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
봉사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9.09.0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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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철 원장(연세대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절대 과장하지 마십시오.' 장병철 원장은 사진 촬영을 마치고 돌아서는 순간까지 본인이 기사화되는 것도 가능한 취소했으면 좋겠다며 내내 마음을 쓴다. 있는 그대로, 그 이상의 의미 부여도 하지 말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아무일 아니라지만 장병철 원장의 부산지역 무료진료는 20년째 이어오고 있다.

17회 대상수상자 조범구 박사, 뒤를 잊는 심장병 환자 사랑

취재에 나서기 전, 장병철 원장에 대한 사전 조사를 하면서 반가운 이름과 조우했다. '조범구 박사'. 조범구 박사는 부산 지역 심장병 아이들의 무료진료로 2004년 보령의료봉사상을 수상한 바 있다.

장병철 원장은 스승인 조범구 박사의 부산 지역 심장병 환자 무료 진료의 바통을 이어 받아 의료봉사를 계속하고 있다.

매월 두 번째 주 일요일이면 부산 금정구 보건소에 무료 진료소가 차려진다. 봉사자라고 해도 장병철 원장, 메리놀 병원 간호사, 25년 간 봉사를 해온 약사 3명이 전부다. 두 달에 한번은 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박영환 교수가 소아 심장병 환자 진료를 위해 함께한다.

봉사인원은 단출하지만 장병철 원장의 심장병 환자 무료진료는 스승인 조범구 박사가 일을 시작한 1978년부터 세면 32년, 장병철 원장이 스승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1991년부터 헤아려도 20여 년에 이르는 등 긴 세월 이어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무의촌이 없을 만큼 의료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90년대 이후로는 무료진료의 의미도 70~80년대와 사뭇 다릅니다. 부산지역 심장병 무료진료도 제가 없으면 안 될 것도 없습니다.

지금은 환자들의 지속적인 사후 관리를 위해서 약복용법, 식생활, 일상 생활 등의 교육하면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만 힘을 보태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저 혼자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본적도 없습니다.

힘들 때면 세브란스 동료들이, 후배들이 함께해주기에 세브란스 흉부외과가 함께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술 후 교육과 관리로 합병증 2%로 낮아져

사정이 어려워 수술을 못하는 이들은 한국심장재단에서 수술비를 지원하고 있기에 장병철 원장은 수술 이후 사후 관리에 집중된 무료 진료를 펼치고 있다. 심장 수술은 사후 관리에 따라 2% 내외의 합병증이 발생한다. 국내는 4%수준에서 반복 교육과 지속적인 관리지원으로 2%대로 줄일 수 있었다.

합병증이 발생하면 재수술은 물론 목숨까지 위태로운 일이 발생하기에 수술 후 사후 관리는 성공적인 수술만큼이나 중요하다.

"80년대만 해도 예약과 진료가 지금처럼 용이하지 않았습니다. 지방 환자가 서울에 와서 진료를 받으려면 1박2일이 걸리는 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졌거든요.

단순하게 생각해도 많은 환자들이 저를 만나기 위해 서울로 오는 것보다는 제가 환자분들께 찾아가는 게 더 효율적이잖아요. 제 환자들인데 한 달에 한번 그 길을 가는 게 뭐 힘든 일이겠습니까?"

실제 환자들의 일상 관리와 치료의 대부분은 지역 병원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정기적인 교육을 통한 만남에서 위험 요소를 발견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한번 더 만든다는 것에, 환자들과 소통하는 즐거움에 무료 진료와 교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봉사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 같지 않아요. 조범구 선생님을 쫓아서 동행한 것이 시작하고 나니 발길을 끊을 수가 없었습니다. 엄밀하게 말해서는 부산, 경남 지역에도 훌륭한 의사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지역 의사분들께 죄송한 마음도 크지요.

하지만 의사들에게는 본인에게 수술한 환자는 끝까지 책임지고 싶은 끈끈한 관계가 있거든요. 환자들도 수술 전부터 쌓아온 신뢰 때문에 담당의사와 계속 관계를 이어가고 싶어하시고 그래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 환자들의 지속적인 사후 관리를 위해 약복용법, 식생활, 일상 생활 등을 교육하고 있는 장 원장.

두 달에 한번 제주도 무료진료… 힘닿는데 까지 계속할 것

최근에는 심장병 무료진료를 위해 제주도도 정기적으로 찾아가고 있다. 정병철 박사를 제주도로 이끈 것은 조범구 박사에게 부산 심장병 진료를 청했던 미카엘라 수녀였다. 제주도는 세브란스 동료들과 함께 휴가철에 1일 무료진료를 해왔던 곳이다.

2~3년 전부터는 우도에서 무료진료를 해오던 차에 최근 제주도 고산성당을 찾아 미카엘라 수녀를 만났고 그의 스승이 그랬듯 진료 요청을 뿌리치지 못하고 두 달에 한번은 제주도 고산에 다녀온다.

"미카엘라 수녀님을 찾아 뵈러 고산성당에 갔을 때 마침 미사 시간이었어요. 성당 맨 뒷자리에 앉아 있는데 미사가 끝나고 돌아서는 분들이 하나같이 어르신들이셨어요.

시골은 70, 80되신 분들도 다들 밭일, 논일을 하세요. 의사인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일이라곤 종종 찾아가 그분들 건강을 좀 봐드리는 것뿐입니다. 그분들이 평생 일을 하시면서도 내 자식들 먹을 거 챙기시는 게 행복인 것처럼, 작지만 제가 찾아 뵙는 게 그분들께 기쁨이 된다면 그 역시 저에게는 행복입니다."

스승의 봉사 활동을 이어서 하는 만큼 후배들에게 그 활동을 전할 것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본인은 힘이 닿는데 까지는 계속하겠지만 누구에게 강요할 것은 아니라며 무료 진료를 내일을 장담하진 않았다.

스승의 봉사의 빗줄기가 조용히 장병철 원장에게 스며들었듯 장병철 원장의 봉사도 누군가에게 서서히 배어들고 있을 것이다. 봉사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다.

글·사진 / 류상미 <보령제약 사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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