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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1.06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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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하나(이화의대 교수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얼마 전 일이다. 일천한 경력에 영광스럽게도 서울서 멀지 않은 한 대학에서 의대와 의전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멘토와의 시간'에 강의 요청을 받았다.

멘토의 사전적 의미는 '훌륭한 스승, 또는 지도자'라고 되어 있다. 과연 내가 진정한 멘토의 자격이 될 지 의문이었지만, 나름 선배로서 뭐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해서 강의를 하게 되었다.

학생 강의를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나는 의대를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해마다 학생들의 출생연도가 점점 내 입학연도에 가까워지더니 급기야 내가 대학을 졸업하던 때에 태어난 학생들이 내 수업을 듣게 될 날도 머지 않았다. 세월의 무상함이라.

그 어디에서 강의할 때보다 더 떨리는 마음으로 두서없이 이런 저런 얘기들을 시작하면서 "의사는 환자를 보는 일만 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면 의대를 나와 관련분야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금 어떤 꿈을 꾸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냐는 것이다.

부탁하건대 여러분은 21세기를 사는 미래 의사들이고 그 때의 의료 환경은 지금과 훨씬 다를 것이다. 고정관념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길게 내다 보고 최선을 다해 꿈을 이루길 바란다" 등의 얘기를 했다.

강의-라기보다는 당부-를 마친 후 나른한 오후 재미없는 강의에 졸고 있는 학생들도 깨울 겸, 한 학년 당 한 사람씩 불러 의대에 들어올 때 어떤 각오로 지원했는지를 물어보았다. 역시나 답은 현실적이고 솔직한 신세대 다웠다.

의사는 안정적 직업이고, 소득도 어느 정도 높고, 사회적 지위도 인정받고,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등등. 나는 대학입학 시험 때 어떤 대답을 했던가. '의사는 배운 것을 토대로 남에게 봉사하고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직업이다. 이런 일을 하고 싶다.

아픈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 등 입에 발린 면접용 발언을 했더랬다. 물론 그 중 상당부분은 아직도 내게 진실이다. 하지만 세상의 때가 묻고 이리저리 치이고 갈리면서 모난 돌이 둥그러지듯 뾰족한 정의감이 갈아 없어져 버린 것도 사실이다.

가슴 아프게도 우리와 같은 길을 걸어갈 후배들은 저 먼날의 우리들보다 더 현실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이들이 힘든 몇 년의 과정을 견디고 세상에 쓰일 만한 의사가 되었을 때 어떤 의사가 되어 있을까. 내 코가 석자이지만 불현듯 걱정스런 생각이 앞선다.

설마 최첨단 디지털 시대의 의사들이라고 해서 환자를 디지털로만 인식하지는 않겠지. 우리가 가끔 잊고 있는 것-우리가 매일 만나고 치료하는 환자는 병원 밖을 나가면 나와 같은 공기를 마시고, 숨을 쉬고, 때로는 나보다 더 잘난 삶을 사는 존중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미래의 의사들에게 이루고 싶은 일을 꿈꾸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라고 용기를 북돋아주기엔 현실이 너무도 팍팍한 것 같지만, 그래도, 꿈은 꾸어야만 한다. 그게 인간과 미물의 차이일 것이기에.

글이 나도 모르게 무거워졌다. 그러니까 '멘토'라는 게 그렇게 어깨가 무거워 지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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