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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을 뭐라고 부르랴?"

"이런 사람을 뭐라고 부르랴?"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9.01.16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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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정임(전 로사정신과의원장)

2008년 한해동안 서거한 명사를 소개한 <타임>지의 1면 사진을 보고, 처음에는 누군가 했다. 황량한 비치 철망 쓰레기통에 비스듬히 걸터앉아 정면을 바라보는 신사-스웨이드 코트·짙은 청바지·카우보이 부츠, 어딘가 슬픈 표정이나 예의 눈빛은 형형하다-머리도 많이 빠져 이마가 길어 보이는 홈리스 인상의 주인공이 바로 한 세기를 풍미한 폴 뉴먼이었다!

폴 뉴먼의 매력 넘치는 사진이 수두룩할텐데 그런 매우 평범한 사진을 실은 의도가 어디에 있을까? 영웅의 역설적 강조, 특히 그가 열연한 반 영웅의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한 각색이 아닐까?

2008년에 사라진 별 같은 존재들 중에도 단연 폴 뉴먼이 최고의 존경을 받아 로버트 레드포드 애도사에 눈물이 마르기도 전 <타임>지 특집으로 재조명됐다.

전세계의 비등하는 여론에도 오불관언 지구촌을 살육의 도가니로 몰아 넣은 장본인들이 있는 나라지만 그 속에도 이런 지성과 양심과 인간애를 저버리지 않는 인물을 극구 추앙하는 자세는 미국 사회의 정의가 살아있다는 웅변 아닌가! 직업적 열정과 가족에의 헌신, 이웃과 더불어 겸손하게 사회적 책무를 한 인물을 기려, 제도와 권력으로는 결코 인류에게 평화를 선물할 수 없다는 진리를 설파하는게 아닌가?

폴 뉴먼은 살아서는 혼신의 연기력으로 전세계 젊은이들의 우상이 되더니 사후에는 한 박애주의자로서 이렇듯 열렬한 애도의 주인공이 된다.

반 영웅역으로 명성을 얻은 그는 실생활에서는 냉철하고 도덕적으로 매우 엄격하였으며, 가족에게 어찌나 모범적인지! 죠안 우드워드와 백년해로한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음식에 뭘 넣는지 말하지 않았다"고 익살맞게 답변했던 일도 그립다. 자동차 경주를 잘했고 '뉴만스 오운'을 잘 경영하여 그 수익금 전액 2억5000만 달러를 난치병 아이들에게 바쳤다.

오래전부터 폴 뉴먼의 지지자인 나는 그가 이렇게 사후에 영웅으로 최고의 헌사를 받는 것이 몹시 즐겁다. 최진실의 자살 사례에서 보듯 한 개인의 자유와 개성, 특히 사생활이 보호받지 못하고 대중의 천박한 호기심의 제물이 된 우리 사회의 병폐는 하루바삐 불식되어져야할 난제이다.

우리사회에도 부디 이런 폴 뉴먼 같은 인물이 속속 나올 수 있는 광명천지가 도래하기를 손톱이 피가 나게 기도하련다. 아니 어쩌면 이미 우리사회 구석구석에서 남모르게 그 바쁜 와중에도 나눔의 사랑을 펼치고 있는 우리 이웃들이야말로 고든 리빙스톤이 말하는 일상의 영웅인지도 모르겠다.

결손가정 자녀를, 미혼모를, 다문화 가족들을, 탈북자를 위해 찬바람을 맞으며 이들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돌보는 여의사들에게서 사랑을 만나리니! 우리들 마음속에 천국이 있다는 환상을 육화한 폴 뉴먼의 유산은 면면히 이 지구촌을 휘날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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