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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낳기 싫어하는 국민, 아기받기 싫어하는 의사

아기낳기 싫어하는 국민, 아기받기 싫어하는 의사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9.09.1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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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희(순천향대 부천병원 산부인과 조교수)

산부인과 의사로서 가장 관심이 가는 사회적인 이슈는 역시 출산과 관련된 것이다.

모 방송에서 '다산의 신'이라는 개그맨을 내세워 S라인의 시대는 가고 D라인의 시대가 오기를 기대한다는 우스갯 말들이 오갔다. 아기의 탄생은 가족과 온국민의 관심사인 것만은 틀림없다.

황금돼지 해에는 어느 정도 출산이 늘어나 이제는 출산율이 좀 오르나 싶었더니, 2008년도 1.19명으로 최저의 출산율을 보였고 서울시와 같은 우리나라 대표도시의 출산율은 1.0명이 채 안 된단다.

출산율이 떨어져 일거리가 없을까봐 산부인과를 지원하지 않는 탓인지, 지난해 전국 산부인과 전공의 수급률은 정원의 절반을 밑돌고 학회에서 만나는 산부인과 선생님들은 모두 전공의들이 그만 둔 이야기를 하거나 하반기에 겨우 전국의 산부인과 수련병원을 통틀어 1명이 지원했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요즘 유행하는 신종 인플루엔자 보다도 더 기피하는 대상이 산부인과가 아닐까. 이제는 산부인과 의사로 다른 의사를 만나는 것조차도 기피하게 된다.

하지만 올해도 역시나 국가적인 대책도, 학회 차원의 대책도 없는 상태로 또 전공의를 받는 가을이 다가왔다. 전공의를 끌어오는 것이 마치 산부인과 교수의 역할이기나 한 듯 모두들 우리만 쳐다보고 있다.

아기들을 받는 산부인과를 싫어하는 것은 비단 젊은 전공의들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에 분만가능한 병원을 구역별로 나눈 도표를 보면 분만이 불가능한 지역도 있고, 전체 산부인과 병원의 30% 정도만이 분만을 하는 추세이다. 전공의가 없는 대학병원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도 않은 신생아 뇌손상의 책임이 병원에 있다는 판례가 40% 정도 되니, 아기 받기를 기피하는 산부인과가 늘어나는 현상은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어디 그 뿐인가. 산부인과 의사로서가 아니라 두 아이의 엄마 입장에서 생각해보아도 출산율이 늘어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초등학교에 막 들어간 아들 녀석은 무슨 숙제와 준비물이 그렇게 많은지 도저히 친정어머니의 도움만으로는 한 아이의 학교 스케줄을 따라가기도 벅차다.

학교에서 특기활동으로 배우는 바이올린을 따로 가르쳐 주지 않았더니, 아이가 오히려 내게 스트레스를 준다. 다른 아이들은 따로 배우고 와서 수업시간에 진도를 따라가는데, 자신한테는 선생님이 가르쳐주려고도 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저를 포기했나봐요" 한다.

학교 수업을 위한 방과 후 교육비는 말할 것도 없고 필요한 것을 챙겨서 쫓아가는 것도 힘든 이런 사회 현실은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하는 것 같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벅차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엄마로서 "아이를 많이 낳으세요"라고 선뜻 말할 수 없다.

아기를 낳기 싫어하는 심정도, 아기를 받지 않으려는 심정도 잘 알지만, 해결책은 어디에도 없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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