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아(인천기독병원 정신과)

필자는 외국 여행보다 국내 여행을 더 선호한다. 이유는 많지만 주로 여행비용, 이동의 편이성, 현지음식 등 세 요소 때문이다. 비슷한 액수라도 외국에서 쓰면 더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물론이고, 아무래도 외국 여행의 평균 비용이 더 크니 이래저래 해마다 강원도로 향하곤 한다.

또 자동차 트렁크에 간편하게 짐을 싣고 집을 나서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이 불편하기만 하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음식이다. 외국에 가면 한국 음식점부터 찾고, 연수 기간에도 한인 타운의 대형 마트에서 한식 재료를 바리바리 사서 나르던 필자 부부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40년 동안 김치를 직접 만들어 본 일이 없던 필자가 외국에서는 오이소박이·물김치·깍두기 등 김치 만들기에 도전해서 성당의 한인 교우들한테 맛있다는 찬사를 들었고, 큰 유리병에 담긴 김치를 여러 종류 사서 냉장고에 쟁여 두곤 흐뭇해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웬 말인가? 김치의 항바이러스 효과에서 큰 역할을 하는 유산균, 그 중에서도 대다수를 차지하는 바이셀라 코리엔시라는 유산균이 국산 김치에만 들어있다니!

그러니까 대한민국 땅에서 키운 갖가지 재료로 만든 순수 국내산 김치를 먹어야 항바이러스 효과가 입증된 바이셀라 코리엔시를 섭취할 수 있단다.

일본 기무치에는 인공적으로 유산균을 배합시킨다는데 중국산 김치는 어떤지 궁금하다. 또 비닐이나 플라스틱 용기보다 건강에 더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유리병 안에 담겨있던 미국산 김치에는 어떤 유산균이 들어 있었을까?

재작년 겨울 여행 중에 김치 없이 출국한 어리석음에 대해 후회가 컸던 필자 부부가 작년 겨울에는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김치부터 챙겼다. 하지만 호텔방에서 둘이서만 먹게 되지도 않아서 그대로 갖고 귀국하는 건 아닌가 걱정하던 차에 드디어 기회가 왔다.

퓨전 일식집 회식 자리에서 어설픈 현지 김치를 먹다 비장의 국산 김치를 풀었다. 결과는 인기 만점! 음식점 김치는 찬밥 취급을 당한 반면에 우리 김치가 담겼던 접시들은 하얗게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호사다마라고 최근에 한 가지 걱정거리가 생겼다. 작년부터 근무하는 직장의 외래 간호사 어머님께서 가끔 김치를 만들어 주신다. 김장용 배추김치·열무김치·오이소박이 등 필자가 좋아하는 김치들인데 어렸을 때 외할머니가 만드신 김치 맛과 비슷해서 그야말로 환상적인 맛이다.

덕분에 외식을 줄였고 유기농 재료로 집에서 만든 식사를 하는 날이 늘었다.

게다가 세계적인 경기침체 탓인지 전화주문만 가능하던 명품 김치까지 인터넷에서 할인 판매를 하니 냉장고에 김치가 넘쳐난다. 덕분에 돼지고기 김치찜·참치김치찌개·김치전 등 다양한 김치요리가 식탁에 오른다.

그러나 끓이면 건강에 이로운 유산균이 대부분 사멸한단다. 그러니 김치를 더 맛있게 먹겠다고 끓이게 되면 바이셀라 코리엔시라는 유산균은 포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