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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제야 끝이 났습니다"

시론 "이제야 끝이 났습니다"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9.01.2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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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의사면허를 교부 받아 천직에 복귀하면서

올해는 1999년 11월 30일 장충체육관에서 '올바른 의약분업 쟁취를 위한 범 의료계 결의대회'를 시작으로,전국 규모의 '의권쟁취투쟁"을 시작한지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으니 우리 의료계도 많은 발전을 했어야 하는데, 의협 100년 역사상 가장 격변기였던 지난 10년을 돌이켜 보면서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은 현실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한때는 회장만 직선으로 선출하면 의협의 위상과 회원의 권익이 일거에 높아지리라고 기대했었습니다. 그러나 그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의약분업 초기에는 수많은 결의대회를 통해 올바른 정책과 제도에 대한 갈망이 표출됐고, '의쟁투'는 의협 등 의사단체의 역할을 대신해 의권쟁취투쟁의 선봉에 섰습니다.

혜성과 같이 나타나 'We shall overcome'이란 강력한 구호로 수만 회원들을 독려했던 지도자는 여세를 몰아 최초의 직선 의협회장에 선출됐고, 지금은 당당히 2선 의원으로 의정 단상에 서 있습니다. 우리가 벌인 의쟁투의 소중한 열매라고 여기고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건강과 의료제도를 바로 세우는 일에 앞장 서 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서울시의사회장으로서 먼저 구속된 의협 회장의 직무대행을 하던 저는 2000년 8월 1일 총 파업을 결의한 후 구속  기소됐습니다. 당시 ①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②형법 위반  ③의료법 위반 등으로 징역10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1심에서 선고 받았습니다. 이어 항소심을 거쳐 2005년 9월 29일 마침내 대법원에서 형이 최종 확정됐습니다.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기 때문에 의료법에 따라 의사면허 취소조치가 뒤따랐고, 행정소송을 제기해 대법원까지 가는 긴 소송 끝에 의사면허취소가 확정돼 장장 2년간 의사로선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인 면허가 취소됐다가 오늘에야 의사면허를 다시 교부 받았습니다.

먼저 7년에 걸쳐 두 번씩이나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을 맡아, 수고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의협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특별사면과 복권을 위해, 청와대 등 관계요로에 제출하는 탄원서에 서명해 주신 의약인 단체장들과 의협 회원 여러분에게도 진심으로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여러분의 격려 덕분에 끝까지 면허취소에 저항한 저에게 "이제 은퇴 할 나이도 됐는데· 환자 보는 것 보다 의협 위로금 받는 게 더  나을 텐데…"라는식의 비아냥도 너끈히 참아낼 수 있었습니다. 오늘부터 다시 천직에 복귀할 수 있게 되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행정소송 제기 후 공판이 있을 때마다 제가 직접 출두해 "의약분업이 이미 국가정책으로 시행되고 있으니, 유일한 생업 수단이오 천직인 의업에 종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애절하게 호소했건만 끝내 묵살해 버린 판사들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의쟁투 최고 지도자에게는 의사면허와 국회의원직을 유지시켜 주신 어느 대법관의 후덕하시고 현명하신 모습과는 너무도 달라 실망스럽기까지 합니다. "개인적 범죄 때문이 아니라 여러분들이 의사단체의 대표들이기 때문에 이 법정에 서신 것입니다"라고 한1심 재판장이 즉각 30대의 젊은 판사로 교체 된 일은 아쉬움과 함께 두고 두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회원 여러분. 이제야 다 끝이 났습니다. 새삼 북받치는 감회에 눈을 감으니, 2000년 8월 31일 밤 제가 석방되자마자 달려간 폭우 속 보라매공원, 발목까지 잠기는 흙탕물 속에 철퍼덕 앉아 눈물 범벅이 된 여러분의 모습이 아른거립니다. 힘차게 울부짖던 함성이 또렷하게 들립니다.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겠지만 두번 다시 그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갈망합니다.

회원 여러분. 앞으로도 우리 앞에는 많은 어려움이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절, 여러분 앞에 서서 한때나마 대오를 이끌었던 제가 꼭 남기고 싶은 한마디가 있습니다. 서로 자기 아이라고 우기는 여인들을 재판한 솔로몬의 지혜를 기억합시다. 다시는 진료를 거부하는'총파업'으로 국민들께 상처를 주지 말아야 합니다. 설사 시간이 걸리더라도 끊임 없이 우리를 알리는 노력을 통해 우리가 돌봐 줘야 할 환자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되찾아 와야 합니다.

작년 가을 의사협회는 창립 100주년을 기념했습니다. 2009년은 의사협회가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는 첫 해입니다. 홀로 버림 받은 듯 외롭고 힘들었던 지난 시간들을 기축년 새해를 맞아 소처럼 되새김질하면서, 회원 여러분께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여러분이 보내 주신 따뜻한 격려와 애정 어린 성원 오래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한광수 전 의사협회장 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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