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5 18:04 (목)
원격의료는 여전히 진행 중...

원격의료는 여전히 진행 중...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9.11.09 17:57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의 사회학자 W.F.오그번은 급속히 발전하는 물질문화와 비교적 완만하게 변하는 비물질 문화간에 변화속도 차이에서 오는 사회적 부조화 현상을 '문화지체(cultural lag)'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자동차 생산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데 교통문화나 질서의식은 이를 따라잡지 못해 교통문화 후진국 소리를 들어야 했던 90년대 한국의 사례는 문화지체 현상을 설명하는데 흔히 인용된다.

문화지체 현상을 확대해석하자면 기술의 발전정도가 기존 질서가 감당하기 어려운 임계치에까지 이르러야 결국 제도와 같은 비물질문화가 바뀌더라는 말로도 읽힌다.

반대로 임계치에 이르지 않은 기술의 발전은 문화의 변화까지 이끌어 내지 못하더라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확대해석이다.

하지만 확대해석된 문화지체 현상의 틀로 최근 이슈가 됐던 '원격의료'에 대한 의료계의 반응을 살펴보면 얼추 의료계의 반대가 사회학적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아직 원격의료나 E-health 관련 기술이 변화를 압박할 임계치에 이르지 않았는데 비물질문화인 의사와 환자간의 전통적인 진료문화를 바꾸려했으니 받아들여지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문화지체 현상을 빗대어 보자면 정부는 건강정보의 취득과 수집·처리·이용 등을 중심으로 한 기술의 발전속도를 보며 마지막에 꺼내들었어야 할 카드가 의사와 환자의 원격진료였던 셈이다. 문화지체 현상으로 보면 순서가 뒤바뀐 것.

하지만 이 말은 결국 원격의료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전통적인 의사와 환자간의 진료문화를 변화시킬 임계치를 넘어설 수 있다는 말로도 들린다. 그런 면에서 원격의료는 의료계의 반대로 물건너갔다기 보다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봐야 한다.

지난해부터 세계적인 인터넷 포털사이트 '구글(google)'이 투자한 '23앤드미(23andme)'란 회사가 재미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를 신청하면 일주일 안에 키트가 집으로 배달되는데 신청자는 키트 안에 침을 뱉어서 보내면 유방암과 당뇨병 등을 포함해 118가지의 유전질환에 걸릴 가능성을 확률로 알 수 있는 서비스다.

'23앤드미'는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약처방 정보와 수술정보·진료카드 정보 등을 모아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 서비스를 '2008년 올해의 발명품'으로 선정했다.

위성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지구 구석구석을 중계하더니 이제는 새로운 바이오 시장을 열어제칠 계획인가 싶다. 구글의 참신하고 발빠른 행보를 보고있자면 조만간 환자와 의사와의 전통적인 진료문화에 변화를 가져올 임계치가 코앞에 다다른 것이 아닌가 하는 섣부른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