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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길잃은 작은 새를 보았다
우리는 길잃은 작은 새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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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1.2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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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희(순천향의대 교수 부천병원 산부인과)

'우리는 길잃은 작은 새를 보았다'는 본인과 같이 8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여고생이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했던 국민 만화가 황미나의 만화제목이다. 그냥 있어도 힘든 질풍노도의 사춘기에 불어닥친 힘든 가정사와 현실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방황하는 힘없는 주인공들을 그린 만화라고 할 수있다.

요즘 우리 산부인과의 현실을 보면서 갑자기 그 책의 제목이 생각났다. 진오비라는 이름으로 PD 수첩을 통해 우리 스스로를 고발하고 나선 산부인과 의사들의 모임이 있다.

진오비의 주장은 흔히 말 하는 3D직종이라고 표현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그동안 몰래 시행되는 불법 낙태로서 돈을 벌어왔고 그런 돈을 번다는 사실을 국민도 국가도 그리고 우리 산부인과 모두 알고 있었지만 이를 묵인하면서 생활을 유지하였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국가와 국민은 이를 묵인하면서 산부인과 수가를 비정상적으로 조정하여 와서 이제는 불법낙태라는 테두리를 우리 스스로가 끊지 않으면 더 이상의 회생이 불가능해 질 거라는 자체 원죄론을 주장했다.

2∼3명의 모임에서 개탄하면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국민에게 스스로 폭로 할 수 있는 용기에 감히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언젠가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법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시행되어져야 하는 것들을 어서 만들어 달라는 스스로의 목소리에 감히 놀랍다는 표현을 할 수밖에는 없다.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이 힘들었을 것이고 또 많이 망설였을 것이다. 하지만 산부인과 의사들 사이에 대화가 충분히 이루어 지지 않아 공중파를 타고 먼저 진행된 것은 아닌지 조금은 걱정스럽다.

산부인과 의사 스스로도 TV를 통해서 전해 듣고 매개체를 통해서 듣는 것을 먼저 접하게 되면서 일부의 지역적인 폭탄 발언으로 밖에 비쳐치고 있지 않나 걱정스럽고 안타까운 심정이다.

같은 개원의 선생님들마저도 이해하고 공감은 하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힘들게 개원가를 꾸리고 있는 이 상황에서 이런 식의 동료의 발언을 받아들이기는 힘든 상황이 되었다는 입장이 분분하다.

국가나 국민은 그렇게 우리에게 질책하고 우리의 의료행위가 잘못되었다고, 분만을 이렇게 해라 저런식으로 하라며 주인의식을 갖고 이야기 해왔다. 그리고 강하게 우리에게 요구했다.

의료사고 나는 것은 중재하지 않고 제왕절개를 하는 의사는 나쁜 의사라는 식으로 했던 홍보효과는 어디로 가고 정작 이렇게 중요한 우리의 낙태와 관련되 원죄론에 대해서 아무런 관심과 대꾸조차 없다는 것이다.

우리를 바라보는 국가와 국민의 입장은 집안 싸움이 난 것처럼 그곳에 같이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고 또한 진오비의 입장처럼 수가를 정상적으로 해주면서 산부인과의 앞날을 걱정해 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살고자하는 목소리였을 지 모르지만 스스로의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지 않은 듯한 모습으로 보여진 것 같아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산부인과 의사로서 많이 안타깝다. 우리는 정말 어떠한 길로 가야 하는지 우리에게는 빛을 주는 길이 존재하는 것인지, 아픈 현실만이 남아서 길을 찾지도 못하는 것인지.

지금은 그저 갈길이 먼 것 같으나 같이 갈 수 있는 사람도 찾기 어렵고 갈길도 알 수없는 "길 잃은 작은 새"로 우리의 모습이 비추어 지는 것 같이 걱정과 안타까운 마음으로 한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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