부인과의사회장은 "합리적인 태아 성감별을 위해 그동안 논의되어 왔던 허용기준보다 크게 후퇴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인공임신중절이 이루어질 수 없는 모자보건법 규정에 근거하여 임신 24주 이후부터의 진료과정상 인지하게 된 태아의 성별은 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최근 저출산 현상으로 한 자녀로 만족하는 부부들이 많아지면서 태아성감별은 산모와 가족에게 설레는 출산준비를 위한 선물과도 같으며,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의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정보제공으로 사용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낙태죄의 예비죄를 또 다시 형사처벌하는 것은 불필요

이번 개정안은 임신 32주 이전에 성감별 및 고지행위를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전 법규정보다 완화되긴 했지만 형사처벌 규정이 잔존한 것이다. 이에 대해선 성감별의 예비범죄적 성격에 모순되는 처벌규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낙태 금지 캠페인으로 사회적 주목을 받고 있는 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모임의 최안나 대변인은 "낙태행위가 본래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규제해야지 성감별 및 고지를 하는 의료인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에서 의료법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백휴 씨(한양대 법대 박사과정 수료·형법 전공)는 "본래의 실행행위에 앞선 예비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살인미수범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 뿐"이라며 "낙태죄의 예비행위 또는 사전행위인 태아성감별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미 우리 형법(제269조 및 제270조)은 낙태행위를 범죄로 규정해 처벌토록 하고 있다.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높은 벽 넘어설 수 있을까

지난해 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과잉금지의 원칙을 원용했다. 헌재 다수의견은 성감별 규정에 대해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정성은 인정했으나 최소침해성원칙 및 법익균형성은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단순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3인은 목적의 정당성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과잉금지의 원칙의 4단계 중 첫단계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나머지는 판단할 필요 없이 위헌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만약 새로운 성감별 의료법이 다시 헌재로 갈 경우 과연 과잉금지원칙을 통과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부모의 알권리와 의료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적어도 법익의 균형성에 위배된다는 결론에 이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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