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열 관동의대 교수 "기형아 출산 통계학적 차이 없다"
약물 노출군(2.5%)에 비해 약물 비노출군(2.9%) 더 높아
"섣불리 인공유산 하지 말고 전문의 상담이 먼저"
임신인 줄 모르고 피임약·감기약 등의 약물을 복용했더라도 통계학적으로 기형아 발생률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관동의대 한정열 교수팀(제일병원 산부인과)이 지난 1999년 11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9년 동안 임신초기 약물복용으로 마더리스크프로그램(태아기형유발물질정보센터)을 방문한 3328명의 임산부와 약물에 노출되지 않은 2997명의 임산부를 비교분석한 결과, 통계학적으로 기형아 발생률에 차이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 '약물에 노출된 임산부 군에서 2.5%(2997명 중 74명)가, 약물노출이 없었던 군에서 2.9%(2573명 중 75명)에서 기형아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돼 임신초기 약물노출과 기형아 발생률과는 통계학적으로 차이가 없었다. 한 교수팀은 37주 이전에 출산한 조산아 빈도·2500g미만의 경량아 출산·임신 20주 이후의 자궁 내 태아사망률 빈도에서도 통계학적인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 교수팀의 이번 조사결과는 임신한 사실을 모른 채 약물·알코올·X선 등에 노출된 많은 임신부들이 기형아 출산에 대한 불안감으로 섣불리 인공유산을 택하는 현실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한 교수팀은 "이번 조사 결과는 임신부가 약물에 노출되었더라도 임신초기일 경우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임신초기 임신사실을 모르고 약을 복용한 경우라도 심각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신초기라 할지라도 여드름 치료약인 로아쿠탄, 혈액응고억제제인 와파린 등 특정 약물은 태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약물에 노출된 임신부들은 반드시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 태아기형 위험률과 관련해 전문의와 상담한 임신부의 경우 임신 중절경향이 약 1/3로 줄어든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한 교수팀은 지난 5월 임신부라도 신종인플루엔자(H1N1)에 노출됐다면 48시간 내에 항바이러스제제인 타미플루를 복용해야 한다는 권고문을 발표했다. 한 교수는 미국 질병통제예방국(CDC)과 미국기형학정보센터(OTIS)에서 발표한 자료를 근거로 "임신부라도 신종플루에 노출되었다면 48시간 내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를 복용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조사에서 한 교수팀은 피임약을 복용했을 때 주위에서 중절수술을 권유받은 경우가 50%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임신부도 피임약을 복용했을 때 기형아가 발생할 것이라고 인식한 비율이 43%에 이르는 등 약물에 노출된 임신부들이 겪는 심리적 불안감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임신 중 약물을 복용한 시기는 임신 3.5∼4.6주(3.5주:임신 중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한 중간값, 4.6주:약물복용을 중단한 중간값)였다. 임신 중 노출된 약물의 빈도가 높은 약물은 소화기계 약물로 전체 3만 1742건 중 23.16%(7353건)였으며, 소염진통제(17.82%)·항생제(12.32%)가 뒤를 이었다. 상위다빈도 약물은 acetaminophen, chlorpheniramine maleate, pseudoephedrine HCI, amoxicillin, cimetidine, loxoprofen 등으로 파악됐다. 기형을 유발하거나 기형이 우려되는 약물로는 항진균제인 fluconazole이 가장 많았고, 여드름치료제인 isotretinoin, 신경안정제인 Temazepam과 Lorazepam이 뒤를 이었다.
제일병원은 약물복용으로 고민하는 임신부들을 위해 마더리스크프로그램 콜센터(☎02-2000-7900)를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콜센터 운영시간은 월∼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전자우편(koreanmotherisk@yahoo.co.kr)으로도 상담할 수 있다.
한국마더리스크프로그램은 지난 1999년 한 교수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캐나다의 토론토대학의 Hospital for Sick Children에서 도입·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물상담 클리닉과 콜센터를 통해 임신부와 수유부를 대상으로 약 5000건 이상의 상담을 시행하는 등 국내 최대의 태아기형유발물질 관련 정보를 축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