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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어머님 그리고 시어머님

친정어머님 그리고 시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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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0.0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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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옥(한국여자의사회 총무이사, 충남의대 재활의학)

나를 낳아주신 친정어머님, 남편을 낳아주신 시어머님. 우리 가족은 이 두 분 어머님을 같이 모시고 살고 있다.

결혼 후 신혼 때는 단 둘이 살았는데, 첫 아이가 태어나자 육아를 먼저 맡아 주신 분은 친정어머니이셨다. 가까이에 계시기도 했지만 이미 홀로 된 뒤여서 좀 더 쉽게 부탁드릴 수 있었다.

대전으로 온 후엔 시어머님의 도움을 받았고, 시아버님께서 돌아가신 뒤 두 어머님과 같이 살기 시작한 지는 어느새 15년이 되었다.

두 아이들은 할머니 두 분의 사랑을 한 집에서 듬뿍 받으며 행복하게 자랐고, 그 덕으로 넉넉하고 사려 깊은 마음을 갖게 된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학교에서는 가족신문에 할머니들과 관련된 내용을 쓰기만 하면 상을 듬뿍 받아오곤 하였다. 선생님들께서도 내용보다는 상황에 점수를 더 주신 듯 했다.

이렇게 같이 사는 동안 두 분은 각각 특별한 입장이 있으셨다. 친정어머니가 "내가 딸을 낳아 시집보냈는데 아기를 스스로 키울 수 없는 문제가 있으니 내가 애프터 서비스를 하는 것이 당연하지요"하시면, 시어머님은 곧바로 "뭐, 아기가 결혼할 때부터 있었나요? 5년씩이나 살다가 뒤늦게 아기가 생긴 것은 다 사용자 부주의지요.

내가 키우는 게 맞습니다"로 응수하셔서 가정을 웃음바다로 만들어 주시곤 했다.

80세, 81세 고우신 할머니들은 "우리 아이들이 서로 부부인데, 사돈만큼 서로에게 가까운 사이가 어디 있나요?"하시면서 친 자매보다도 더 친하게, 마치 부부처럼 서로 챙기며 지내시는 덕분에 주위 노인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으며 당당한 노후를 보내고 계신다.

나도 겪어 보았지만 직장에서의 책임이 과중한 젊은 여의사들에게 육아는 참 어려운 일이다. 여의사로 성공하려면 다른 무엇보다 좋은 도우미 아주머니를 만나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을 정도다.

하지만 육아의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면 가능한 경우 부모님들의 도움을 받기를 권하고 싶다.

신혼부부는 꼭 둘만 따로 살아야만 하는 것일까? 어른을 모시고 같이 살아가면서 가족의 풍성한 사랑을 나누는 것보다 아이들에게 더 좋은 환경이 있을까? 어르신들 역시 소중한 내 아이를 키워주신 당당함 때문에 노후에 미안해하실 필요 없이 계속 같이 지내실 수 있다면 노후생활도 더 풍요롭게 보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날, 육아와 가사에 묶여 여러 활동을 줄일 뻔 했던 나에게 날개를 달아주셨던 두 분 어머님께서 손자와 증손자를 보시며 무병장수하시길 감사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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