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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의사칼럼]관찰 연구에 대한 단상

[제약의사칼럼]관찰 연구에 대한 단상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9.09.1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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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승호(베링거인겔하임 의학부 메디컬디렉터)

국내 감기약에 함유된 PPA(phenylpropanolamine)가 뇌졸중 위험과 관계가 있을까? 2000년대 초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PPA 파동의 한 가운데는 이 질문이 있었다. 판매 중지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한 명확한 답이 필요했다.

그리하여 전국의 30여 개 병원에서 스터디가 시작됐고 둘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으며 이를 근거로 식약청에서는 PPA 판매 금지 결정을 내리게 됐다. 이때 사용된 연구 방법은 환자-대조군 연구라는 관찰연구였고, 연구비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관련 제약사들이 부담했다.

관찰연구가 그 빛을 발했던 사례는 역사적으로 여러 건이 있었다. 사지 기형 발생이 임신 중에 복용한 탈리도마이드와 관계 있다는 사실, 임신 중 DES(Diethylstilbesterol)에 노출된 산모로부터 태어난 여아에서 드물게 질에 선암이 발생한다는 사실, 라이 증후군과 아스피린과의 관계가 밝혀진 것 등이 그 예이다.

어떤 약의 부작용으로 암이 생기는지 혹은 기형이 발생하는 지를 알기 위해 임상시험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관찰연구적 방법으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관찰연구는 부작용에 대한 연구뿐 아니라 임상시험에서는 얻지 못했던 보다 폭 넒은 정보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임상시험은 대개 제한된 환자군에서 시행되는 경우가 많다. 동반 질환이 있거나 특정 병용 약물을 복용하는 군은 제외된다.

하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이러한 환자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이러한 환자군까지 포함하는 보다 폭넓은 환자군에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관찰연구적 방법이 적합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얻어진 연구 결과는 임상시험 보다 일반화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제약회사에서 직접 관찰연구를 몇 건 개발하고 진행해보면서 한 가지 안타까웠던 점은 임상시험에 비해 관찰연구의 이러한 장점들이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심지어 일부에서는 관찰연구가 마케팅의 한 수단 정도로 취급받는다는 점이었다.

관찰연구는 의학적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한 과학적 연구 방법론이다. 임상시험과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으며 잘 이용되면 우리나라의 실제 임상 현장을 반영하는 귀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해결사가 되어줄 것이다.

관찰연구를 통해 약에 대한 보다 다양한 사실들이 밝혀지고, 관찰연구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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