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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행동하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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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1.0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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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재의료원 창원병원 산부인과 이경수 과장

"어쩌면 우리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장애인인지도 모릅니다."

장애우를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을 가진 이들이야 말로 진정한 장애인이라고 말하는 이경수 원장. 정부 지원이 늘어났다고 해도, 일반인의 의식이 나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장애우 복지시설은 외곽에 자리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는 이경수 원장은 후원 시설을 말할 때면 웃음이 터졌다가도 현실적인 문제에서는 중간중간 한숨을 내쉬었다.

이경수 원장은 '천사회' 회장으로 22년째 장애우 복지시설인 '천사의 집'을 후원하고 있다. 천사의 집은 당초 '예수의 작은 마을'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가 복지재단으로 등록하며 후원회의 이름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그 만큼 이경수 원장과 천사회는 천사의 집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1987년부터 22년째 '천사의 집' 지원

1981년, 이경수 원장은 영주시 보건소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당시 영주역은 전국에서 몇 안 되는 냉난방이 되는 역이었다. 그래서인지 영주역에 버려지는 이들이 많았다. 시 외곽의 수용시설로 보내진 장애우들을 돌보는 이는 낯선 외국인 수녀였다.

같은 핏줄도 돌보지 못해 버린 장애우를 위해 한겨울에 얼음을 깨서 빨래를 하고 밥을 짓는 그녀는 이경수 원장에게 적잖은 충격이었다. 수용시설에 연탄이며 옷가지 등을 보내며 시작한 작은 나눔은 쉬 사그라지지 않았다. 영주시 보건소 근무를 마친 후에도 장애우를 돕는 일은 계속됐다.

천사의 집(당시, 예수의 작은 마을)과 연을 맺은 것도 그 즈음이다. 가톨릭 신부님과 수녀님이 17명의 장애우들과 함께 생활하던 천사의 집을 지원하며 후원자들끼리 천사회를 구성했다. 초기 결성 맴버 중 8명은 꾸준히 활동 중이다. 이경수 원장은 1987년 천사회 창립과 함께 회장직을 맡았다.

폐암으로 투병하던 몇 년을 제외하고는 회장직은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투병 중에도 가발을 쓰고 봉사에 참여했다. 봉사자 중에도 그의 투병 사실을 모르는 이가 많았다.

 순수한 마음과 꾸밈없는 미소에 행복 충전

"남을 배려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즐거움입니다. 봉사자들이 활동하다가 금방 지치는 것도 마음을 나누는 기쁨을 맛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의례적으로 찾아가는 봉사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봉사를 넘어 기쁨을 나누는 수준이 되면 봉사를 하면서 삶의 정수가 무엇인지 느끼게 되지요."

▲ 이명박 대통령과 담소를 나누는 이경수 과장.

이경수 원장은 폐암을 극복하고 다시 봉사와 진료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봉사의 즐거움이 준 선물이 아니겠냐고 말한다. 최근에는 심평원 창원지원에서 3년 넘게 봉사에 참여하고 금전적인 지원도 해주고 있어서 천사회와 천사의 집에 큰 힘이 된다.

봉사를 오래 하다 보면 아이들과 후원자 이상의 정이 든다.

"천사의 집 식구들에게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더 많습니다. 세상 누구보다 순수한 아이들에게 끝없는 사랑을 받고 있거든요. 아이들과 매년 봄, 가을로 여행을 가는데요. 아무리 훌륭한 경치라고 해도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보다 못합니다."

시내에 장애우 복지시설이 자리잡았으면

▲ 인도네시아 지진대참사 의료봉사 당시(사진 오른쪽).
이경수 원장의 봉사활동은 천사의 집을 후원하는 것만은 아니다. 창원시의사회 회장으로, 창원시의사회 봉사단인 엔젤클리닉의 단장으로 창원 외국인 노동자 무료 진료 등의 지역봉사, 인도네시아 지진 현장 의료 지원, 캄보디아 의료봉사 등 해외봉사까지 다양한 봉사를 기획 추진했다.

천사의 집처럼 후원하는 장애우 시설도 여럿이다. 소망의 집, 선린복지재단, 홍익재활원 등도 십 수년 동안 무료 진료와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

"장애우들과 생활하며 복지시설을 운영하는 분들은 정말 대단한 분들입니다. 후원회를 만들고 정기적으로 봉사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일이지요.

지금은 엄두가 나지 않지만,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은 일입니다. 그리고 장애우 시설에 대한 우리의 시각이 달라져서 외진 곳이 아닌 우리 동네에, 옆집에 장애우 시설이 다가오는 날을 앞당기고 싶은데 시간이 좀 걸리겠지요?"

이경수 원장의 1년, 3년, 5년, 10년 후의 모습을 그리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천사회는 여전히 나눔의 열정을 가진 이들과 함께할 것이고 천사의 집을 비롯한 장애인 복지시설을 후원하는 것도 여전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말하는 나눔의 즐거움은 알게 모르게 우리들에게도 배어들 것이다.

글/류상미 (보령제약 사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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