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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감상 제대로 하려면...
미술감상 제대로 하려면...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9.08.2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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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낙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2009' 조직위원장
9월 17일~22일 최대 규모의 국제아트페어 초대

서울 삼청동 풍문여고 옆골목 입구에 가면 이성낙 가천의과학대 명예총장이 가끔 들리는 와인집이 있다. 3평 남짓한 공간에 테이블이 3개 정도 있는 작은 와인집이다.

바닥을 흙으로 깐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몇해 전 겨울, 이성낙 총장의 손에 끌려 와인집에 들어서니 한창 술이 된 10여명의 손님들이 시끌벅적하게 술을 마시다 반갑게 총장을 맞는다.

와있던 손님이나 이제 막 들어선 손님은 물론 주인까지 서로서로 반가워하는 게 장사하는 곳이라기 보다 딱 사랑방이다.

그중 술이 거나하게 취한 한 중년 남성이 이성낙 총장을 위해 노래를 불러준다고 난리다.

엠프를 통해 나오는 음악은 그 순간 꺼지고 중후한 저음의 목소리로 부르는 그 양반의 라이브 노래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

알고 보니 한국 최대의 갤러리 '아라리오'의 김창일 대표였다. 당시 문화재청장이던 유홍준 교수도 한쪽 구석에서 술을 마시다 이성낙 총장을 반갑게 맞이했다.

언듯 인사를 건낸 손님들은 대부분 당대를 대표할만한 미술계 인사들. 이성낙 총장이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수준을 넘어 미술계에 발을 깊이 담그고 있다는 생각이 든 것 이때부터였다.

이달 초 이성낙 총장이 세계 최대 규모의 미술계 행사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2009' 조직위원장에 위촉됐다는 낭보가 의료계에 들려왔다. 국립현대미술관 부회장으로 35주년 기념행사를 성공적으로 끝낸 경험이 있지만 의사에게 국제적 규모의 예술행사 조직위원장을 맡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화랑협회가 9월 17일~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여는 'KIAF 2009'는 한국·독일·일본·스페인·프랑스·중국 등 16개국에서 168곳의 화랑과 국내외 작가 1200여명이 참여하는 국제예술행사다. 작품만 4600여점이 전시판매된다.

KIAF는 우리로 치면 문화외교통상부격인 각국의 문화부가 지원을 마다하지 않는 미술 행사 성격을 뛰어넘는 국제적인 문화교류 행사다. 각국의 대표적인 화랑들은 KIAF를 통해 자신들이 미는 젊은 작가나 점찍어 둔 작품들을 전시하고 평가를 받는 치열한 공간이기도 하다.

조직위원장으로 위촉된 이성낙 총장에게 언젠가 미술계에서도 의미있는 일을 맡을 것 같았다는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정작 이성낙 총장은 "30년 동안 미술이 좋아 각종 전시회를 쫓아다니며 작가들과 인연을 맺는 것이 즐거웠을 뿐인데 조직위원장까지 맡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성낙 총장의 예술 사랑은 중학교 시절 만난 미술 선생님으로부터 시작됐다.

제대로된 스케치북, 크레용 하나 없던 한국 전쟁이 막 끝난 1950년대 중후반 미술 시간은 그저 유명 미술작품이 실린 화보집을 미술 선생님이 '말'로 설명하는 것이 다였다. 그래도 학생들과 선생님의 열정은 대단했는데 특히 한국 근대미술의 대표적 작가가 됐던 젊은 시절 이마동 선생님의 설명은 까까머리 중학생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았다.

이성낙 총장의 본격적인 미술과 예술에 대한 애정은 그의 독일 유학 시절에 이뤄졌다. 뭔헨에서의 유학시절 독일의 유명 미술관들을 섭렵한 것은 물론이고 의대 본과 1학년 때 유럽을 여행하며 전 유럽의 미술관들에서 본 많은 예술 작품들은 스스로 지금의 '이성낙'을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이성낙 총장이 좋아하는 분야는 추상화. 특히 동양미술의 필법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추상화를 좋아한다.

추상화는 말그대로 대상 자체보다 대상에 대한 이미지들을 작가가 주관적으로 해석하고 표현한 것. 그러다보니 같은 그림이라도 보는 상황에 따라 그림이 제각각이다.

"산수화는 아침에 봐도 산수화, 저녁에 봐도 산수화다. 하지만 추상화는 선 하나하나도 꿈틀되고 움직이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정을 이입하고 해석하게 만든다. 고정돼 있지 않고 누구에게는 참여할 수 길을 열어둔 것이 추상화의 매력"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런 면에서 이성낙 총장이 '피카소'와 '뒤샹'을 최고의 미술가로 꼽은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성낙 총장은 "피카소를 다양한 각도의 미학을 통해 일반적인 회화 방식을 뒤바꿔 놓은 대가로, 뒤샹은 변기를 작품으로 내놓아 예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은 예술가"로 평가했다.

많은 의사들이 KIAF에 와서 작품을 감상하고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도 밝혔다. 이성낙 총장이 의대 교수로 재직하며 미술 등 예술 활동을 통한 의사의 인성교육을 강조한 전례에 비춰보면 당연한 바람이다.

"의학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학문"이라며 "예술은 사람을 이해하는데 더없이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미술 감상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KIAF에서 비싸든 비교적 저렴하든 작품을 "직접 구입해 보라"고 권한다.

"미술을 감상하는 재미 중 하나는 작품을 사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어렵다. 하지만 많은 작품들 중 그림을 사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묻게 되고 그러다 보면 취양과 안목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는 지론이다.

게다가 "눈여겨 보고 구입했던 작품의 작가가 성장하는 것을 보는 즐거움도 솔솔하다"고 말한다. 마치 세상이 발견하지 못한 보석을 자기만이 찾아내는 즐거움도 가져보라는 것. 이성낙 총장에게 있어서 조각가 '정현'은 바로 그런 보석이다.

정현은 2009년 제1회 한국미술평론가협회상 창작부문과 2006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한마디로 '뜬' 작가다. 이성낙 총장은 초기 정현의 작품들을 눈여겨 보고 다수의 작품을 구입해 소장하고 있다.

"작품을 곁에 두고 보면서 같이 늙어가는 기분이 좋아요." 의사 출신으로 KIAF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다는 이성낙 총장의 작품과 함께 하는 삶은 늘 '행복'이다. 

이성낙 총장은 독일 뮌헨 의대를 졸업하고 국내에서는 드물게 독일 피부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 의대 교수자격(Habilitation)까지 획득했다. 귀국 후 연세대 기획조정실장과 아주대 의무부총장과 가천의과대학 총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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