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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바이처 정신 실천하는 이시대의 큰 바위 얼굴!

슈바이처 정신 실천하는 이시대의 큰 바위 얼굴!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9.10.1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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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경외클럽

얼마 전 서울시 복지상을 수상하고,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의료봉사 활동에 매진하겠다고 밝힌 생명경외클럽은 아프리카 오지에서 평생 동안 의료봉사 활동을 했던 슈바이처 박사의 뜻을 본받고자 1958년 창립된 의과대학 연합 클럽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더없이 청명하게 느껴지는 오후, 생명경외클럽의 총무를 맡고 있는 장창훈 원장을 만났다. 장 원장은 1982년부터 활동해온 대선배로서 혹여 클럽의 이념이나 취지가 변색될까 우려하며 매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생명경외클럽(Veneratio Vitae Club, Reverence for Life)은 평생을 의료봉사에 헌신하셨던 슈바이처 박사의 뜻을 본받고자 1958년 6월 창립되었습니다. 당시 서울에 있던 5개 의과대학(서울대·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가톨릭대학)의 학생들이 주축으로 활동했지요.

현재 5개 대학의 의과·치과·간호과·약학과·수의과대학생과 1997년 경희대 한의과대학생 및 졸업생을 회원으로 10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의료계 종사자라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영웅이 바로 슈바이처 박사일 게다. 그렇지만 그의 생명에 대한 존경과 의(醫)의 윤리실천을 설립목표로 하여 지금까지 51년 넘게 변함없이 의료에서 소외된 이들을 돌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생명경외클럽의 활동은 의대생들의 동아리 활동으로 폄하하기에는 너무나 깊고도 넓다. 의대생으로 시작해, 졸업 후에는 GF(Graduated Fellow)로서 여러 가지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

심장병 어린이 수술 지원으로 17회 보령의료봉사상을 수상한 바 있는 조범구 박사, 전세일 국제키비탄 한국본부총재, 김일순 전 금연협회장 등 걸출한 선배들이 모두 생명경외클럽 회원으로 진료 지도나 경제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생명경외클럽은 60~70명 정도의 학생들과 회장인 김치정 중앙대병원 심장내과 과장과 총무 장창훈 예원내과 원장을 포함해 1000명이 넘는 졸업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창립 때부터 매년 낙도나 무의촌 지역을 찾아다니며 장기 진료 활동을 해왔고, 1983년부터 서울역 양동 빈민가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해왔다. 또 1984년 노원구 상계1동 북부종합사회복지관에 터를 잡고 토요일마다 무료 진료봉사 활동을 펼쳤다.

치과 진료를 해주기 위해 3천만 원 상당의 의료기계 2대를 설치하는가하면 연간 1천만 원 이상의 약품을 계속해서 후원해왔다. 하계, 동계 휴가기간에는 4박5일 농촌진료 봉사활동을 진행해왔는데 그 횟수만도 총 57회가 넘는다.

2007년에는 경기 옹진군 장봉도를, 2008년에는 경북 봉화군 재산면을, 2009년에는 전북 장수군 번암면을 찾아 의료봉사 활동을 하였으며 그간의 진료인원은 연 30만 명을 상회하고 있다.

51년 의료봉사의 원동력은 바로 순수성

"왜 '큰 바위 얼굴'이라는 유명한 소설이 있잖아요. 마을에 사람 얼굴 모양을 한 바위가 있는데, 그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이 오면 마을이 행복해진다는 전설이 있어서 주인공은 계속 마음속으로 염원하고 기다리죠. 결국엔 그 주인공이 바로 큰 바위 얼굴이었다는….

우리에게 큰 바위 얼굴은 바로 슈바이처입니다."

51년이 넘는 동안 한결같은 활동을 해온 원동력이 무엇이냐 물으니, "슈바이처가 큰 바위 얼굴이라는 믿음과 순수성"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학생들은 종교적 이유나 임상 실습, 커리어에 도움을 쌓거나 사회생활 혹은 재미 등 다양한 이유로 클럽을 찾지만, 결국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만이 클럽의 활동을 주도하고 이어간다는 것이다.

장 원장은 생명경외클럽은 슈바이처의 생명경외 사상과 기독교 정신이 부합하여 만들어졌지만, 80년대 들어 도시 영세민 진료를 하게 되면서 종교적인 의미는 다소 사라졌다고 밝혔다.

"작고하신 윤성범 목사님은 '선교의 목적으로 생명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셨는데 그 당시에도 대단한 파격이었죠. 큰 교회들의 도움도 거절하는가하면 어느 단체든 그들의 목적을 위해서 이용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셨습니다.

순수성을 잃지 않기 위해 다른 도움을 일체 거절하고 약값도 우리가 대야 하는 형편이었죠. 대신 순수한 의료인들의 순수한 모임이라는 자부심이 함께했습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생명경외클럽이니만큼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다양하다. 장 원장은 윤성범 목사가 고문(지도) 목사이던 시절 유명한 일화도 들려주었다.

"60년대에 독일에 강연을 갔다가 한국의 슈바이처라며 생명경외클럽 학생들 이야기를 하셨는데 독일에서 큰 감명을 받았나봅니다. 선뜻 폭스바겐 캠핑용 카를 앰블런스로 개조해 지원해줬는데 그것이 우리나라 외제차 1호인 셈이었죠. 물론 부산에서 통관 문제 때문에 1년 넘게 들어오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또 1993년부터 1997년까지 주한미대사를 역임한 제임스 레이니 역시 클럽의 고문 목사를 지냈다고 한다. 해방 직후인 1940년 대 말 미 육군 병사의 신분으로 한국에 와서 근무한 적이 있으며, 1950년대 말부터 1960년 대 초까지 미 연합감리교회의 선교사로서 연세대학교에서 강의를 했던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관저로 생명경외클럽 회원들을 모두 초대해 파티를 열어줬다.

위인을 잃어버린 세대가 안타깝다

장 원장이 생각하는 의대생과 의료인은 선택받은 사람들이다. 의사는 13년이 넘는 오랜 시간동안 공부를 해야만 하는 사회의 엘리트로서 그만큼 사회적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것. 위인이 점차 사라져가는 세대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우리 세대에 인류에 헌신하신 분이라고 하면 슈바이처 박사나 마더 테레사를 떠올리곤 했지요.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요? 존경할 만한 위인을 용납하지 못하는 사회가 되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세상에 완전무결한 인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기꺼이 영웅으로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언론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장 원장은 좋은 일이 노출되면 조작된 이미지라는 불신이 쌓이고, 존경할 만한 사람을 떠올릴 수 없는 사회 풍조를 날카롭게 꼬집었다. 젊은 시대의 우상이자 큰 바위 얼굴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끝으로 반세기를 쉼 없이 달려온 생명경외클럽의 추후 계획에 대해 물었다.

"순수한 마음으로 의료인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는 데에는 변함이 없겠지요. 이제는 의료보호가 되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의 환자들이나 불법 이주민들에게도 눈을 돌릴 때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학생들을 주축으로 하는 활동이니만큼 최대한 안전하게 활동할 겁니다."

학생들의 활동에 의료분쟁이나 안전사고가 일어나면 안 되는 것은 당연지사. 선배들이 앞장서 의료 환경의 질적 개선과 의료 봉사의 활성화에도 앞장설 것이라는 장 원장의 말에 힘이 실렸다.

얼마 전 다녀온 전남 장수군 농촌 의료봉사에서는 군수로부터 자매결연 제의를 받는가 하면 전주 KBS 방송에서 취재도 다녀갔다. 또 북부종합사회복지관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2009년 9월 서울시 사회복지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장 원장은 이것이 바로 클럽의 저력이라 말한다.

역사와 전통에 대한 자부심으로 순수성을 지켜갈 때 환자들을 대하는 기본적인 자세가 바로 나오고 이것은 다시 클럽에 대한 긍지와 애정으로 돌아온다고 믿는다. 우리나라 대표 의료봉사 단체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은 생명경외클럽의 또 다른 반세기를 가늠케 하기 충분했다.

순수한 열정이 있기에 더 질긴 생명력을 가진 생명경외클럽에서 언젠가 또 다른 큰 바위 얼굴을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글/정지선·사진제공/생명경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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