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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긴급구호에 대한 단상

해외긴급구호에 대한 단상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9.09.1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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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환(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소속 공중보건의)

우리나라는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이다. 교육열도 그 어느 나라보다 높고 반도체·휴대폰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세계 1등이다. 얼마 전에는 우주로 로켓도 발사해 세계 10번째로 스페이스 클럽에도 가입했다. 의료수준이나 의료에의 접근도, 병원시설도 세계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해외긴급구호나 재난구호 부분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이하 재단)은 보건의료분야의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사업을 하는 보건복지가족부 산하의 공공기관이다. 여러 사업을 하고 있지만 그 중 해외에서 긴급재난이나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의료단을 파견하고 그러기 위해 교육·준비 사업을 하고 있다.

이런 사업을 본격적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마 2004년 말 발생한 쓰나미 때문일 것이다. 그때 수많은 NGO단체와 정부기관이 쓰나미 발생 지역으로 우후죽순 들어갔다. 하지만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하는 긴급구호단이 불분명했고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었다.

이를 계기로 복지부와 외교부가 해외긴급구호단 파견 시스템과 그에 필요한 여러 준비단계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예산확보와 실행에 들어갔으나 다른 우선순위에 밀려 아직 미미한 단계다.

이웃 일본만 봐도 UN과 WHO 기준에 맞춰 의사·간호사·약사·응급구조사 및 소방방재청 등 행정요원을 교육시키고 자격증을 발급해 해외긴급구호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또한 나리타공항을 비롯한 일본 거점 공항에 창고를 마련하고 해외긴급구호에 맞게 세팅한 각종 약품·물품을 언제든 재난지역에 싣고 갈 수 있도록 준비해 놓고 있다. 물론 세계기준에 맞게 규격화된 케이스에 맞춰 보관해 놓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그런 기준이나 보관창고, 세팅된 물품 없이 재난이 터지면 부랴부랴 라면박스에 필요한 물품들을 싸서 개인배낭에 지고 가는 실정이다. 재난 현장에서 선진국의 그것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인력도 매우 부족해 일이 터지면 그때마다 인력을 모집하는 형식이다 보니 체계적인 임무수행과 다른 나라와의 국제적인 공조가 매우 어렵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복지부와 외교부 그리고 재단은 해외긴급구호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긴급구호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해외긴급구호 교육을 시작했고 정부와 협력해 예산을 확보하고, 국제기준에 맞는 긴급구호를 실시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해외긴급구호는 단지 그 나라에 긴급한 의료를 제공하고 약품을 제공하는 행위로 그치는 것이 아닌 만큼 다른 많은 준비도 필요하다.

재난현장에서의 통신·행정 등을 책임질 전문적인 행정요원의 양성, 깨끗한 물을 확보하기 위한 정수시설, 현장에서 사용할 텐트, 그리고 규격화된 각종 약품·수술장비까지 모두 국제기준에 맞춰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다른 선진국을 쫓아가는 나라가 아니다.

다른 개발도상국들이 우리나라를 보고 롤 모델로 삼고 있다. 재난현장에서의 후진적인 모습은 다른 개도국에 모범이 되지 못한다. 경제적인 성장에 맞게 다른 분야도 국제기준에 맞추고 다른 나라들이 우리나라를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해외긴급구호 분야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우리나라만의 기준에 따라 후진적인 시스템으로 선진국의 오분의 일도 안되는 예산으로 손 놓고 있으면 안될 것이다. 이제 막 시작이다. 정부·재단·의사단체 각종 유관기관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함께 뛰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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