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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의료정보화 "안하는게 낫다"
의료정보화 "안하는게 낫다"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9.10.2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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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KDI 연구위원 "공공보건기관 정보화 새 판짜야"
시행 효과·효율성 떨어져…예비타당성조사결과 미시행 점수 더 높아

전국 1560곳 보건기관(보건소 236곳·보건의료원 17곳·보건지소 1307곳)의 보건행정·보건사업·진료사업 등 전체업무를 하나로 묶어 중앙집중형으로 통합관리하기 위한 '공공보건기관 정보화사업'이 시행 효과는 물론 효율성이 떨어져 실시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 공공의료정보화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수행한 윤희숙 KDI 연구위원<왼쪽에서 세 번째>이 방청객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왼쪽부터 김진형 교수·장병철 이사장·윤 연구위원·김정은 교수>.
'공공보건기관 정보화사업'은 전국민의 의무기록과 건강정보를 담은 전자건강기록(Electronic Health Record, EHR)을 구축, 중앙집중형으로 통합관리하기 위한 '국가보건의료정보화 종합계획'에 따라 보건복지가족부가 주도하는 사업으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5320억원을 투입, 154개 공공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윤희숙 한국개발원(KDI) 연구위원은 지난 23일 '의료정보화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최한 금요세미나에서 지정토론을 통해 "'공공의료정보화사업'에 대해 최적 대안을 기준으로 경제성 분석·정책적 분석·지역균형발전 등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업 시행점수는 0.196인데 반해 미시행점수는 0.804로 사업을 시행하지 않는 것이 보다 나은 대안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또 "국가주도의 하향식 정보화를 추진한 영국의 경우 2002년 사업 시작 당시 4조 6천억원의 비용과 3년 간의 구축기간을 예상했지만, 현재 비용 추정액이 40조원에 이르고 있음에도 사업이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해 '세계 최대의 IT 프로젝트'가 '세계 최대의 재앙'으로 규정될 정도로 실패했다"며 "영국의 실패 사례에서 나타난 문제점이 공공의료정보화사업에서도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연구위원은 정부가 시스템을 만들어 공급하는데 따른 독점 구조의 폐해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윤 연구위원은 "정보화에 있어 정부가 해야 할 바람직한 역할은 자발적인 시스템 발전과정에서 표준을 제시하고, 개별 주체들이 이를 따르도록 인센티브를 마련해 유도하는 등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장기적인 발전을 촉진하는 역할"이라며 "이번 공공의료기관 정보화사업은 직접 정부가 개발을 주도해 직접 시스템을 개발하고 배포하는 하위수준의 역할을 담당하려 하기 때문에 정작 필요한 상위수준의 역할이 이뤄지지 않아 부작용이 크게 예상된다"고 밝혔다. 윤 연구위원은 "단 한 개의 컨소시엄이 개발을 맡고 있어 향후 어떠한 방식으로 독점력을 방지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없어 업체간 경쟁을 억제하고, 산업의 장기적인 생명력을 저해할 위험에 대한 대비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정보화 사업은 일시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유지·보수 등의 연속적인 과정"이라고 지적한 윤 연구위원은 "정부가 보급한 시스템을 사용할 경우 각 기관이 문제를 예방하고, 업무내용 변화에 따른 시스템 혁신을 시도하면서 예산을 절약하는 노력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유지·보수에 따른 재정 부담도 막대하다"고 전망했다.

개인의료정보의 침해 문제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윤 연구위원은 "의료정보를 환자 본인이나 의료기관이 아닌 제 3의 장소에 전송·저장·관리하는 방식은 정보보호에 관한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법률적 근거가 미흡하다"며 "개인의 의료정보를 중앙집중형으로 집적하는 것은 정보인권 침해의 위협이 크다"고 지적했다.

윤 연구위원은 결론적으로 "국가 주도의 공공의료기관 정보화사업은 사업의 기본방향과 범위부터 재검토하고, 신중히 논의해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사업과 별도로 하드웨어 교체와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공공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예산을 투입하고, EMR에 대한 시범적 운용을 통해 효과와 비용을 관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 장병철 대한의료정보학회 이사장은 주제발제를 통해 "머지않아 최고의 진료를 위한 지능화된 개인 맞춤서비스를 통해 질병을 예측하고, 조기진단과 치료는 물론 맞춤치료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EHR에 대한 관심과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 이사장은 "건보공단은 의료정보화를 통해 국민 총의료비 효율화의 가장 큰 수혜자인 만큼 개별병원이 수행하기 어려운 표준화와 모듈 공급을 비롯해 인증제도 지원 등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형 한국과학기술원 교수(전산학과)는 "의료정보화로 인한 혜택은 환자와 보험회사가 보지만 업무부담은 의사가 지고, 경비 부담은 병원이 하고 있다"면서 "높은 경비와 더불어 혜택을 받는 측과 경비를 부담하는 측이 불일치한 것이 EMR 구축의 장애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상당수 병원들이 정보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투자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마치 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진단한 김 교수는 "정보시스템에 투자를 안하면서 잘 되기를 기대할 순 없다"며 "의료정보화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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