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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논하다"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논하다"

  • 진행=김영숙 부국장, 정리=이현식 기자 kimys@kma.org
  • 승인 2009.03.2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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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문태준 의협 명예회장·정승진 전공의협의회장

본지는 창간 42주년을 맞아 급변하는 의료환경에서 향후 대한의사협회의 역할과 의료계의 올바른 목표를 찾기 위해 문태준 의협 명예회장과 정승진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을 초청해 대담 형식의 토론을 마련했다.

이번 대담은 제36대 의협 회장 선거 개표 하루 전인 20일 오후 5시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회의실에서 한 시간동안 진행한 이후 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곁들며 두 시간 동안 다양한 의료 현안에 대해 논의를 이어갔다.

▲ ⓒ김선경 기자 photo@kma.org

정승진 대한전공의협의회장 = 지난해 세계의사회 서울 총회가 대단히 성황리에 끝났습니다. 이를 계기로 의협과 한국 의료계의 국제적 위상이 크게 높아졌는데요, 문태준 명예회장님께서는 WMA 총회를 위해 사전에 음식까지 직접 맛보고 메뉴를 결정했을 정도로 철저하게 준비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 세계의사회 서울 총회가 대단히 성황리에 끝났습니다. 이를 계기로 의협과 한국 의료계의 국제적 위상이 크게 높아졌는데요, 문태준 명예회장님께서는 WMA 총회를 위해 사전에 음식까지 직접 맛보고 메뉴를 결정했을 정도로 철저하게 준비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WMA 서울 총회의 완벽한 진행 때문에 차기 총회 개최지인 인도에서 부담을 느낀다고 할 정도였는데요. 문 회장님께서는 WMA 회장을 역임하시는 등 일찍이 글로벌 리더로 활동하셨습니다. 젊은 의사들도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어떻게 준비하면 될까요?

문태준 대한의사협회 명예회장 =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의료계 지도자가 탄생하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한국 사람들의 능력은 매우 뛰어납니다. 다만 그동안 여건이 시원찮았습니다. 여기에는 정부 책임이 있습니다. 의료에 대한 한국 정부의 투자규모는 매우 빈약합니다.

OECD 국가 가운데 소득 대비 의료비 지출 비율도 한국이 가장 낮은 수준이지요. 이러한 불리한 환경에서도 의사들이 자신의 책임을 다함으로써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하더라도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접근성은 훌륭합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잘 발전시켰습니다. 이런 경험이 한국 의사들을 글로벌 리더로 만들어 낼 겁니다.

정승진 = 문태준 명예회장님의 전공의 시절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회장님께서는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하기 한 달 전쯤 서울의대를 졸업하시고, 1960년 보드를 따셨는데요. 참으로 한국사의 격동기에 수련을 받으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태준 = 전공의 시절을 돌이켜보면 세 가지가 떠오릅니다. 서울대병원에서 외과 수련을 받던 일과 군 복무, 그리고 미국에 가서 3년 반 동안 신경외과 전공의로 근무한 일이죠. 미 토마스 제퍼슨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로 근무할 때는 정말 하루 종일 일했습니다.

당시 의사를 찾을 때 병원내 방송을 했는데, 24시간 스피커에서 '닥터 문~'이 흘러 나왔습니다. 환자나 간호사가 찾는다고 하면 나는 뛰어가고… 참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했고, 이 경험은 이후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전공의 시절에는 몸을 아끼지 않고 최대한 봉사했어요.

몸가짐을 단정하게 하기 위해 매일 3번씩 샤워한 후 새 가운으로 갈아입었죠. 머리 손질을 위해 이발소도 자주 가느라 비용도 꽤 들었습니다. 당시 후배들에게 "가운 자주 빨아입고 슬리퍼 신지 말고 환자에게 반말 하지 말라"고 다짐을 주곤 했습니다.

전공의 문제 지성인답게 해결하되 안될 땐 노동조합적 방법 고려

정승진 =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문제제기를 하는데도 잘 안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병원장이 받아들여야 하는데… 전공의 개인의 문제제기로는 해결이 어렵습니다. 최근 의협 회장 선거에서 후보로 나온 다섯 분은 모두 전공의 노조에 찬성했습니다. 그러나 병원계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문태준 = 전공의 노조 얘기 나왔을 때 난 찬성했습니다. 전공의의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노동조합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요. 다만 지성인답게 사고하고 가장 상황이 심각한 병원부터 노동조합적인 방법을 쓰세요. 나는 후원할 의향이 있습니다.

전공의 권리부터 지켜야죠, 전공의 권리도 안 지키는 사람이 무슨 의사들의 권리를 지키겠습니까.

정승진 = 문태준 명예회장님께서 각 병원장님들에게 전화라도 해주시면 좋을텐데요(웃음). 주제를 바꿔서 의협의 역할에 대해 좀 얘기해보겠습니다. 의협이 개원의 대표단체로 전락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의협이 10만 의사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단체로서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문태준 = 의사들의 직종 분류를 보면 봉직의와 대학 교수를 합할 때 개원의보다 수가 많습니다. 의협이 전 의료계를 대표하면 대한병원협회는 따라옵니다.

대한개원의협의회의 경우 공도 있고 과도 있어요. 의협이 개원의를 대변하는 단체로 변신해서 잘 됐으면 모르겠는데, 사회적 평가나 내부 평가를 보면 문제가 있습니다. 차기 의협 집행부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의사 전체를 대표하는 단체로 인정받으라는 겁니다.

현재 수가 협상도 개원의에 대한 수가만 의협이 하지, 병원은 병협이 따로 해서 병협의 발언권이 더 커요. 의협이 의료계 전체를 대변하는 일에 병협이 반대하면 안 됩니다. '의사협회'라는 명칭도 변경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학문 하는 사람, 학자를 존중합니다. 공자 시절부터 그랬어요.

유교적인 관점에서 기술자가 아닌 학자를 존중하는 풍토에서 '의학협회'로 해야지요. 원래 'Me-dical Association'이 의학협회 아닙니까. 의사협회로 바꿔서 무슨 이득이 있었습니까. 의사협회로 변경할 당시 나도 반대했는데, 막지 못했어요. 개원의 선생님들 기분 좋게 하려고 정할 문제는 아닙니다.

학자 존중하는 우리나라 '의학협회' 명칭 선호

정승진 = 이번에 경만호 후보(의협 회장 당선자)도 의학협회로 변경하자는 주장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의협이 의료계 전 직역을 다 아우를 수 있을까요?

문태준 = 의협의 선거제도를 모든 회원이 회장이 될 수 있도록 바꿔야 합니다. 대의원 숫자를 의료계 각계가 모일 수 있도록 하고 상임이사도 여러 직종이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내가 의협 회장 할 때는 교수가 절반 이상이었고, 여의사 부회장도 신설했어요. 국민들이 봐도 의협이 의료계 전체를 대표한다는 인식이 되게끔 의협 선거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정승진 = 의약분업 당시 의사사회의 민주화 요구와 회원들의 목소리를 의협에 바로 올리기 위해 직선제를 채택한 지 10년도 안 됐는데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최근 대한의학회에서도 간선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들고 나왔는데요. 투표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리라고 봅니다.

가능한 방법으로는 과거의 대의원 간선제로 복귀하는 방안, 미국 대통령 선출방식과 유사하게 선거인단을 통해 간선제를 치르는 방안, 직선제를 유지하되 전면 기표소 투표하는 방안, 인터넷투표 방식 등이 있을 것 같습니다.

문태준 = 전·현직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대한민국 헌정회'의 경우 현재 회원수가 1377명인데, 간선제로 하다가 문제가 있어서 직선제로 변경했더니 이제 도덕적으로 훌륭한 분들이 출마를 안 해 고민 중이예요. 회장이 될 만한 능력과 품위를 가진 분들 가운데 직선제 선거과정을 싫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의협의 경우 직선제를 하면 개원의가 당선될 수밖에 없습니다. 선거방식을 간선제로 하고 미국 대통령 선거처럼 선거인단을 만들어서 회장을 선출하도록 해야 합니다. 즉 1000명 이내의 투표인단을 통한 간선제 방식이 바람직합니다. 내 생각에는 학회도 문제가 있어요.

나도 대학교수 오래 했지만 교수는 개원의 못지 않게 의사들의 앞날에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의사들이 모두 교수들의 제자 아닙니까. 그래서 의사협회가 잘 돼야 합니다. 의협이 잘 되도록 노력해야지, 뒷짐 지고 방관적인 자세를 취해선 안 됩니다.

의협 회장에게 힘 실어줘야... 비토권 바람직

정승진 = 의료계 각 직역 및 전문과목 간 갈등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 필수예방접종 지원 확대사업과 관련해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협의회에서는 반대한 반면 내과·가정의학과개원의협의회에서는 찬성했고, 의협에서는 일단 참여하는 방향으로 공식입장을 정했습니다.

아직도 소아청소년과에서는 필수예방접종 사업 참여에 미온적입니다. 이처럼 과거에 비해 의료계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일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고 모든 의견을 아우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의협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문태준 = 의협 회장의 리더십을 인정해줘야 합니다. 나는 9년 동안 의협 회장 하면서 하고 싶은 것 다 했습니다. 대의원총회에서도 의협 회장으로서 비토(거부권 행사)할 것은 비토해야 합니다. 대통령도 국회의 의결에 비토할 수 있지 않습니까.

정승진 = 현재 의료계의 가장 큰 고민은 의사들의 사회적 위상이 도전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의사는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돈을 많이 번다는 인식이었지만 이제 젊은 의사들은 '뭘 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합니다. 개원가에서는 진료비 수익이 20% 떨어졌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해결책은 없을까요?

의사는 영예로운 직업..어떤 직업이 감사하다는 소리 듣고 살겠나

문태준 = 의사들이 재정적인 혜택을 목적으로 사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 환자들로부터 받는 존경과 사회로부터의 인정으로 살아야 합니다. 국민들을 상대로 설문조사 해보면 자기와 가까운 의사는 존경한다고 합니다.

매일 보는 의사에게는 지금도 돈 낼 때 "아이고, 이거 커피 값도 안 되는데 어떡합니까" 합니다. 의사는 세상에서 가장 영예로운 직업입니다. 가끔 법관들 만나서 '국민들한테 고맙다는 소리 들어봤느냐'고 물어보면 '없었다'고 합니다.

의사라면 어쨌거나 무료 환자진료 봉사하고 아픈 환자들에게 헌신하면서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소리 듣습니다. 의사들의 평생교육(보수교육) 가운데 10%는 의료 이외의 인생에 대한 내용이어야 합니다. 10년에 한번 보는 질병이나 전문과목 간에 공통되지 않은 질병에 대한 내용을 할 게 아니지요.

전에 일본 천황이 주최한 가든 파티에서 한 참석자가 "의사들을 만나면 할 얘기가 없다"고 하더군요. 일본에서 스시 만드는 한 요리사는 손님을 맞기 전 야구시합은 누가 이겼고, 주식은 어떤 회사 게 올랐다는 등을 손님들과 대화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필요한 상식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의사들도 의학적인 내용 이외에 철학·경영·예술·커뮤니케이션 등 넓은 분야에 대해 자유자재로 대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젊은 의사들 어떻게 살아가나 고민하는게 현실..자녀 의대 학비 걱정하지 않을 정도는 돼야 

정승진 = 돈보다 내재적 가치를 중시해야 한다는 말씀이네요. 그런데 의사들의 적정 수입은 얼마라고 생각하십니까.

문태준 = 사회 각 직종별 수입에 대해 연구하고 통계를 내야 합니다. 적정 수입이라… 의사가 자신의 수입으로 자녀를 의과대학에 보내는데 어렵지 않을 정도는 돼야죠. 의사들 내부의 양극화 문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정승진 = 전공의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전공의협의회에서는 전공의 근무지침 제정과 전공의노조 활성화를 통해 전공의 권익을 향상시키려 하고 있습니다만, 쉽게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만약 문 회장님께서 전공의협의회장이시라면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가시겠는지 지혜를 빌려 주십시오.

문태준 = 전공의 근무시간과 수입 등 근무환경에 대한 데이터를 정리해서 신문에 적극 알리세요. 전공의들이 스트라이크(파업)를 하면 정부도 전공의들의 힘을 잘 알기 때문에 겁냅니다. 의사들만 모르죠. 하지만 먼저 대화를 시도하고 정 안 되는 경우에만 노동조합적인 방법을 써야겠지요.

그동안 국회의원·보건사회부 장관·세계의사회장 등 여러 직책을 해봤습니다만 역시 가장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직업은 의사입니다. 하느님이 주신 생명을 다루니까요. 전에 우리나라 1인당 GNP가 700~800달러이던 시절, 한 어린이 환자가 소뇌에 종양이 있는데 양성이었어요.

농부인 아버지에게 수술비·입원기간·치유 가능성 등을 얘기했더니 얼굴이 어두워지더군요. 잠시 아내와 얘기하고 오겠다더니 아들 셋에 다섯 식구인데 소작농이라 재산이 황소 한 마리이고 아픈 아들을 치료하면 우린 먹고 살 수 없다며 아이를 희생시킬 수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그때 '내가 이런 환자 치료 못하면 뭐하러 미국에까지 가서 공부하고 의사를 하겠나' 싶어 선교재단에 부탁하고 두어달 월급을 털어 결국 치료해줬습니다. 그리고 정치에 뛰어들었죠. 의료보험제도를 만들어서 의료기관과 환자 사이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모든 국민이 의료혜택을 받도록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보사부 장관이 되어 1989년 7월 1일 "모든 국민은 의료보험을 통해 현대적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선언 했을 때가 의사로서 가장 기뻤던 순간입니다. 의사는 환자들과 얘기할 때 희망을 줘야 합니다. 의사가 살고 있는 환경은 대단히 불만스럽고 내외적으로 어렵습니다만, 의사 스스로가 희망을 가지고 노력해야 합니다.  

 문태준 대한의사협회 명예회장은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토마스제퍼슨대학병원에서 수련 후 연세의대 신경외과 교수를 역임했다. 일찍이 정치에 입문해 4선 국회의원으로 공화당 당무위원·경북도위원장·국회운영위원장·국제의원연맹 단장 등 정계에서 괄목할 만한 활동을 했다.

1979년부터 연속 3번 대한의사협회장에 선출돼 최장수회장을 기록했으며, 재임기간동안 공제회·119의 전신인 야간구급환자신고센터·의협 내 기획연구기능을 신설함으로써 의협의 사회적 위상을 크게 끌어올렸다.

또 시마오회장·세계의사회장에 피선되는 등 의협과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한편 1988년 보건사회부장관에 기용돼 89년 도시지역 의료보험을 도입하면서 전국민의료보험을 완결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프로필/

정승진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고려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전공의로 근무하고 있다.

1997년 고려대학교 CAM 동아리 대표, 1998년 여의도 순복음교회 엘리성가대 대표, 2003~2004년 충북 단양군 공중보건의사 대표를 맡았으며, 2004년 8월 아프리카 모잠비크 의료봉사단의 전공의 팀장을 맡아 솔선수범을 보였다.

2007년 12월 충남 태안군 기름유출사고 당시 현장에서 의료봉사에 참여했으며, 현재 사회복지법인 둥근세상 자문위원, 사랑나눔 봉사단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온화한 외모와는 달리 강한 리더십이 인상적이라는 주위의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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