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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0 06:00 (토)
'미토콘드리아'를 사랑한 의대 교수

'미토콘드리아'를 사랑한 의대 교수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9.09.0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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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에 아쉬움을 남기고] 이홍규 전 서울의대 교수

정년퇴임 기념식을 이틀 앞둔 8월 27일 연구실에서 만난 이홍규 전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는 1시간 조금 넘게 진행된 인터뷰 대부분을 미토콘드리아에 할애했다.

그가 처음 미토콘드리아와 사랑에 빠진(?) 계기는 1990년대 초반 일본에 다녀온 같은 대학 정명희 교수(약리학)로부터 프리 래디컬에 의한 손상이 미토콘드리아에 가장 많이 온다는 얘기를 들으면서부터였다.

"이후 동기인 김명석 교수로부터 미토콘드리아에 대한 생리·실험법 등을 배웠죠. 대학과 병원에서 장단기 연수기회를 줘서 미국에서 당뇨병과 내분비학의 연구현장과 임상의 실제를 보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학내 여러 선생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제가 전공한 한국인 당뇨병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를 찾는 건 불가능했을 겁니다."

 이 교수는 "약 10년 전부터 당뇨병과 표리관계에 있는 대사증후군이 미토콘드리아 기능의 쇠퇴에 따른 증후라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이 이론은 아직 불완전하지만 박경수 교수를 위시한 내분비대사내과의 여러 후배·제자들이 완성시켜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33년의 긴 시간을 큰 탈 없이 서울의대에서 재직하고 정년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선생들의 지도와 후원 덕분입니다. 특히 저를 길러주신 고 이문호 선생님, 내분비학의 기틀을 잡아주신 민헌기 선생님, 의학연구의 실제를 가르쳐주신 고창순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또 큰형같이 지도해주신 이정상 선생님께도 고마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이 선생님들의 지도가 없었다면 저의 시작이 아예 없었을 것입니다."

그는 재직하는 동안 여러 선생님들로부터 의학의 기술과 지혜를 배우려고 애썼다.

"김응진 선생님으로부터는 당뇨병 진료의 실제와 한국 당뇨병 문제의 실체를 배웠고, 돌아가신 한용철 선생님으로부터는 날카로운 임상적 판단을 물려받으려 노력했습니다.

김정룡 선생님은 간염 바이러스 연구를 통해 백신을 만들어 질병을 예방하는 커다란 의학을 보여주셨지요. 이런 배움의 장을 주신 내과학교실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교수는 당뇨병 이외의 여러 분야에도 관심이 많았다.

"의학이 무엇이고, 의학의 구조가 어떤지 더 깊이 알고 싶어서 레스터 킹의 <Medical Thinking>을 번역한 적이 있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한의학과 동양의학의 구조와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었죠.

그 일부를 김용일 선생님과 이부영 선생님이 주도하신 의학개론 책 편집에 참여하며 요약해 넣었고, 한의학의 구조에 대해서는 한편의 논문으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급속히 발전하는 기초생물학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자 <Dilemma Game>을 최강원 교수와 같이 번역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인류의 진화와 이동 및 질병 사이의 관계를 알고 싶어 인류학에도 손을 댔고, 곧 그 결실이 서울대 출판부를 통해 책으로 세상에 나올 예정이다.

"분자생물학·진화론을 기반으로 하여 급속도로 발전하는 생명과학의 여러 면모를 하나씩 알아나가는 것은 당뇨병을 연구하고 가르치기 위해 필수적인 일이었지만 다른 선생님들에겐 좀 엉뚱하게 보였던 것 같습니다. 하하하.

최근에는 생물리학의 중요성에도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만 그 내부를 들여다 볼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아무튼 그간 제가 공부한 내용은 대부분 논문이나 책으로 남겨 두었습니다. 책을 쓴 것은 제자들을 가르치는 방법이기도 하거니와 제 스스로가 공부해 가는 방법이기도 했지요."

그는 제자들에 대한 애틋한 정과 아쉬움도 잊지 않았다.

"정말 고마운 분들은 제 일을 직접 도와준 여러 동료·후배·제자들이지요. 감사합니다."

이 교수는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으려면 냉장고를 열고 코끼리를 넣고 냉장고 문을 닫으면 된다'는 유머를 인용했다.

"교수는 이 일을 제자에게 시키죠. 미토콘드리아란 코끼리를 대사증후군이란 냉장고에 넣은 일을 그렇게 진행됐습니다."

제자들이 최고의 똑똑한 인재들이란 선입견 때문에 강의수준을 너무 높게 잡고 어렵게 가르쳤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특별히 언급하고 싶은 분은 저를 국립보건원의 특수질환부 부장으로 발탁해주신 조병륜 원장님입니다. 저에게 미토콘드리아 문제에 좀 더 깊이 다가갈 수 있도록 배경을 제공해 주셨죠. 이곳에서 김영미 박사를 만나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상이 인슐린 저항성을 일으킨다는 직접적 증거를 처음으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교수는 아시아미토콘드리아학회와 아시아분자당뇨병학회 활동에도 열심히 참가하면서 대만의 야우훼이 훼이 박사, 일본의 마사시 다나까 박사 등 석학들로부터도 많은 가르침을 받고 적극적인 교류를 했다.

"아내가 정말 고마웠습니다. 돌이켜보면 집안 일은 잘 모르고 경제관념도 모자라 가끔 외골수로 빠지는 제가 때로는 제법 미웠을 듯합니다. 3남매를 낳아 키우며 이 긴 시간 내조해준 수고는 제가 이곳까지 올 수 있도록 뒷받침해준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었습니다."

정년퇴임은 했지만 쉴틈은 없었다. 이달 1일부터 서울 노원구 을지병원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미토콘드리아를 사랑하는 의학자'의 인생 2부에서도 그의 정열과 지적 호기심은 계속된다.

/ 학력 /
1964~1968 서울의대 졸업(학사)
1968~1971 서울대 대학원, 내과학(석사)
1971~1977 서울대 대학원, 내과학·내분비대 사학(박사) 

/ 경력 및 연수 /
1968~1973 서울대병원 인턴 및 내과 레지던트
1973~1976 국군수도통합병원 내과 과장 (육군 소령 제대)
1979~1980 보스턴대학 내분비학교실 펠로우
1980~1981 하바드대 조슬린 당뇨병연구소 펠로우
1983~ 영국 케임브리지대 IDF /WHO 당뇨병 역학연구 단기과정
1976~2009 서울의대 내과 전임강사·조교수·부교수·교수

/ 학회 활동 /
1976~ 대한당뇨병학회 정회원·부회장·회장
1981~ 대한 내분비학회 정회원·회장·이사장
1995~ 대한 지질동맥경화학회장
2001~ 대한 영양의학회 부회장·회장
2001~ 아시아 미토콘드리아 의학회장
2001-2002 보건복지부 장관 자문관
2004~ 아시아태평양 지질동맥경화학회 집행위원
2004~ 세계 당뇨병역학 연구그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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