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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6 06:00 (금)
서울대병원 "입증? 공단이 해라"

서울대병원 "입증? 공단이 해라"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9.09.0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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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제비 환수소송 '상고' 밝혀…이번에도 입증책임 분배가 관건

서울대학교병원은 2일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소송에 대해 상고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입장 전문 기사 하단>.

병원 관계자는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국공립병원장협의회·사립대학병원장협의회 등 의사단체 및 유관기관과 공조해 상고심에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요양급여기준이 의사의 최선의 진료의무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항소심 판결 가운데 입증책임 분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규정한 민법 제750조를 근거로 진행된 이번 소송에서 입증책임은 애초에 소를 제기한 병원이 아니라 '불법행위임을 주장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입증책임을 병원에 지웠고, 이는 병원이 사실상 패소하게 된 결정적 원인이 됐다.

실제 환수액 41억여원 가운데 빠진 18만 6000원은 공단에서 불법사례로 예시한 5건 전부를 병원에서 의학적 근거와 임상적 경험에 의해 정당행위라고 입증한 경우다.

이론적으로는 전체 40여만건에 대해 의학적 정당성을 입증하면 환수를 막을 수 있겠지만 실무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입증책임을 공단이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를 끌어낼 수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시각이다.

서울대병원은 또 환수액 41억원 가운데 환자 본인부담금 9억원이 포함되어 있는 점도 문제 삼았다. 국민건강보험법도 아닌 민법상 규정으로 소송을 하고 있는데, 환자 본인이 반환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단에서 본인부담금에 대해서까지 불법행위를 주장하며 환수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공단 자신의 손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서울대병원의 약제비 환수소송이 다른 병원들의 잇따른 소송들의 리딩 케이스라는 점에 주목하고,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대법원에서 반드시 승소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소송 판결에 대한 서울대병원 입장>
-상고 방침 확정, 유관기관 등과 공조해 적극 대응키로-

지난 8월 27일 서울고등법원의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 소송에 대한 2심판결은 의학적 판단과 임상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의사의 진료권을 외면함으로써, 최우선의 가치인 국민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는 판결이다.

이에 서울대병원은 상고를 결정함과 아울러 관련 의사단체 및 의료기관 등과 공조해 적극 대응해나갈 것이며, 다음과 같이 병원 입장을 밝힌다.

첫째, '요양급여기준'은 헌법적 가치를 지닌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 의사의 '최선의 진료의무' 보다 우선할 수 없다. 현행 약제에 관한 요양급여기준은 의학적 정당성이나 임상적 경험 보다는 건강보험 재정 안정에 중점을 두고 있어, 진료현장과 동떨어진 기준을 강요하는 등 불합리한 점이 적지 않다.

또한, 요양급여기준은 한정된 보험 재정으로 국민들에게 보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요양급여를 제한하기 위한 것으로, 의사의 약 처방 행위가 불법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둘째, 이번 판결은 입증책임의 일반원칙에 위반되며, 아울러 단 한번의 구체적 심리가 없었던 절차상의 문제를 안고 있다. 불법행위에 대한 성립요건은 불법행위임을 주장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원칙이다.

재판부는 공단이 불법 사례라고 주장한 환자 5명에 대한 처방의 경우, 비록 요양급여기준에 위반되었다고 하더라도,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를 위하여 의학적 근거와 임상적 경험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정당행위에 해당된다고 판시하면서도, 나머지 수만건의 처방에 대해서는 구체적 타당성을 검토하지 않고 모두 위법하다는 상반된 판결을 함으로써 절차상의 문제를 야기했다.

이번 판결에 따를 경우 의사나 의료기관은 환자의 건강을 지키는 소중한  책무를 수행하기 보다는 요양급여기준에 얽매일 수밖에 없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서울대병원은 상고를 통하여 의사의 진료권이 존중되고, 무엇보다 소중한 국민의 건강권을 지켜내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참고자료>

1> 이번 판결의 또다른 문제점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서울대병원으로부터 환수한 41억원 중에는 환자 본인부담금 9억원이 포함되어 있다. 환자 본인이 반환 소송을 제기하지 않음에도 공단에서 본인 부담금에 대해 불법행위를 주장하며 환수할 수는 없다. 그 부분은 공단의 손해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자 본인부담금을 공단에서 환수한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 할 수 있다.

2> 1심 판결의 주요 내용
-의사가 의학적 판단과 풍부한 임상 경험에 따라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위한 처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한 것이 곧 위법하다는 공단의 주장은 근거 없음을 인정함

3> 공단에서 대표적인 불법사례라고 주장했지만 1심과 2심에서 합법성을 인정한 사례

<사례 1>
-공단: 요양급여기준상 소아에게 투약하지 못하게 돼있는 카프릴정을 만 6세인 환자에게 과잉처방함
-병원: 환자가 3차례에 걸쳐 폰탄수술을 받은 후 심실에 상당한 부담이 있어 적극적으로 혈관수축을 억제하는 카프릴정을 처방함

<사례 2>
-공단: 요양급여기준상 15세 이하 어린이에게 투약하지 못하게 되어있는 모빅캅셀을 만 3세인 환자에게 투여하도록 처방함
-병원: 모빅캅셀에 앞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인 테노캠을 처방하였으나 환자가 복용 후 구토와 복통증상을 호소하고 간수치가 상승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모빅캅셀을 처방한 것으로서, 이에 관하여는 이미 효능 및 안전성에 대한 임상정보가 상당량 축적되어 있는 상태였음

<사례 3>
-공단: 진단명과 관계없는 스틸녹스정을 처방함
-병원: 기왕의 질환인 당뇨병과 고협압 외에 추가로 불면증을 호소하여 기왕의 질환에 대한 약 처방과 함께 새로운 증상인 불면증에 적합한 약인 스틸녹스정을 처방한 것

<사례 4>
-공단: 병용이 금지된 동맥경화용제인 메소칸캅셀을 플라비스정과 병용 처방함
-병원: 평소 뇌경색, 고지질혈증, 심장부정맥, 고혈압 등을 앓고 있어 뇌졸중 발생의 위험이 큰 환자에게 항혈소판제 한 가지를 사용하였지만 환자의 증상이 조절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항혈전제인 메소칸캅셀을 추가로 처방한 것임. 메소칸캅셀과 플라비스정은 같은 동맥경화용제로 분류되어 있기는 하지만 서로 작용기전이 다르고 효능에 차이가 있음

<사례 5>
-공단: 테노캄정과 병용하여 사용하는 것이 금지된 메소트렉세이트(methotreaxate) 성분인 엠티엑스정을 병용하여 처방함
-병원: 소아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에게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사용하였으나 그 약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메소트렉세이트 성분인 엠티엑스정을 병용 투여한 것임. 이런 치료법은 소아 류마티스학 교과서에도 나와 있을 정도로 병용 투여가 치료에 효과적이고 일반적인 것으로 인정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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