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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를 위해서 싸우나

우리는 누구를 위해서 싸우나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9.09.0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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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훈정(대한의사협회 공보이사 및 대변인)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대를 꼽으라고 하면 백이면 백 모두 미군을 지명할 것이다. 그런데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 미군이 되기까지에는 많은 병사나 첨단 무기들보다 더욱 중요한 요인이 있으니, 그것은 포로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생환시키며 전사자들의 유해를 반드시 발굴하여 유족들에게 전달하거나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전통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미국은 60년 가까이 지난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미군의 유해를 수시로 발굴하여 본국으로 가져가고 있으며, 심지어 북한에 묻혀 있는 유해마저도 협상을 통하여 인도받고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비용이 지불되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이는 아직도 북한에서 강제 노역에 시달리고 있는 여든 고령의 국군 포로들에 무심한 우리 정부와는 매우 대조적이 아닐 수 없다.

군인이 조국을 위해 싸우다 목숨을 바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국가는 그렇게 희생한 군인들을 위해 그에 걸맞은 대접을 해주어야 한다. 싸우다 다친 병사들의 치료를 나 몰라라 한다거나 포로나 유해를 손쉽게 포기해버린다면 앞으로 누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려 하겠는가.

어제(3일)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치료거점병원에 신종플루 확진환자가 많이 생겨서 병원 내 2차 감염이 생길 경우 그 책임을 정부가 안고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질의에 보건복지부는 그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전재희보건복지부 장관은 ‘치료거점병원 내 2차 감염을 국가가 보상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며 ‘이는 국민들로 하여금 병원 내 감염을 의료기관이 소홀히 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순간에도 일선 진료현장에서 감염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신종플루 치료에 매진하고 있는 의사들은 전재희장관의 발언이 차라리 오보이기를 바랄 것이다.. 치료거점병원 내 2차 감염은 비단 의료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다른 질환으로 투병 중인 다른 환자들의 생명이 달린 중차대한 문제라는 얘기다.

사전에 아무런 준비나 지원 없이 반강제로 치료거점병원으로 지정한 것도 모자라 전염병 치료 현장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2차 감염에 대해서도 ‘국가가 보상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 지금 신종플루라는 국가적 재난사태를 맞고 있는 보건당국의 사고방식이라는 말인가.

지금 신종플루라는 전 세계적인 전염병과 맞서 싸우는 진료현장은 총성만 없다 뿐이지 전쟁터나 다름이 없다. 전투에 나서는 병사들에게 ‘국가가 너희들을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안심시켜 주지는 못할망정, 다치든 죽든 정부는 책임질 생각이 없다고 하니 도대체 우리는 누구를 믿고 싸워야 할지 난감할 따름이다.

의료진들이야 뭐 푸대접 받은 지 오래니 그렇다 치더라도, 치료거점병원에 입원해 있거나 치료를 받으러 온 외래환자들, 그리고 일반 국민들은 이처럼 철저하게 외면 당해도 마땅한 존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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