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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의료기관 진흥기금 법안 "반갑다"

시론 의료기관 진흥기금 법안 "반갑다"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9.09.0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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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춘웅(명지성모병원장 전 서울시병원회장)

정부나 의료기관 관련 단체 등이 기금을 마련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의료기관을 지원하자는 내용을 담은 '의료기관 진흥기금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현재 보건복지가족위원회에 계류중이다.

민주당 양승조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동 법안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료기관 입장에서 보면 가뭄에 단비와 같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의료기관 경영에 직접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돌이켜 보면 의료기관의 경영난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도저히 버틸 힘이 없어 문을 닫는 중소병원이 부지기수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앞으로 엄청난 부작용과 후유증을 겪어야 한다. 문제는 날이 갈수록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는데 있다.

이런 현상이 초래된 근본적인 원인은 의료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너무 터무니 없이 낮게 책정된 비현실적인 건강보험수가에서 찾을 수 있다. 현행 수가체계로는 의료기관이 아무리 용을 써 본들 정상적인 경영을 하기가 원천적으로 어렵다.

저보험료-저급여-저수가로 특징지어지고 있는 현행 건강보험제도의 기본틀이 바뀌지 않는 한 의료기관은 경영난이란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나기가 좀체로 힘들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빠른 시일 안에 제도의 틀이 바뀌리라고 기대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다른 해결방안이라도 있어야 한다. 이번에 양승조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기관 진흥기금'이 대안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싶다.

물론 의료기관의 어려움을 전적으로 저수가 탓으로만 돌릴수 만도 없다. 의료기관간 '제 살 깍아 먹기 식'의 지나친 경쟁도 경영난을 부추기고 있다. 이 와중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중소 의료기관은 힘에 밀려 더 이상 물러 설 수 없는 벼랑 끝까지 내 몰려 있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마다 여전히 '몸집 불리기'에 여념이 없다. 이 때문에 의료기관 양극화 현상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진행되고 있고,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집중현상 역시 가속화하고 있다.

중소 의료기관이 제기능을 발휘하기엔 국내 의료환경과 여건이 너무 열악하다. 그렇다고 손 놓고 바라만 보고 있을 수만도 없다.

의료기관은 일반 기업체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국민의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증진시켜야 하는 책무가 주어져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 '의료기관 진흥기금법안'이 올바로 입안돼 제대로 작동만 한다면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함께 국민건강증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러려면 이 법안이 국회를 원만히 통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다음 법안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의료기관 진흥기금 법안'의 성패 여부는 결국 기금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동 법안에서는 정부의 출연금과 의료기관과 관련이 있는 기관이나 단체가 출연하는 재정 등으로 충당하는 것으로 돼 있다고 알고 있다.

정부 출연금이 됐든 기관이나 단체의 기부금이 됐든 기금 확보의 신뢰성과 영속성이 담보돼야 한다. 아무리 법안의 취지가 좋더라도 기금이 없으면 물거품에 지나지 않는다.

일단 기금이 확보되면 재정이 법안이 의도한대로 쓰여지도록 해야 마땅하다. 기금이 의료기관의 경영 효율화와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데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잘 살펴야 한다.

기금의 효율적인 운용과 관리를 위해서는 융자조건과 융자조건 위반에 따른 제제의 종류와 한계를 분명히 설정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기금이 방만하게 운용되면 법을 만들지 않은 것보다도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

그렇다고 해서 융자조건을 너무 까다롭게 한다든지 또는 제제를 엄격하게 하는 것도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기금을 얻어 써야 할 의료기관은 대부분 살림살이가 어렵다.

때문에 너무 이런 저런 조건을 달아 버리면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래서는 경영이 어려운 의료기관을 돕자는 취지에서 발의된 법안이 취지를 제대로 살려 낼 수 없다. 융자조건은 분명하게 제시하되 웬만하면 혜택을 볼 수 있게 최대한 진입장벽을 낮추었으면 한다.

융자 대상 의료기관을 선정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선정기준이 너무 엄격하면 정작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의료기관은 외면을 당하고 상대적으로 로비력이 강하고 자금 사정이 나은 의료기관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의료계 내지 의료기관의 속사정을 비교적 잘 파악하고 있는 의료계 인사나 의료단체 관계자가 융자 대상 의료기관 선정작업에 참여했으면 좋겠다.

여러가지로 어려운 상황에서 '의료기관 진흥기금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매우 반갑다. 이 법안이 원만하게 국회를 통과해 잘 운용돼 나가기를 기대한다.

※ 이 글은 의협신문의 입장이나 편집 방침과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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