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9 21:36 (금)
의대신설 과정 들여다 봤더니…
의대신설 과정 들여다 봤더니…
  • 공동취재 kmatimes@kma.org
  • 승인 2009.01.09 13:52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칼자루 복지부가 쥐고 교과부와 협의
정원책정 과정에 의료계 참여 있어야

의대 신증설은 최종적으로 어디서 결정할까. 의대 신증설 역시 본질적으로 학생 정원을 늘려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일반 대학의 정원과 마찬가지로 교육과학기술부가 최종 승인해야 하는 사안이다.

교과부는 매해 5월 정원책정에 대한 전반적인 정책 방향을 담은 '대학정원조정지침'을 각 대학에 보낸다. 대학들은 늦어도 8월까지 지침에 따라 정원의 증·감원이나 새로운 과의 개설, 기존과의 폐쇄 등과 같은 사항들을 담은 '정원조정안'을 교과부에 전달한다.

과거에는 교과부가 각 대학으로부터 받은 정원조정안을 국무회의를 통해 '대학학생정원령'으로 확정해 발표했지만 정원책정을 대학 자율에 맡긴 요즘은 대학의 정원조정안이 교과부의 정원조정지침을 충족시키면 대부분 받아들여진다.

정원조정지침에는 대학별·과별 정원책정을 위한 교원 수와 시설기준 등이 담겨있고 교과부는 대학들이 기준을 준수하고 있는지 감사를 통해 확인한다.

여기까지가 대체적인 대학 정원 책정 과정이다. 하지만 의대 정원은 별도의 과정을 거친다. 의사의 배출은 국가 의료정책과 밀접한 영향을 갖기 때문에 교과부 장관은 의대정원 책정에 대해서만은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인 보건복지가족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28조 4항에 규정해 놨다.

'협의'라는 표현이 다소 애매하지만 교과부 관계자의 "사실상 복지부가 통보하는 정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말에 비춰보면 의대 정원만큼은 복지부가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 보면 된다. 복지부 내에서도 의료자원과는 의사와 한의사·치과의사·간호사 등 보건의료 직역의 정원을 사실상 결정하는 주무부서다.

의료자원과는 매해 의대 정원책정을 위해 몇가지 자료를 참고하는데 참고자료 리스트는 '예상 의사배출수'와 최근 몇년간의 '의료 수요 추세'·'활동 의사 수' 등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참고자료 리스트는 그때그때 약간씩 달라지며 인력수급과 관련된 관련 논문을 참고하거나 연구를 의뢰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시각에 따라서는 복지부 공무원 몇명이 의사 인력 수급이나 의대 신증설과 관련해 명확한 원칙없이 몇가지 자료들을 자의적으로 선택해 정원을 결정한다는 트집을 잡힐 수도 있다.

정원책정 과정에서 관련 단체들의 참여도 제한적이다. 의료자원과는 정원책정을 앞두고 의사를 포함한 15개 보건의료직역단체에 최종적인 의견을 묻는데 논의보다는 민원을 듣는 수준이다. 의대 신증설과 관련해 정원 문제를 논의하거나 자문받을 수 있는 조직도 없다.

최근 의사인력에 대한 보다 과학적인 정책수립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복지부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장기적인 보건의료인력 수급을 위한 연구를 의뢰했다. 올 6월에 연구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의료계와 의학계는 적정한 의대 정원을 결정하기 위해서 보다 체계화된 과정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양수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복지부가 적정 의사인력을 결정할 때 '어떤 자료'를 참고하는지 그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원을 책정하기 위해 참고하는 자료들을 누구나 공유할 수 있게 하고 책정 과정을 공개적으로 진행하자는 것이다.

의학교육계의 한 원로 교수는 의대 정원책정이나 의사 인력수급과 관련한 논의 과정에 의료계가 구조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이같은 주장은 복지부나 교과부로서도 싫지만은 않은 제안이다. 누군가가 의대 정원책정을 무슨 근거로 했는냐고 따져 물었을 때 자신있게 내놓을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의대 정원 책정이 '재량껏', '자의적으로' 이뤄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